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20.08.0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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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전(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노년파산’이라는 말이 있다. 소득 없이 매일 빚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노년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생활비가 없어서 정부의 복지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자식 눈치 보며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보라.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목숨이 붙어 있어 하는 수 없이 사는 세상, 서러워도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

은퇴하기 전에 빚부터 없애라

은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경제적 장애물은 빚이다. 퇴직하기 전에 반드시 부채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빚이 있다면 퇴직 전 고정소득이 있을 때 모두 청산해야 하며, 새로운 부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부채는 보통 작은 금액의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면서 시작된다. 수시로 현금서비스를 받고 대출원금 상환을 하지 않은 채 이자만 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면서 점점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빚은 그냥 두면 자꾸 불어나 나중에는 악성채무가 된다. ‘빚이 빚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부채관리는 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은 작은 금액이라도 마이너스통장, 현금서비스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카드 돌려막기는 파산의 지름길이다. 신용대출, 담보대출 같은 것도 갚을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면 받지 말아야 한다. 외식과 소비를 줄이고 긴축 가정경제를 실시해야 한다.

빚은 그냥 놔두고 매달 들어오는 봉급으로 처자식과 먹고 즐기기만 하다가는 인생 말년을 배고프게 사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자녀의 유학이나 결혼을 위해 빚까지 낸다면 소득이 급감하는 기나긴 은퇴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냥 뭐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은퇴가 다가올수록 위험을 회피해야 한다. 위험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지 말고, 특히 주택을 저당 잡히지도 말자. 저당을 뜻하는 ‘모기지(mortgage)’는 라틴어의 ‘죽음(mort)’과 ‘서약(gag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잘못된 경제관념과 지나친 부채는 죽음을 약속하는 끔찍한 서약이 될 수 있다.

무소득 크레바스를 대비하라

은퇴를 가로막는 두 번째 장애물은 퇴직 직후에 닥치는 무소득 크레바스이다. ‘크레바스(crevasse)’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을 뜻하며, 흔히 퇴직 이후부터 연금을 받기 전까지 발생하는 무소득 기간을 지칭한다. 말 그대로 인생에서 현금 흐름의 거대한 틈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은 모두 연금 지급이 개시되는 연령이 있다. 공무원연금은 60세 전부터 지급되는 일부 경과 조치가 있지만, 60세에서 점진적으로 늦춰져 2033년부터 65세가 된다. 사학연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도 출생연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지급시기가 늦춰져 1969년생부터 65세가 된다.

그런데 대개 1차 직업의 현실적인 퇴직연령이 연금지급 개시연령보다 수 년 또는 많게는 10년 정도까지 빠르다. 퇴직할 때 일시불로 받는 얼마간의 퇴직금이 있지만 자녀 교육비나 결혼 비용으로 다 털어 넣어야 할 판이다. 미리 앞당겨 받는 조기연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나머지 인생 동안 계속 감액된 연금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퇴직 후 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하는 균열의 절벽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소득절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현직에 있을 때 절약하면서 개인연금을 들어 두거나 저축을 해놔야 한다. 부동산을 마련해서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은퇴를 대비해서 미리 가교직업(bridge job)을 탐색하고 준비해두는 것이 더욱 좋다.

은퇴 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영업은 무작정 뛰어들 것이 아니다. 그랬다가는 퇴직금만 날리기 십상이다. 지금 한국이 치킨공화국, 커피숍이나 음식점 천국이 된 것은 장사가 잘 되어서가 아니라 진입 장벽이 낮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만큼 쉽게 문을 닫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현직에 있는 동안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 놓아야 실패확률을 낮출 수 있다.

은퇴 후 먹고 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인다면 행복한 은퇴는 그냥 꿈에 불과하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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