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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3(목)

피디수첩, "남편은 자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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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 사진제공=연합뉴스
[글로벌경제 이승원 기자]
MBC 피디수첩이 14일 "남편은 자살하지 않았다"편이 방송된다.

MBC뉴스에 따르현 피디수첩은 지난 지난 2014년 4월 26일, 오전 11시 35분. 정범식 씨의 마지막 순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정범식 씨.

그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작업반장 박준석(가명) 씨였다.

쉬는 시간, "현장 장비가 이상하다"는 말을 남겼던 故정범식 씨. 그로부터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작업반장은 호스에 목이 감긴 채 난간에 매달려 있는 정 씨를 발견했다.

피디수첩 방송에서 목격자 한 명 없던 그의 죽음은 사고였을까, 선택이었을까. 사고 한 달여 후 경찰은 그의 정신과 진료 기록,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그가 자살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런 경찰의 주장을 현장 동료, 유족 모두 믿지 않았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감별해 논단하기 어렵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 "자살 사고는 보이지 않았다"는 故정 씨의 정신과 담당의의 소견, 사고 전 모두 해결된 카드 값 연체 내역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사결과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피디수첩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볼 땐 故정 씨의 몸에 남은 여러 흔적들도, 자살로 단정하기엔 어려운 구석들이 있었다고 했다.

피디수첩에서 故정 씨의 친조카이자, 현장 동료였던 정태성(가명) 씨는 "자살을 할 생각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고도 했다.

피디수첩 방송에서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아내 김은혜(가명) 씨는 언론과 국회에 호소했다. 정 씨의 죽음은 그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경찰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이 분(경찰)들도 믿었던 것과 달랐다"는 김 씨는 남편의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5년 4개월, 지난한 법적 공방이 오갔다. 지난해 8월,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그간의 경찰 조사 결과를 모두 뒤집었다. 남편의 죽음이 사고로 인정된 순간이었다.

피디수첩, 그 사이에도 현장에서는 또 다른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정 씨의 사망 이후 현재까지, 29명의 노동자가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사망했다. 올해 상반기, 넉 달 동안에만 5명이다.

피디수첩 방송은 지난 2월 현대중공업 풍력발전소 부근 작업장에선 21m 높이에서 추락한 60대 노동자가 숨졌고, 지난 5월에는 유독가스를 흡입한 30대 노동자가 질식해 숨졌다고 했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이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는 것. 둘째, 두 노동자의 작업 현장엔 마땅한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

60대 사망 노동자 김 씨의 유족은 "사고가 나면, '왜 그 사람은 거길 갔지?'(라 묻는다)"며, "시설·안전교육 문제는 간과하고 노동자만 문제삼는다"고 지적한다.

피디수첩 방송에서 노동자들 사이에선 "다섯 명이 죽어야 배 한 척을 띄운다"는 말이 있다.

창사 47년,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선 그동안 467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1년에 10명꼴이다. 특히 하청노동자들은 더욱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 힘들고 위험한 작업은 주로 하청 업체의 몫인데다,

원청이 요구하는 공사 기간은 촉박하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의 사망 사고 48건, 그 중 36건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이었다. 원청노동자의 3배 수준이다.

이 죽음들에 대해,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제대로 된 책임을 진 적이 없다. 대부분이 불기소처분, 벌금도 가장 높은 경우 1500만 원에 그쳤다.

2017년 故노회찬 의원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3년 동안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된 이 법안은 21대 정의당의 첫 법안으로 다시 발의됐다.

노동자들의 죽음 속에서 맞바꾼 이윤 극대화와 기업의 성장. 과연 대한민국 조선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현대중공업만의 문제일까? 피디수첩 '남편은 자살하지 않았습니다'는 오늘(14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이승원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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