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0.09.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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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전(前) 국민일보 주필.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등을 주도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대북 전단 및 패트(PET)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

“남북정상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통일부가 설명한 고발내용이다.

전단 살포 고발에 나선 통일부

우선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파하고, 굶주리는 동포들을 위해 패트병에 쌀을 넣어 보내주는 탈북민의 인도적 행위가 어떻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남북 교류협력법이 내국인 단속법이인가. 그렇다면 이는 제2의 국가보안법인 셈이다. 이렇든 저렇든 이는 남북교역에 대한 규정을 담은 교류협력법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급해서 그런지 일단 아무 법으로나 걸어놓고 보겠다는 심사인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도 황당하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게 이들 두 시민단체인가 북한인가. 협박은 김여정으로 부터 받고 위협은 우리 국민에게 하다니!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기도 유분수지,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면 공익침해죄에 해당하는가.

통일부 관계자라는 어떤 사람은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간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한 4·27 판문점 선언(2018년), 경우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6년)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군사합의는 양측 군대끼리의 적대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탈북민들이 고향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치고, 인식을 바로잡으며, 그들의 굶주림을 조금이라도 면하게 해주고자 하는 일을 군사합의 위반이라니? 언제 이들이 군인의 신분을 가졌었던가.

통일부가 얼마나 치졸하냐 하면 이들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이런 말은 북한 측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여정이 버릇없는 말을 함부로 하면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체통에 상처를 입힌 혐의로 제소하겠다고 하는 게 옳다. 아울러 그들 남매의 지위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할 일이다.

자기가 놓은 덫에 걸릴 수도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정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 조직인가. 북한 체제 실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자국 국민을 처벌하겠다고 소위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에 나서는 통일부는 어느 나라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가.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는 기관이라면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회복시키는 데 앞장설 일이다. 정권은 유한하다. 그러나 동포는 영원하다. 누구를 위해 일하고 봉사하고 헌신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마땅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이렇게 막나가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믿어서인지, 김정은-김여정의 심기를 염려해서인지 궁금하다. 그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과 김 씨 일가의 생각이 똑 같다고 여겨서인가.

현 정권 사람들의 인식과 행태는 폭주열차를 연상케 한다. 성가신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 또는 그룹이 있다면→규제 및 처벌의 핑계로 삼을 수 있는 아무 법이나 끌어다 붙인다→그게 너무 군색하다고 여겨지면 처벌법을 새로 만든다. 이것보다 더 편리한 방법이 또 있을까?

이런 법이 만들어지면 해당 인사나 단체들만 다치고 마는 게 아니다. 처벌에 재미를 붙이면 전단 살포 행위에만 한정하기가 싫어진다. 정부를 곤란케 하는 행위는 무엇이든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이미 5‧18을 폄훼하면 형사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정부가 그래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가 있는데 그런 법제정이나 개정이 쉽겠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행정부 견제를 국회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박”이라고 집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종민)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제는 삼권분립의 기본 얼개까지 헐어버리겠다는 기세 아닌가. 이런 정권이 무슨 일인들 못할까.

힘이 있어 그 힘을 자랑하겠다는 데야 어쩌겠는가. 다만 하나는 명심해 두는 게 좋겠다. 자기가 놓은 덫에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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