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20.07.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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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전(前) 국민일보 주필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압승을 등에 업고 금단의 구역으로 기세 좋게 진입하고 있다.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왜곡처벌법’과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등 5·18 관련 두 법안을 당 소속 의원 177명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했다는 보도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인식과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당해야 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게 될 모양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유난히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유공자들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왜곡하는 파렴치한 자들이 활개 친다. 21대 국회에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파렴치한 자들을 처벌할 특별법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압승으로 기고만장해진 집권당

한마디로 “우리가 못할 게 뭐 있느냐”는 말이겠다. 물론 혼자 생각만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정권의 실세‧유력자‧골수지지자들이 압박하고 부추기고 응원하리라는 점은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광주MBC와의 대담에서 ‘5‧18 정신과 취지의 헌법전문 반영’을 역설했다. 그는 이 의지를 재작년 자신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의 담았지만 개헌 자체가 좌절된 점을 상기시키며 “언젠가 또 개헌이 논의가 된다면 헌법 전문에서 그 취지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다음날 광주 기념식에의 기념사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길 잊지 않았다.

‘5·18 왜곡처벌법’에는 5·18의 역사적·법률적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부인·비방·왜곡·날조를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정권측이 5‧18을 정의하고, 그걸 국민이 따라야 할 수칙으로 삼을 것이며, 이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중형을 선고하겠다는 말이 된다.

전제주의 또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이런 제도는 생각조차 못할 일이다. 국가의 어떤 기관도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의 권한을 가질 수 없다. 당연히 그 결과를 국민의 인식 속에 강제로 주입하고, 거부할 경우 처벌을 하는 권한도 허용되지 않는다.

진상조사 언제까지 얼마나 더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제19조),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도 당연히 포함된다.

미국은 근대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이 나라의 수정헌법 제1조부터 제10조까지는 권리장전으로 불린다. 그 제1조엔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도대체 국민의 인식과 판단까지 규제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을, 21세기 민주국가의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황당하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을 개정해 진상조사위원회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겠다는 것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이 대표가 말한 것처럼 그간 9번이나 진상조사를 했다. 그러고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으니 이제는 강제조사권을 가진 위원회가 조사토록 하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진상조사라는 것을, 국력을 기울여가며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상이 규명된 예는 세계사적으로도 없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하겠지만, 그걸 현실의 국가 과제로 삼아서 끝없이 ‘과거사 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할 일은 아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고 1차적 정리가 이뤄진 후엔 역사에 넘겨야 옳다. 그야말로 ‘역사의 법정’에 맡기는 것이다. 인류사는 그렇게 이어져 왔다.

그래서 말인데, 정부와 여당이 희생자 및 유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분노를 자극하면서 그걸 2차적, 3차적 징벌의 동력으로 삼고자 해서는 안 된다. 힘을 너무 믿으면 과잉 행동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게 다시 훗날의 분노와 징벌을 초래한다는 게 정치사의 경험칙 아닌가. 이 이치를 잊지 말 일이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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