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0.08.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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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박상미씨.
[정병휘 기자]
1 그리고 1.1

1초는 짧지 않다.

우사인 볼트는 십 미터를 갈 수 있고, 벌은 이 백회 이상 날갯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기에도 충분하고, 시험장에서 닫히는 교문 사이를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기에도 넉넉하고 앞차와의 충돌음을 내는 데도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사람 발에 밟힌 지렁이가 꿈틀하는 시간이고, 졸던 동자승 어깨에 죽비를 내리치는 데도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희비가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고귀한 생명이 탄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현자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1초는 더욱더 빛나는 시간이다.

1초는 절정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1.1초는 느낌이 다르다.

1초에 1할을 더한 것으로, 1할은 확률로 따지면 낮은 편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 금리와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다. 0.1초란 숨이 넘어가던 환자에게 막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려는 순간일 수도 있고, 복막염으로 터지기 일보 직전인 배에 메스를 대려는 시점일 수도 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덤으로 주어지는 0.1초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1초에 비해 숨이 덜 찬 1.1초는 순간 속의 여유이며, 짜인 틀 밖의 여백이다. 1초가 자르는 소리이고 끝내는 소리라면, 1.1초는 배려와 여운의 소리이다. 또한, 1.1은 1.2, 1.3, 1.4도 될 가능성을 지닌, 움직이는 숫자이면서 희망이기도 하다.

1.1초가 나에게는 이상한 야릇함으로 다가온다. 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 뒤에 이어지는, 순간 속에 숨겨진 반전을 포착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남자 친구는 내가 남의 눈치 보는데 예민하니까 자존감만 떨어진다며 놀려댔다. 남이 보지 못하는 순간을 보는 특기를 고차원적으로 끌어올려 인간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에 적응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남자 친구 말대로 나의 버릇은 좋은 점보다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굳이 안 봐도 될 것까지 보게 되니 말이다. 3.5년을 사귄 그와의 이별도 이놈의 1.1초에서 비롯되었다.

파트너 동반 모임으로 간 양식당이었다. 식사 도중 화장실에 갔다가 자리로 돌아오는 참이었다. 별도로 구획된 룸 안으로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룸 안의 풍경이 한 덩어리로 인식되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 각각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이 구두 소리를 먹는 덕에 누구도 나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했다. 두세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여러 개의 소리와 풍경을 감지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눈빛 교환과 '조곤조곤' 수다 소리, '달그락, 탁탁' 나이프와 포크의 경쾌한 움직임. '아사삭 아사삭' 셀러리 씹는 소리. 그 소리에 묻힐 듯 말 듯 한 슈베르트의 소나타 곡.

그가 마주 앉은 남의 파트너에게 던졌던 1초간의 추파, 그리고 재빨리 이어지던 0.1초간의 표정 회복. 내가 자리에 앉고 나서도 이 광경은 몇 차례 더 눈에 띄었다. 그의 추파에 처음엔 묘한 반응을 보이던 상대의 여성이 나중엔 윙크를 날려 보냈다. 참다못한 나는 10초간 얼굴을 우그렸고, 100초간 그들의 미래를 상상했고, 1000초 분량의 삼각관계 영화를 머릿속에서 뚝딱 만들어냈다. 실내에 퍼지는 '즉흥곡'처럼 그의 1초간 행동은 즉흥적일 수도 있었는데, 1초간의 흔들림 뒤에 0.1초의 거둬들임이 있었는데, 1.1초는 용서의 시간이었는데 나는 1초에만 매달렸고, 뒤에 이어지는 0.1초는 무시해버렸다.

설렘과 떨림이란 연애의 맛이 시들해지고 무덤덤함과 권태의 경계에서 오락가락하던 나는 이 사건을 핑계로 불화의 싹을 키워갔다. 그리하여 3.5년이 3.6년도 될 수 있고 4.6년까지 갈 수도 있었던 그와의 관계에 급제동을 걸고 차 열쇠를 멀리 던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간과할 수 있는 1.1초를 포착하는 주특기는 주로 단짝 친구인 효린을 볼 때 발휘되었다.

정수와 효린과 함께 아르헨티나 식당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작은 체구지만 가슴을 펴고 일직선으로 걸어오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 귀희야, 여기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내 앞으로 걸어온 귀희와 가벼운 포옹을 했다.

- 여기서 만나네. 늦어서 미안해.

귀희가 느리게 말했다. 그녀는 여간해서 뛰는 일도 없고, 말이 빨라지지도 않았다. 배시시 웃는 얼굴의 오른쪽 뺨에 보조개가 선명했다. 정수도 귀희를 등 뒤에서 안으며‘어서 와, 얼음공주.’하고 놀려댔다. 옆에 있던 효린도 미소로 맞이했는데 윗니가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였다. 효린은 지하철역에서 우리를 보자마자 얼싸안았던 것처럼 귀희를 몸 전체로 환영하지는 않았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다른 한 손만 귀희에게 내밀었다. 다소 과장된 말과 몸짓이 몸에 밴 효린이지만 귀희에게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효린의 과장된 반응은 직장에서의 처세술과 관련 있었고, 나는 효린의 그런 태도가 못마땅하기도 하면서 부럽기도 했다. 대부분의 남자는 그녀의 립서비스와 과장된 몸짓을 좋아했다. 그녀의 남편도 이 점을 맘에 들어 하는 듯했다. 약간 들뜬 목소리, 생글생글 눈웃음치며 상대의 턱 밑에 얼굴을 들이대는 행동, 과한 칭찬의 말들.‘흐음…… 너무 맛있어서 기절할 것 같아요.’, ‘당신과 있으면 평소보다 백배는 우쭐해져요.' 뭐, 이런 식이다.

나는 귀희를 향한 효린의 웃음 뒤의 1.1초를 또 보고 말았다. 효린의 입술이 살짝 뒤틀렸다 풀어지는 것을. 효린은 상대방 앞에서 싫은 소리를 절대 안 하는 대신 이런 식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귀희는 10년 전부터 줄곧 입어 온 외투를 오늘도 입고 나타났다. 코발트색 모직 코트를 입고 있는 귀희는 전혀 유행에 뒤처져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 좌판에 놓인 옷이라도 귀희가 입고 있으면 고급스러웠다. 지난여름에 귀희는 검은색 민소매 티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나온 적이 있었다. 옷이 맘에 들어서 얼마에 샀냐고 물었더니 7천 원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귀희는 솔직했다. 우리의 식사 장소가 부담스러우면 저렴한 메뉴로 바꾸자고 말하고, 상대방에 의해 기분이 상하면‘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납작해지는 기분이 드네.’라고 자신의 감정을 부드럽게 드러냈다. 그렇다고 시시콜콜 먼저 자기 얘기를 늘어놓지는 않지만, 질문이 들어오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거나 과대 포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없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는 아니다. 정수가 기본 거리를 무시하고 과하게 들어가려다가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효린의 비웃음은 평소 귀희의 그런 태도에 대한 불만인지, 자연산 외모에 대한 시샘인지, 그만 입을 법한 외투를 또 입고 나온 점에 대한 못마땅한 것인지, 아니면 전부 다인지 모르겠다.

효린은 단골로 다니던 식당을 향해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허리를 잘록하게 졸라맨 여우 털 파카와 페도라를 쓴 뒷모습은 30대 같았다. 얼마 전, 때아닌 겨울비가 내리는 바람에 집 앞에 나갔다가 입고 있던 여우 털 파카를 벗어서 돌돌 말아 가슴에 품고 뛰었다는 그녀의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15년 전, 첫 직장에서 우리 넷이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효린과 나는 체형이나 사는 형편이 비등비등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강한 한 방을 노린 효린은 과도한 성형 견적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고, 살을 빼는 일이라면 머뭇거리지 않고 신용 카드를 그어댔다. 이제는 효린과의 격차가 외모뿐만 아니라 거주하는 곳, 만나는 지인들, 삶의 질, 더 나아가 우리 사이의 우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효린의 인생 역전은 성형수술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갈 즈음에 소개받은 남자 덕분이었다. 효린이 죽기 살기를 각오하고 매달린, 그래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지금의 남편 말이다.

2층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섰다. 지배인 명찰을 단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겼다. 그의 키는 땅딸막하고, 배는 겁 없이 나오고, 목은 뽕이 들어간 양어깨에 파묻힌 격이었다. 효린은 팔을 크게 벌려 남자와 포옹을 하며 목소리를 한 옥타브 올려‘부에노스 따데스.’라고 인사했다. 누가 보면 연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정수는 내 귀에 대고 남자가 귀엽다고 속삭였고, 귀희는 시선을 효린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서툰 말로 효린의 외모를 칭찬했다. 듣고 있던 효린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소개했다. 그는 튀어나온 눈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 크게 떴다. 그 모습이 낯설었는지‘남미 남자들은 반가울 때도 눈을 부라리나 봐.’정수가 중얼거렸다. 나는 정수의 손을 톡 쳤다. 그는 뭔가 말하고 싶은데 얼른 떠오르지 않는지 검지로 이마를 톡톡 치며 눈동자를 굴렸다.

- 음, 음, 모두…… 아름다우셔서, 나를, 음, 퐁당 빠졌어요.

우리는 대놓고 킥킥거렸고, 귀희는 미소만 지었다.

지배인의 안내에 따라 실내로 들어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암흑가를 떠올리게 하는 벽의 색상과 핏빛 양탄자는 탱고의 색을 띠고 있었다. 탱고는 유럽에서 이민 온 노동자들이 애환과 향수를 달래기 위해 추기 시작한 춤이다. 탄생부터가 슬픈 탱고는 희극과 어울리지 않는다. 달콤한 유혹으로 시작하여 비극으로 끝나는 꿀과 독배의 이율배반이 탱고다. 헤어진 남자 친구에 대한 나의 감정도 그랬다.

우리는 지배인이 특별히 마련해 준 창가 옆에 앉았다. 팔 자 모양의 S 호수와 좀 전에 거쳐 온 싱크홀이 보였다. 싱크홀은 근처를 지나가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괴물 같았다. S 동 일대에서 시작된 강남의 싱크홀 현상은 2014년부터였다. 현재까지 효린이 사는 J 동 아파트 옆의 두 군데를 포함하여 13곳에 이른다. 원인으로 9호선 연장 공사 때문이란 설도 있고, L 월드타워 공사 중 S 호수의 물이 유출되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이곳은 한강의 본류였던 곳으로 땅 밑이 허방이라 잘못하면 동(洞) 자체가 통째로 꺼질 수도 있다는 흉흉한 괴담까지도 나돌았다.

허방인 것이 어디 땅속뿐이랴. 인간의 욕망이 빗어낸 결과물들이 허방 위에 놓여있는 건지도 모르고, 인간의 마음속 자체가 허방 일지도 모른다.

싱크홀을 중심으로 바리케이드가 횡단보도까지 점령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우회 길로 돌아서 다녔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집회 현장도 보였다. 시위대는 차도까지 장악하고 싱크홀의 진상 규명과 사후 조치를 다음 주 안으로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도로의 체증이 심해지고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어도 모인 사람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집단 이기주의가 갈수록 기승이군.’ 중얼거리는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행인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었다.

수차례에 걸친 땅 꺼짐 현상으로 땅값이 떨어질까 봐 이 일대의 주민들이 전전긍긍한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싱크홀이 처음 생겼을 때, 원인은 파악도 못 하고 꺼진 땅을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 이후로 땅 꺼짐 현상은 발생할 당시만 반짝 문제화되고 사람들로부터 곧 잊혀 갔다. ‘망각’은 너무 쉬웠다.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 단위로 총출동한 듯했다. 여러 방송국에서 취재하려고 모여들었다. 효린은 뉴스 화면에 한 사람이라도 더 비치길 바랐던 걸까. 평소엔 뉴스도,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세상도 자신의 삶과는 별개라고 여기면서도 정치 얘기할 때는 밀리지 않는 입담을 가진 그녀였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정치평론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야당의 대변인이 되기도 했다.

효린의 부탁으로 우리는 엉겁결에 집회 현장에서 30분간 머물렀다. 귀희가 늦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효린이 자신의 의도대로 우리를 유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무리 속에 있는 내내 불편했지만, 효린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몇 년 전, 바쁘다는 이유로 두 번밖에 참석 못 했던 광화문 촛불 집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집회에 참석하여 자정을 넘기며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고맙고도 미안했다. 잘못 가고 있던 세상을 향해 행동이든, 글이든, 목소리든 뭔가를 보여주지 않고 그럴듯한 변명만 늘어놓았다면 이 나라는 뒤집히지 않았겠지. 마음속으로만 골백번 발차기한들 소용이 있을까?

효린 옆의 정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수다가 없어지고 조용했다. 효린 혼자 떠들고 있었다. 정수도 생일을 맞은 효린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거절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비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일이 유쾌하지 않았으리라.

정수는 남편을 여의고 밥집을 시작했다. 식당 간판은 '퍼쟁이'고 단골들 사이에서 누님으로 불렸다. 밥은 무한 리필이고, 무인계산대로 운영되는 식당은 늘 북적거렸다. 정수는 아무리 아파도 드러누운 적이 없다. 자식들 눈에는 천하무적이란다.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던 그해 겨울에는‘저는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고자 광화문에 가느라 식당을 비울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쓴 안내문을 걸어놓고 토요일마다 시위에 참석했었다. 정수가 지금 참고 있는 게 신경 쓰였다. 그녀가 감추려고 해도 내 눈에는 보였다.

우리는 이렇듯 조금 못마땅해도 선뜻 조언하길 주저하는,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고, 서로 다른 면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그러면서 어찌어찌 이어가는 관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로를 연결하는 고리의 어떤 부분은 단단하지만 어떤 부분은 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분파인 효린과 나는 와인바에서의 재즈 감상 같은 취미나 과감한 디자인과 원색을 선호하는 등의 취향 면에서는 고리가 단단하지만, 정치사회를 보는 시각 면에서의 연결 고리는 취약하다. 반면 정수와 나는 생활 수준도 세상을 보는 시각도 비슷하며, 남편이 없다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연민의 고리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반면, 귀희와 나의 관계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단단한 고리는 무조건적 믿음이다. 귀희에 대한 신뢰는 나뿐 아니라 남들도 인정하는 바였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넷을 지금까지 연결해주는 고리는 첫 직장에서의 좌충우돌하던, 잊지 못할 추억 덕분이다. 우리는 의욕만 앞선 사고뭉치였다. 넷 중 누군가가 실수라도 하면 축하한단 말로 위로했고,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옥상에 올라가 군것질을 하기도 했다. 만나서 똘똘 뭉쳤다가도 토라지기 일쑤였고 금방 풀어지기도 하고 양념 치듯 서로의 뒷말도 하는 사이였다. 정수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욕을 섞어가면서 상사의 험담을 늘어놓으면 효린이 맞장구를 쳐주면서 더 흥분했다. 정수는 효린의 과장된 반응을 즐거워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효린의 한 마디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고 좋아했다. 나도 흥분하여 정수 편을 들었지만 효린의 호들갑에 묻히고 했다. 귀희는 그런 우리를 엄마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제멋대로 생긴 돌들이 엇비슷하게 둥글게 변해가듯이 나이를 먹어갔다. 그렇지만 넷 사이의 미묘한 경쟁과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가 말끔히 지워지진 않았다. 경쟁과 질투의 주 대상은 효린이었다.

음식을 나르는 직원들 뒤에서 와인을 들고 따라오는 지배인의 배가 확대되어 보였다. 웃음을 참느라 시선을 테이블로 옮겼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효린의 큐빅 박힌 휴대폰과 자동차 키를 구석으로 밀었다. 순식간에 음식이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졌다. 웃음을 거두고 표정을 고쳐 잡으며 효린에게 물었다.

- 차 바꿨네?

- 응, 기분 전환이 필요해서……

효린이 짧게 답했고, 나는 효린의 1초간의 표정 변화와 0.1초간의 거둬들임을 보았다. 효린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살짝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을. 난 이 정도야, 하는 표정으로 읽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은 눈, 코, 입을 차례로 흥분시켰다. 고기의 질부터 시작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지배인의 장황한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정수가 포크를 들었다. 아르헨티나 식당이 처음인 그녀는 송아지를 숯불에 구워낸 아사도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눈치 빠른 지배인이 엄지를 척 올리며 자리를 떴다.

- 가우초들이 먹던 음식이래. 다이어트 생각 말고 맘껏 먹어. 내가 쏜다.

효린은 음식엔 손도 대지 않고 술만 홀짝거리며 말했다. 귀희는 조심스럽게 살에 붙은 뼈를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서 발라내며 먹었다. 그녀가 음식을 먹을 땐 씹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게 신기하다. 엠파나다 한 덩어리를 접시로 옮겨서 반으로 잘랐다. 딱딱한 껍질 때문에 단번에 잘리지 않아 칼질을 여러 번 했다. 부드러운 속은 미트 파이나 군만두의 소와 비슷했다. 한 입 베어 먹으면서 갑자기 든 생각, 효린이 부럽다. 단단한 껍질 속에서 부드럽게 보호받고 싶은 욕구가-남자한테 기대는 삶은 안 된다고 강조하던-내 속에도 일렁이다니.

효린이 손목 스냅을 이용하여 잔을 자연스럽게 돌렸다. 액체는 잔의 중간 아래에서 얌전한 원을 만들며 회전했다. 정수가 옆에서 따라 하다가 와인을 쏟았다. 에구, 귀희가 잘 다려진 손수건을 꺼내는 동작보다 냅킨을 집어주는 나의 동작이 빨랐다. 효린을 슬쩍 쳐다보았다. 당황하는 정수를 보고 난 효린의 시선이 자신의 잔으로 돌아오면서 입술이 샐그러지는데 1초가 걸렸고 마무리하는 데 0.1초가 걸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같았다. 다행히 무딘 정수의 눈에는 보이지 않은 듯했다.

- 잔을 돌릴 땐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여야 해. 와인도 조금만 따라야 하고.

효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건배를 제안했다. 공중에서 잔 부딪는 소리와 함께 어색함이 해소되기를 바라면서.

- 자, 건배!

효린은 벌컥벌컥 마셨고 나머지 셋은 입술만 적셨다. 효린의 잔 비우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랐다. 전에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 괜찮아? 천천히 달리지.

효린은 반응이 없고 표정은 비를 동반한 먹구름이었다. 다시 술을 따른 효린은 잔을 서너 번 돌리더니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조명에 비친 와인의 눈물이 보디를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눈물을 가두고 있는 듯한 효린의 눈도 조명에 반짝였다.

방금 막 끝난 곡과 새로 연주가 될 곡 사이의 짧은 정적이 지나가고 반도네온의 떨림음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느리면서도 분위기를 집중시키는 힘이 느껴지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이었다. 늘임과 멈춤의 기교를 살리지 못하면 한없이 늘어지는 곡이다. 대인관계에서도 필요하고, 헤어진 그와 나 사이에서도 필요한 기술이었지만, 멈춤만 잘하고 늘임을 못한 나는 그와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반도네온의 소리는 흐느낌 같기도 하고, 깊은 한숨 같기도 하고, 때론 마지막 정사의 애달픈 신음 같기도 했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보카 지구 선착장의 비 오는 밤이 연상된다. 그와 헤어진 장소도 항구였다. 비를 맞고 서 있는 나에게 등을 보이며 그는 떠나갔다. 그는 딱 한 번 용서를 구했다.

- 개자식, 삼 세 번인데.

-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취했어?

정수가 놀라서 물었고, 나는 불콰해진 얼굴로 씩 웃기만 했다.

반도네온의 주름막이 당겨질수록 나의 상처도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벌어진 상처 위로 추억이 오롯이 올라왔다. 하필 곡명이 「망각(Oblivion)」일게 뭐람, 젠장.

효린의 1초 앞선 행동이 나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테이블에 엎드리더니 어깨를 들썩였다. 울어야 할 사람은 난데, 날개뼈가 도드라진 효린의 등과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던 우리의 시선은 불안했다. 효린의 심장도 물컹해진 걸까.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그녀였다. 이건 완전 악기 탓이다. 반도네온은 별명처럼 악마의 악기임이 틀림없다.

지배인이 와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괜찮으냐고 물었고, 고개를 든 효린이 젖은 얼굴로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스럽게만 보이던 지배인이 효린의 오빠처럼 느껴졌다. 지배인이 가고 나자 효린이 한마디 했다.

- 끝났다.

놀란 우리는 말문이 막혀서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효린이 감정을 추스르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효린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거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살짝 불안했지만 다소 껄끄러움이 해소되는 자리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했던, 그래서 망설여졌던 말이 오늘은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절대로 벼르다가 내뱉은 느닷없는 공격이 아니었다. 귀희가 효린에게 오늘처럼 단호하게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녀의 진심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 네 자리를 다른 여자가 차지한 건 그냥 재수 없는 일일 뿐이야, 지나가다가 어깨에 떨어진 새똥 정도라고. 결혼은 인생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 넌 아직도 젊고 예쁘고 네게 남은 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남편이 달아준 날개 없이도 온전히 네 힘으로 날 수 있어,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효린은 판단력이 빠르고 뒤끝도 짧은 편이라 고깝게 듣지 않은 듯했다. 물질을 우선시하는 남녀 관계의 덧없음을 인정했을 테고, 순수하지 못하게 시작한 남편과의 첫 만남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효린의 표정이 그랬다.

나는 취한 효린을 대신하여 단골 대리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걸고 나서 먼저 일어났다. 카운터로 가서 효린의 카드로 계산하는데 지배인이 다가와 속삭였다.

- 효린이 최근 여기 자주 왔어요, 많이 힘들어 보여요.

누가 누구의 친구인지 잠시 헷갈렸다. 효린이 친구가 아닌 지배인을 먼저 찾은 것인지, 술을 먼저 찾은 것인지, 기분이 아리송해지려고 했다. 하긴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보다 적당히 아는 사람에게 속을 털어놓는 게 편할 때가 있다. 수치스러움을 용납하지 않던 효린의 자존심 둑이 버티다 버티다 터져버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효린은 여러 차례 신호를 보내왔다. 내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미세한 신호들을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효린은 언제부터인가 남편 자랑을 아꼈고, 웃음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웃음 뒤에 이어지는 1초의 쓸쓸함과 0.1초의 거둬들임이 보였다. 보름 전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술 마시자고 했을 때 같이 하지 못한 점이 맘에 걸렸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한기가 뺨에 닿았다. L 월드타워에서 쏟아내는 조명이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은 타워의 형태를 두고 로켓 발사체를 닮았다는 둥, 총알을 닮았다는 둥, 남자의 상징을 닮았다는 둥 말이 많았다. 불끈 솟아올라 화려함을 뽐내는 마천루가 불안해 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저 빌딩으로 내가 들어가는 일은 없으리라.

우리는 효린의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효린은 한사코 혼자 걸을 수 있다며 잡은 팔을 뿌리쳤지만, 정수와 내가 양옆에서 부축했다. 효린의 페도라를 들고 뒤에서 따라오던 귀희가 여우 털 파카에 달린 후드를 효린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여자 기사가 막 도착했다. 기사는 나를 보자 인사를 하고 나서 효린을 차에 태우는 걸 도와주었다.

- 고마워, 조만간 또 보자.

효린은 뒷좌석에 앉으며 큰소리로 외쳤고, 나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그러자고 답했다. 효린에게도 피아졸라의 곡이 필요한 시간이다. 망각, 망각의 지름길은 잊고자 하는 걸 자꾸 떠올리는 건지도 모른다.

- J 동 3단지로 모시면 되는 거죠?

- 네, 수고스럽지만 현관 앞까지 부탁합니다.

내가 기사와 말하는 사이에 귀희가 지갑을 꺼냈다. 정수의 행동보다 1초가 빨랐다. 귀희의 손에 의해 만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가 빠져나간 자리에 달랑 천 원 한 장이 남은 게 보였다. 내가 내겠다고 우기려다 말았다. 귀희가 차로 다가가서 효린에게 페도라를 건네며 말했다.

-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

짧은 한마디였지만 진정성 있게 들렸다. 부모상 당했을 때 효린에게 사고처리며 보험처리, 장례 절차까지 많은 도움 받았던 점을 늘 고맙게 여기던 귀희였다.

효린이 탄 최신형 세단은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차의 후미등이 유난히 반짝였다. 효린의 화려했던 과거처럼. 나에겐 상처를 줄 남편도 애인도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자의 불행이 나의 안도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연이어 이어진 반성의 마음이 없었다면 효린을 볼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내 안의 열등감이 무의식적으로 늘 효린과 비교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바람결이 사나워졌다. 카디건을 챙겨오지 않아서 후회되었다. 효린을 보내고 레스토랑 앞으로 되돌아오면서 우리 셋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작별 인사를 한 귀희는 코트 깃을 세우고, 올 때처럼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사라져갔다. 또각또각 일정한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그녀의 뒤태가 반듯해 보였다.

얼굴에 침울함을 들이고 있는 우리와 달리 헤어질 때 귀희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눌러 놓았던 서운한 감정이 얼굴로 올라오는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평상심을 찾으려는 애씀과 효린에 대한 안타까움이 섞여 있는 듯했다. 때론 짧기도 하고 길기도 했던 삶의 고비마다 엄살 부리지 않으며 지금까지 버텨온 귀희였다. 어쩌면 지금 의연하게 걷는 것처럼 의연한 척 버티는 건지도 모른다. 12년 전, 자신이 나가야 할 소개팅 자리를 효린이 낚아챈 사실도 식사가 끝날 때까지 따져 묻지 않았다. 아마 영원히 꺼내지 않으리라.

귀희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생활고를 겪었다. 거리로 나앉을 지경에서도 그녀의 남편과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효린의 남편에게 아쉬운 부탁 한번 한 적이 없었다. 흔들림이 적은 건지, 흔들림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귀희의 내면에 단단한 복숭아씨가 들어있는 건 틀림없다.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와는 달리 기온이 뚝 떨어졌다. 우리 기분의 온도처럼.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까지 무거웠다. 친구들은 저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가고 있겠지. 연기가 꽉 들어찬 듯 가슴이 답답한 나는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자고 제안했고, 정수도 그러자고 했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도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버스를 타고 난 후에도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수도 지금만큼은 수다가 아닌 사색이 필요한 시간이다.

시선은 그저 창밖에 스쳐 가는 풍경에 걸쳐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말도 흘려보냈다. 그러다 귀에 걸려든 단어가 두 개 있었다. 첫 번째 단어가 '지하 도시'였다. 영동대로 주변에 세계적 수준의 지하 공간 복합 개발이 시작됐고, 2024년에 완공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지하 도시라니, 사람들은 교통 체증을 피해서, 황사와 미세먼지를 피해서, 폭염과 폭설을 피해서 지하로, 지하로 몰려가는구나. 이러다 지상은 사막화되고 인간은 두더지가 되는 게 아닐까.

규모는 잠실야구장의 30배이고, 예산은 1조 3천억 원이 든다고 했다. 언제부터인지 매스컴에서 ‘조’단위의 숫자 언급이 흔해졌다. 서민에게는 실감 나지 않는 금액인데 말이다.

두 번째 단어는‘원샷 개발’이란 신조어였다. 재기랄, 술자리의‘원샷’만으로 부족하단 말인가. 사람들은 한 방에 해치우는 걸 좋아하는 건지, 자랑으로 여기는 건지. 그걸 왜 주변 사람한테도 강요하는 건지. 그래서 결과가 어땠는지.

버스는 C 동과 A 동을 통과한 후 효린의 아파트 단지 쪽을 향했다.‘강남의 1번지로 거듭나겠습니다 – J 동 재개발 추진 위원회 일동’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바람에 몹시 흔들렸다. 효린을 보는 것처럼 불안했다.

버스가 효린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가까워질수록 나의 눈빛은 또렷해졌다. 어루러기 환자처럼 칠이 벗겨져 희끗희끗한 5층짜리 아파트. 효린이 목을 매는, 유일하게 위자료로 받았다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는 54평 공간. 저게 뭐길래……

버스가 효린이 사는 3단지 초입 사거리에 멈췄다. 나는 목을 길게 빼고 밖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쿵’

태어난 이래 처음 들어보는 괴물의 소리였다. 차에 타고 있던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딱 1초였다. 거짓말처럼, 정말 거짓말처럼…… 용서와 관용은 단 0.0001초도 없었다. 1초는 기막힌 순간에 절정을 만든다고 했던 말을 주워 담고 싶었다. 이번엔 1초 뒤에 이어지는 0.1초의 거둬들임은 없었다. 여음만이 길게 이어졌다. 뿌연 먼지가 덩어리를 이루며 피어올랐다. S 호수에 나타난 괴물이 여기에도 등장한 건가. 인간을 조롱하듯 아파트는 삐딱하게 기울었다. 빠른 망각에 대한 경고였다.

망각에는 두 종류가 있다. 빨리 잊어야 할 것과 서서히 잊어야 할 것. 그리움이나 경고장 같은 기억일지라도 죽을 때까지 머리에 이고 가면 미쳐버릴 테니까.

- 덤프트럭이 아파트 담벼락을 들이받았네.

- 저 모래 먼지 좀 봐.

- 모래 운반차였어?

- 사람이 치이지는 않았네.

승객들의 웅성거림으로 인해 나는 착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효린을 무너뜨리는데 단 1초로 충분했다. 나 자신이 무서웠다. 내 속에 미처 지우지 못한 시기심 때문인가, 열등감 때문인가, 아니면 지나친 염려 탓인가.

아찔했던 1초 뒤를 이어 일상의 얼굴로 돌아오는데 0.1초는 턱없이 부족했다. 멈췄던 호흡과 놀란 심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등으로 식은땀이 배어나고 오싹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즈음, 옆에 있는 정수의 목소리가 나를 향하는 것처럼 들렸다.

- 다행이다, 다행이야.

나는 차마 정수를 쳐다볼 수 없었다.

정병휘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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