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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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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전(前) 국민일보 주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7일 윤미향 당선자 논란와 관련 “신상털기 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어쩌라는 것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이 대표만큼의 권력자여서 윤 씨가 굴복할까봐 걱정된다는 것인가. “30여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 되거나 악의적으로 폄훼되거나 우파들의 악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데 누가 ‘악의적으로 폄훼’한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밝힐 일이다.

이 대표 이 분, 정치 오래하고 높은 자리에 많이 앉아 있더니 아주 훈계에 익숙해진 인상이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말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가 성숙한 민주 사회로 도약할 수 있게 모든 국민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자성’ 요구하는 이해찬

기고만장도 유분수지, 윤 씨 스캔들을 두고 국민에게 자성을 요구하다니! 국민이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기에 집권당 대표로부터 야단을 맞아야 한다는 것인가. 국민이 뭘 어떻게 반성해야 하는지, 훈계한 이 대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반성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친문세력 혹은 정권 지지세력이라는 사람들(물론 그 일부이겠지만)도 윤 씨를 거드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이 할머니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말투들이 야비하고 험하기 짝이 없다.

이로써 이 사람들의 ‘반일’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만하다. 그건 자신들끼리 통하는 상징어 혹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일본을 싫어하고 말고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말을 스스로 하고 있지 않은가.

이 할머니와 같은 생각을 가진 위안부 피해자는 이들에게 오히려 성가신 존재다. 윤 씨만이 소중하다고 한다. 왜? ‘우리 편’이니까. 윤 씨의 공로와 그 역사적 역할을 부각시키는 데는 들러리로서, 또 증인으로서 할머니들이 필요했다. 윤 씨 전설 만들기는 비례대표 당선으로 완성됐다. 이 사람들에게 할머니들의 존재 의의는 거기까지였다는 건가.

윤 씨는 8년 전에 이 할머니의 제19대 총선 출마를 반대했다. 노컷뉴스의 보도로는 그렇다. 할머니는 2012년 3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출마 선언을 했는데 그 직전에 윤 씨와 통화를 했다고 한다. 윤 씨는 국회의원을 안 해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만류하면서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출마를 반대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이 매체는 전했다. 그래놓고는 자신이 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여권 내에서 윤 씨의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그게 궁금할 정도다. 직접 피해를 당한 할머니는 안 된다 했던 민주당이 윤 씨에게 공천장을 줬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특별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 씨를 편드느라 피해 할머니에게까지 ‘친일’ 낙인 찍으려는 사람들은 외곽의 윤 씨 수호대인 셈인가.

자매도시 돕는데 ‘토착왜구’라니

‘친일’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북 경주시 주낙영 시장이 인터넷 상에서 ‘토착왜구’로 낙인찍혔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까지 몰려가서 주 시장을 해임하라는 청원을 했다.

이 사람들의 의식이 이렇다. 제왕적 대통령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주민의 선거로 뽑힌 지방자치단체장을 청와대더러 해임시켜달라고 하겠는가.

최근 경주시의 자매‧교류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토시에 각각 방호복 1200세트,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보냈다는 게 주 시장을 ‘토착왜구’ ‘쪽발이’로 부르는 이유다. 거룩한 애국심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 애국심 과시하자고 남을 해괴한 용어로 공격하는 것은 정말이지 곤란하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다. 통일신라의 성립으로 비로소 한반도인의 원형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주 시장을 토착 왜구로 공격하는 그 사람의 애국심도 연원을 따져 올라가면 통일신라에 가 닿는다.

그런데 ‘경주 보이콧’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노(NO) 경주’라는 말도 나온다. “경주에 수학여행 가지 말자”는 선동도 들린다. 일본을 미워한다면서 기껏 생각하는 게 경주 고립시키기, 경주 골탕 먹이기 인가.

주 시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매‧우호 도시를 지원했다. 다른 배경도 있다. 1998년 태풍 애니 때, 2016년 경주 지진 때 도움을 받은 데 대한 보답의 차원이기도 하다는 주 시장의 설명이다.

특히 지진이후 경주는 오래 고통을 겪었다. 관광객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인심은 차가웠다. 지진피해가 크다니 관광 가는 것으로라도 돕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지진이 겁난다며 경주를 피하고 외면했다.

주 시장은 격한 비난이 쏟아지니까 일본의 다른 자매‧교류 도시에도 방역복 세트와 방호용 안경 등을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까지 꼬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일본은 전쟁을 벌일 사이가 아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후손들이 영구히 이웃해서 살아가야 할 나라 아닌가. 방역물품 좀 보낸 것으로 이런 소동까지 빚어지다니…. 이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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