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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19) 에르미타시 박물관(13) - 렘브란트 방 (2)

승인 2019-12-02 11: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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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렘브란트가 1634년에 그린 ‘플로라 옷차림을 한 사스키아’를 감상한다. 렘브란트는 이 해에 사스키아와 결혼했는데, 그는 사스키아 초상화를 여러 장 그렸다. ‘밀짚모자를 쓴 사스키아 (1633년)’, ‘베일을 쓴 사스키아(1633년)’, ‘모자 쓴 사스키아(1635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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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 옷차림을 한 사스키아 (1634년 작품). 사진=김세곤 제공


렘브란트가 20세의 사스키아 반 읠렌부르흐를 만난 것은 화상(畵商) 헨드릭 반 윌렌부르흐의 집에서였다. 그녀는 윌렌부르흐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레이우바르던의 시장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사스키아는 고향을 떠나 암스테르담에서 살았다. 화사하면서도 다소 수줍음 많은 그녀는 곧 렘브란트와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두 사람은 1633년 6월5일에 약혼했다.

이어서 둘은 1634년 7월22일에 사스키아의 고향 프리슬란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사스키아는 결혼 지참금으로 무려 4만 길더를 가져왔다. 제분업자의 아들 렘브란트는 사스키아와 결혼으로 사회적 신분이 급격 상승했다.

렘브란트는 사스키아를 제피로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서풍의 신)의 부인 플로라(봄과 꽃의 여신)로 그렸다.

사스키아의 머리는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꽃으로 치장한 지팡이를 들고 있어 마치 봄의 여신 같다. 옷의 우아한 자수는 일본풍으로 화려하며 얼굴은 소녀같이 붉다.

당시 네델란드는 일본과 교역을 하고 있었다. 나가사키에는 네델란드 상관(商館) 데지마가 있었다. 1602년에 설립된 네델란드 동인도회사 직원 하멜 일행도 1653년에 제주도에 표류하여 13년간 조선에서 지내다가 1666년에 여수에서 나가사키로 탈출했다. 하멜은 1668년에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하멜보고서』를 출간했다.

그런데 사스키아의 옷과 자세를 보면 임신 중임을 암시한다. 그녀는 1635년에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은 2개월 만에 사망했다.

한편 렘브란트가 꽃 장식을 한 아내를 그린 것은 17세기 네델란드의 튤립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튤립열풍은 집단광기였다. 튤립은 숙련된 장인이 버는 연간 소득의 10배보다 더 많은 값으로 팔려 나갔다. 그 중에는 고급 품종 튤립 구근 하나로 대저택을 사는 사람도 생겼다. 이러자 1633년에는 상류층은 물론, 기술자 · 하녀에 이르기까지 앞 다투어 선물거래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튤립을 재배하거나 꽃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을 목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튤립 열풍은 1636년에 절정에 달하였고, 1637년 2월 마침내 공황을 일으켜 값이 폭락하고 말았다. 튤립 파동(Tulip mania)이었다. 역사상 최초의 투기로 인한 거품 경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튤립 버블은 네덜란드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 절제, 금욕을 취지로 하는 칼빈주의적 미덕관이 부활하였고, 튤립 투자자들은 로마 신화의 여신 플로라에 비유하여 "욕심 많은 플로라에게 바치는 바보들"로 묘사되었다.

한편, 렘브란트는 1636년에 그린 ‘행복한 부부(일명 선술집의 방탕아)’에서 자신을 묘사했다. 완전한 행복을 묘사한 이 그림은 결혼의 기쁨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미술 평론가들은 이 그림의 제목을 ‘선술집의 방탕아’로 부르고 있다. 술집에서 창녀들과 놀아나며 아버지로부터 미리 받은 유산을 다 탕진한 신약성서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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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의 방탕아(독일 알테 마이스터 미술관 소장). 사진=김세곤 제공


1642년에 렘브란트는 단체 초상화 ‘야경(민병대장 반닝 코크의 화승총 부대)’을 그려 네델란드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할까. 아내 사스키아가 1642년 6월에 3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3명의 아이를 잃은 다음에 1641년에 아들 티투스를 낳은 후 산후병과 결핵이 겹쳤다. 이후 렘브란트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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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그림 중앙의 노란 옷을 입은 여자는 사스키아가 모델이다). 사진=김세곤 제공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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