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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43) 도스토예프스키, 불행한 결혼과 연애

승인 2020-06-01 09: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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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859년 12월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내 마리야와 전 남편의 아들 파벨과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는 마음을 다잡고 문학에 몰두했다. 그는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1861년에 '잡지 브레먀'(Vremya 시간)를 창간하고 시베리아 감옥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을 출간했다. 신비적 인민주의를 표방하고 시사 문제에 끼어든 '시간'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1862년 6월7일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처음으로 유럽 여행에 올라 영국, 프랑스, 독일을 방문했다. 그는 1863년 2월에 발표한 '여름의 인상들에 대한 겨울의 노트' 속에서 서구에 대한 인상을 기록했다. 이 글에서 그는 서구의 부르주아 문명을 비판했다.

그런데 1863년 4월에 '시간' 잡지에 실린 스트라호프의 글이 문제가 되었다. 이 글은 1863년 1월에 발생한 폴란드의 무장봉기 발생에 대한 글이었는데, 당국은 이 글이 폴란드인에게 우호적인 점을 문제 삼아 5월부터 잡지의 발행 금지 처분을 내렸다.

엎친 데 덮치는 것일까. 5월 말에 평소에 폐결핵을 앓던 아내 마리야가 건강이 악화되어 기후가 비교적 온화한 블라지미즈로 요양을 떠났다. 이는 아내가 선택한 결정이었다. 그녀는 결혼 전에 사랑한 연하의 미남교사 베르구노프를 결혼 후에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베르구노프가 블라지미즈에 살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씁쓸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63년 8월4일에 두 번째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이 여행은 7월에 파리로 먼저 간 그보다 18살이나 어린 여자 수슬로바(1839∼1918)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1861년 경으로 추측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문학 강연회에서 ‘죽음의 집의 기록’을 낭송하던 날 문학소녀 수슬로바를 처음 만났는데, 그녀는 1861년에 처녀작 단편 '잠시 동안'을, 1863년 3월에는 '결혼할 때까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녀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청강을 하면서 유럽의 신식교육을 접한 신여성이었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는 프랑스로 가던 중 비스바덴에서 처음으로 룰렛 도박을 하였는데 5000프랑이나 되는 제법 거액의 돈을 땄다. 이 일은 그가 도박 중독에 빠지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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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의 도스토예프스키. 사진=김세곤 제공
8월14일에 도스토예프스키는 파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수슬로바는 마음이 변해있었다. 그녀는 파리의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스페인 출신 의대생과 격렬한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더구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도착하기 1주일 전인, 8월 7일에 결혼까지 약속한 스페인 청년이 절교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자, 수슬로바는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황당했고 낭패였다. 다행히 일주일 뒤에 수슬로바는 육체적 관계는 거부하고 오누이처럼 함께 여행하는 데에 동의했다. 8월22일 경 두 사람은 파리를 떠나 바덴바덴을 지나 이탈리아 여행을 한다.

바덴바덴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지난번 비스바덴에서처럼 돈을 딸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룰렛 도박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중에 있는 돈을 몽땅 잃고 말았다. 그리하여 아주 궁핍한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은 두 달 만에 끝났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고, 수슬로바는 파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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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슬로바 초상화. 사진=김세곤 제공


이후 수슬로바는 유럽을 전전하다가 2년 뒤 1865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고 그 뒤에도 몇 차례 외국 생활을 하다가 1880년에 비평가 로자노프(1856∼1919)와 결혼하게 된다. 당시 수슬로바는 41세였고 로자노프는 24세였다. 1863년에 42세의 도스토예프스키가 24세의 수슬로바를 만난 것과 역전된 것이었다. (이덕형 지음, 도스토예프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폐테르부르크, 웅진 씽크빅, 2009, p 236-242)

그녀의 모습은 훗날 1866년 10월에 쓴 '노름꾼'의 여주인공 뽈리나에서 묘사되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수슬로바는 거만하고 ‘악마적인’ 여인이었으며, 사악함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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