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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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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사진제공=뉴시스
[글로벌경제 이승원 기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94세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LG를 글로벌 기업을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1925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한 구 명예회장은 진주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았다. 부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은 1950년 6남 4녀 중 장남인 구 명예회장을 회사로 불러들인다.

이후 부산사범대학교 교사직을 관두고 ㄹ가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에 첫 발을 내 디딘다.

이후 1969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하면서 LG가의 장남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넘겨 받고 1970년부터 25년 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은 창업 초 부터 경영에 합류하여 부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을 곁에서 도와 LG를 글로벌 성장기업으로 키어온 1.5세대 경영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말까지 LG는 부산의 부전동공장을 비롯, 연지공장과 동래공장, 초읍공장, 온천동공장 등 생산시설을 연이어 확장하면서 화장품과 플라스틱 가공 및 전자산업에서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플라스틱 가공제품의 국내 최초 생산 현장, 금성사의 라디오 첫 생산 과정 등을 직접 챙기며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구 명예회장이 2대 회장에 오른 이후 LG는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을 부품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현재의 LG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구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동안 LG의 매출은 260억원에서 30조원대로 성장했고, 종업원도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증가했다.

고인은 그룹의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성장까지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구 명예회장은 1988년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을 발표하며 경영혁신을 천명했다. 사업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인 경영혁신을 담은 내용이다.

과도하게 회장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관행화된 경영체제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선진화된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절체절명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 기업의 활동 지평을 세계로 확장시키는 데 앞장선 것도 그의 업적이다. 재임기간 동안 50여개의 해외법인을 설립했는데, 특히 1982년 미국 알라바마 주의 헌츠빌에 세운 컬러TV공장은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설립한 해외 생산기지였다.

해외투자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독일의 지멘스, 일본 히타치·후지전기·알프스전기, 미국 AT&T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 경영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25년간 그룹을 이끈 구 명예회장은 1995년 럭키금성 그룹의 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꾸면서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겼다. 같은해 2월부터 LG그룹 명예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선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경영권 승계 준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70세가 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실제로 70세가 되던 1995년에 회장 자리를 넘기며 재계 첫 '무고(無故) 승계'라는 의미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본무 회장도 1975년부터 20년 동안 그룹 내 여러 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게 했다. 변함없이 적용된 장자 승계 원칙과 혹독한 후계자 수업은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의 비결이었다고 평가받는다.

고인은 1972년 초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지냈고, 198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추대돼 2년 간 임기를 맡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분재와 난 가꾸기 등 평소 생각했던 소박한 꿈들을 실천하며 지냈다.

유족으로는 장녀 구훤미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차녀 구미정씨, 사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이 있다.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한편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 LG 측은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이승원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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