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0.09.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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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전(前) 국민일보 주필
의회야 말로 민주정치의 상징이다. 의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의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민주정치가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집권당이자 원내의 압도적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민주정치의 기본 얼개를 깨트려버렸다. 1당 국회를 강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싹쓸이 감행

민주당은 지난 15일 관행적으로 야당의 몫이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6명의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해 버렸다. 미래통합당이 관례를 들어 법사위를 자당 몫으로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외면했다. 이에 저항하는 통합당에 대해 민주당은 29일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로 거대 여당의 위력을 과시했다.

어떤 법안이나 의안도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의석을 민주당은 총선으로 확보했다. 국회선진화법 규정들을 무력화시키기에 의석이 부족하지 않다. 범여권까지 합하면 190석에 이른다. 민주당이 하기에 따라 의회독재가 가능한 숫자다. 설마 했지만 민주당은 실제로 1당 국회의 시대를 열고 말았다.

군소정당의 참여를 핑계로 복수정당제는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할 텐가? 그런 의미의 복수정당제라면 북한도 그걸 주장할 수 있다. 조선사회민주당, 조선천도교청우당 등이 최고인민회의 의석을 갖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 외에 8개의 정당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노동당, 중국은 공산당 1당 체제라고 하지 복수정당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국회 조직과 운영의 관례라는 것도 중요한 규범이다. 적어도 국회 안에서는 법이나 다름없다. 상임위원장 자리는1988년 제6공화국 성립 이래 여야가 나눠 가졌다.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다. 몇 차례 예외는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관례로 정착됐다. 그걸 민주당이 깨트려버렸다. 자신들이 과거 그토록 비난하고 저항하고 투쟁했던 반민주적 의회독재 행태를 답습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독재란 그런 것이다. 야당과 국민이 말을 안 들어서 불가피하게 단독으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핑계로 발을 들여 놓는다. 그 다음엔 권력의 편의에 따라 1당 의회를 이끌어간다. 그런 행태에 익숙해지면 독재의 구조화를 시도하고, 그 구조 하에서 통치를 한다.

의회정치는 협치를 전제로 할 때 성립된다. 인내를 거부하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국회 원구성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단독으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별도의 법적 요건이 있기 때문) 17개 상임위원장직을 싹쓸이 했다.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주느니 의회독재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렇게까지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의회 독재를 가능케 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민주파괴 주도하다니

민주화 투쟁 세력이라고 자칭한 문재인 정권에 의해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싸우다가 닮는다더니 이 싸움꾼들이 기어이 과거 자신들이 상대했던 독재체제를 그대로 닮아가기 시작했다. 첫 걸음을 떼기가 어렵지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과거의 독재는 국가재건‧경제부흥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문을 열어젖힌 독재는 정권 편의적 독재다. 전시 또는 천재지변의 상황이 아니다. 독재가 출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냥 자신들이 독재하기에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했으니 그 길로 가겠다는 것이다. 독재정치의 판도라 상자 안에는 온갖 유혹들이 들어 앉아 있다. 이걸 여는 순간 집권세력을 타락시키는 악마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미 상자의 뚜껑은 열려버렸다.

민주당은 당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공수처 설치 등 국정 현안들을 단독으로 처리하려 할 게 뻔하다. 그 외에도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은 많다. 이른바 경제 3법, 역사왜곡 금지법, 국회의원 국민 소환법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선진화법이 법안 단독처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법을 고치면 된다. 공수처장 추천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그 규정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입법 사항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민주주의는 깨트려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 것이다. 부숴버리기는 쉬워도 복원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세계 정치사의 경험칙이다. 도대체 왜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파괴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가. 문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정치를 이끌기로 했다는 것인가. 그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독재의 유혹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정권의 실세들 이성을 되찾고 민주의식을 회복하길 바란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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