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5주년창간
2020.04.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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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은퇴와 함께 심각하게 찾아오는 것이 삶의 정체성 문제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다녔던 직장, 그리고 거기서 했던 일들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던가. 일해서 돈 벌고, 결혼해서 자식 낳아 키우고, 나이 먹고 죽는 것 말고 다른 가치 있는 것은 없을까? 이 인생에 뭔가 더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비전 정립은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지만 결국 자기를 돌아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본성은 무엇인가? 내가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참나’는 어떤 사람인가? 억누를 수 없는 나의 천성은 무엇일까?

과연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근원의 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라는 존재는 무엇을 잘하고, 또 무엇을 하려고 이 세상에 왔을까? 진정으로 내가 잘할 수 있고, 또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자.

남들이 하라는 일을 하고 남들이 하는 일을 따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너는 아직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들의 영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라고 했다. 그는 “어째서 사람들은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에 관해서는 자신의 판단보다 남들의 판단을 더 평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다른 사람이 바라는 대로 살 것이 아니라 진정 내가 원하고 내가 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는 “집에서 가장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나라는 존재는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볼 수 없는 것 같다. 늘 보니까 자세히 보이지 않고, 자세히 보이지 않으니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좀 거리를 두고 낯설게 보면 내가 누구인지 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심히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일 수도 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올레길을 몇 날에 걸쳐 걸어보거나 찝찔한 땀이 눈을 파고 들어와 따갑도록 오래 달려보면 보일지도 모른다.

상상력과 마음의 눈으로 찾을 수 있다

상상력과 마음의 눈으로 비전을 찾아보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눈앞에 펼쳐진 황량한 모래언덕만 보고 있다면 결코 사막이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도 어딘가에 우리가 살아야 할 가치를 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상상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더 아름답다. 숨겨진 그것은 무엇인가? 상상력으로 멋진 노년의 비전을 찾아내보자.

세계적인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31년 발표된 헬렌 켈러의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했다. 듣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으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는 단지 감촉을 통해서 수많은 것들을 발견했다.

어느 날, 헬렌 켈러는 한참 동안 숲속을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친구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헬렌 켈러는 그 친구의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반기 인생 비전은 헬렌 켈러가 말하는 감성과 마음의 눈으로 찾아가야 할 것 같다. 마음으로 엿보고 엿들어 보자.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잘생긴 청년 다비드의 조각상이 있다. 크리스 와이드너의 '피렌체 특강'이라는 책에는 다비드 상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마침 근처를 지나던 어린 소녀가 물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 돌을 두드리세요?”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꼬마야, 이 바위 안에는 천사가 들어 있단다. 나는 지금 잠자는 천사를 깨워 자유롭게 해주는 중이야.”

미켈란젤로는 바위 안에 갇혀 있는 천사를 본 것이다. 차갑고 생명도 없는 대리석을 포근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간의 모습으로 경이롭게 조각한 것이 아니라 원래 대리석 안에 들어 있던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필요 없는 돌 조각을 쪼아낸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위대한 잠재력을 찾아보자.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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