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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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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오늘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을 통해 이같이 말하자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봉 감독은 이날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잇따라 수상한 가운데 각기 다른 수상 소감을 말해 화제가 됐다.

그는 각본상 수상소감에서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고도 했다.

국제영화상 수상소감에선 "이 부문 이름이 올해부터 바뀌었다.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뒤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깊다"며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바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말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소감에선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조커)나 샘 멘데스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오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큰 웃음을 끌어냈다.

지난 8월부터 본격적인 '오스카 캠페인'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은 여러 언론 인터뷰와 수상 소감 등을 통해 촌철살인의 어록을 적재적소에 구사하며 연일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한 '오스카상' 관련 발언은 오랫동안 회자한다.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질문에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쿨하게 답했다.

또한 지난달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수상 소감은 명언으로 꼽힌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 이 코멘트는 외신이 두고두고 인용했다. 봉 감독은 이후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자 "(언어의) 경계가 다 깨져있었는데 내가 뒤늦게 이야기한 것 같다"며 멋쩍어하기도 했다.

그는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 소감을 묻자 당시 "'인셉션' 같다"며 재치있게 답했다.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라고 말한 것.

또한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캐나다 언론이 한국이 독창성을 인정받은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제가 비록 골든글로브에 와있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000배가 넘는다. 그런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한국은 감정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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