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0.09.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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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제3기 인생혁명' 저자
현직이 화려했던 사람일수록 은퇴한 뒤 명함에 ‘전(前)’이라고 표시된 과거 직함을 써 넣는 경우가 많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재된 지위의식과 자존심을 버리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현직을 써 넣는 게 더 중요하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는 과거인 채로 잊어야 한다. 그런 뒤에 미래를 응시해야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 나도 옛날에는…

철학자 니체는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이든 마음에 담아 놓지 않는다”고 했다. 봄이 오려면 그 전에 가을과 겨울이 지나가야 하듯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옛것에 안녕이라고 말해야 한다. 어제를 버리지 않고 내일을 창조할 수 없다.

미얀마의 원주민들은 아주 간단한 덫으로 원숭이를 잡는다. 코코넛에 작은 구멍을 뚫고 바나나를 넣어둔 뒤 나무 밑동에 묶어 놓는다. 원숭이는 바나나를 잡으려고 구멍 안으로 손을 넣지만 바나나를 쥔 상태로는 손을 뺄 수가 없다. 원숭이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바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사람들에게 잡히고 만다. 은퇴 후에도 현직에 집착하는 사람은 바나나에 집착해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

흔히 현실이 못마땅하고 생각만큼 풀리지 않을 때 “왕년에 내가…”라고 회상하며 입맛을 다신다. 팍팍한 현실에 털퍼덕 주저앉기가 두려워 추억의 끈이라도 붙잡고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추억만으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왕년에 직원 한 2000명 거느린 기관장이었거든. 그땐 대단했지. 모두들 내 앞에선 꼼짝 못 했거든.”
“내가 왕년에 레스토랑 사장할 때 버스 줄보다 더 길게 손님들이 기다렸지. 돈 엄청 벌었지. 지금은 다 날아 가버렸지만 말이야.”
“내가 왕년에 학교 교장 했을 때 아이들이 참 많이 따랐지. 지금 그놈들이 다 잘 자라서 장관, 회장을 하고 있어.”

중요한 건 지금이야!

그런데 당신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예전보다는 지금이 중요하지 않는가. 예전에 아무리 영광을 누렸더라도 지금 아무것도 없다면 그냥 별 볼일 없는 사람 아닌가. 화려했던 옛날 이야기한다고 누가 알아주는가. 은퇴 후 직함이 남들 보기에 하찮은 것 같아도 내게 소중한 것이면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멋있다. 은퇴 후 명함에 새로운 직함을 새겨 넣어보자. 은퇴 후 직함은 스스로 붙이면 되는 것이다.

돼지농장 주인, 펜션지기, 민박집 주인, 정치평론가, 경제평론가, 한식요리 전문가, 전통음식 연구가, 숲 해설가, 교통안전지킴이, 조각하는 노인, 커플매니저, 문화해설사, 사회체육지도자, 시인, 소설가, 별 연구가, 동화작가, 동화구연가, 사진작가, 전통무예가, 창업컨설턴트, 학습장애지도사, 은퇴이주컨설턴트, 문화교류코디네이터, 노래강사….

은퇴 후에 어떻게 살겠다는 ‘꿈 명함’도 괜찮다. 자신의 두 번째 삶에 보내는 일종의 ‘자기소개서’이다. 회사이름과 직위가 없는 대신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 의지, 소망을 적는다. ‘시 쓰는 OOO’ ‘지금은 소음, 내일은 화음 기타리스트 OOO’ ‘Mr. 귀농귀촌 OOO’과 같이 구체적인 꿈을 담는다.

은퇴 후 내 명함에는 ‘Go쟁이 OOO’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Go쟁이’가 뭐냐고 물을 것 같아서 뒷면에 ‘Go쟁이- 놀고, 쉬고, 일하고. 가슴 뛰는 인생은 Go쟁이가 만든다’라고 설명을 붙였다.

아무리 과거가 화려했어도 은퇴 후 명함에는 옛 직함을 절대 쓰지 말자. ‘노인과 나리꽃’ 이야기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 노인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산길을 가고 있었다. 길가에 있던 나리꽃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할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뭐가 저렇게 즐거울까?’ 나리꽃은 노인을 멈춰 세우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즐거우세요? 저는 이제 곧 시들어버릴 것을 생각하면 슬프기만 하거든요.”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나리꽃아, 너무 슬퍼하지 마라. 나도 머지않아 이 세상을 떠나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오늘을 망칠 순 없지 않겠니?”

행정학 박사/은퇴 후 행복한 삶을 위한 길라잡이 '제3기 인생혁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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