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0.09.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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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전(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가난한 고령 노인들! 경쟁사회에서 배제되고 무자비한 시장논리로 낙오됐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적당한 일거리도 없고, 몸도 성치 않다. 국민연금도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서 제대로 가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운 날이나 추운 날이나 하루 온종일 무거운 수레 끌며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폐지 모아 팔아보지만 한 끼 밥값 정도다. 이들에 대한 국가의 대책은 어떤가.

적정하고 촘촘한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소득 3만 불을 넘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나라다. 그런데 빈곤한 노인을 위한 대책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재산 수준이 하위 70% 이하인 경우 매월 최대 25만원(하위 20%는 30만원, 2019년 4월 기준)이 기초연금으로 지급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계·의료·주거 급여 등이 지원되어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보다는 낫다. 하지만 연락을 끊고 살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식이 있으면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마땅한 일을 찾기 어렵고 간혹 일거리를 찾더라도 매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자주독립 체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적정하고 촘촘한 맞춤형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복지정책이 우선적으로 거론되지만, 왜 시원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부담이다. 국가가 각종 복지혜택을 국민에게 부여하기 위해서는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저성장이 지속되고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부양 부담이 늘어감에 따라 복지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재분배의 공평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긍휼히 여기는 심성이 있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고 기꺼이 나누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이 노력한 결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정당한 가치배분이 타인에게 돌아가게 될 때 이를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반된 심성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지만 천사가 아니어서 마음을 활짝 열고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다.

흔히 ‘복지병’이라고 하는 복지 의존성 문제도 복지확충의 걸림돌이 된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확보해 준다. 그런데 사람들이 복지정책에 의존하여 더 이상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 이 문제는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사회적 권리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무조건 많이 내 놓으라고 소리칠 것은 아니다

일찍이 마샬(T. H. Marshall)은 복지국가의 발전을 시민의 권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라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복지수급권은 시혜적 차원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당하게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간혹 가난한 노인들 중에 국가의 도움을 피하는 경우가 있다. 법적인 권리로 보장된 ‘복지권’이지만 자신들에게 씌워지는 복지수급자라는 오명 때문에 급여나 서비스를 요구하기를 내켜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서 밀리고 밀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까지 받으면 너무 꿀린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복지를 요구하는 노인들도 많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지간히 살만하다면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정당한 권리주장이 아니다. 공자는 “소인은 궁(窮)하면 흐트러지는 법이지만 군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군자는 원래 궁한 법(君子固窮)”이라 했다. 너무 빈곤한 척 하지 말고, 오히려 조금의 여유라도 있다면 베푸는 삶이 좋다.

노년의 가난은 회복이 어렵다. 그래서 가난한 노인은 어쩔 수 없이 국가의 신세를 져야 한다. 이 경우 복지수급권은 권리이니 부끄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난이 자랑일 수도 없으니 대놓고 더 내 놓으라고 소리칠 것도 아니다. 또한 처지가 오죽하면 그러겠는가마는 “일 하면 수급 못 받아요!”라고 하는 ‘복지병’도 곤란하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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