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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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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전(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연금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누가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부담한다. 공적연금의 재원부담방식은 대략 3가지다. 보험료 거두기, 조세로 충당하기, 그리고 보험료와 조세를 혼합한 방식이다. 꼭 어떤 것이어야 하는 정답은 없다. 정치·사회적 환경과 해당 연금제도의 목적과 역사적 배경이 그것을 결정할 따름이다.

사회보험방식과 조세방식의 연금제도

가장 보편적인 재원부담 방식은 보험료를 거둬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금제도란 경제활동 시기의 소득을 은퇴 후 소득이 없을 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 자기 몫의 보험료를 내게 하고 퇴직 후 연금을 준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연금제도를 사회보험방식의 연금제도라 한다.

사회보험이란 말 그대로 보험의 원리와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회경제제도다. 미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현실로 위험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연금을 받는다. 젊어서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할 수 있고, 장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보험의 원리와 방식이다. 한편 공적연금이 사회경제제도인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장을 위해 사회연대 원리를 접목했기 때문이다. 연금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험료는 보통 근로자와 사용자가 50대 50으로 균등하게 부담하고, 자영자는 본인이 모두 부담한다. 그런데 보험료 외에 조세로 연금재원의 일부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가 사회보장 차원에서 지급해야 할 ‘보험 외 급여’를 포함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실업수당을 받은 기간이나 출산, 육아, 가족간병을 위한 기간을 연금제도의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경우 추가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보험료 없이 조세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연금도 있다. 보통 전 국민에게 공통으로 같은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조세를 재원으로 운영된다. 일본의 국민연금이 그렇다. 이것은 공공부조방식의 연금이다.

사회보험방식의 연금을 기반으로 하면서 보충제도로 공공부조 연금을 두는 경우도 많다. 사회보험방식은 보험료 납부가 전제되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노후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를 직접 투입하는 공공부조방식의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사회보험방식의 국민연금과 별도로 공공부조방식의 기초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 조사를 통해 빈곤한 노인에게 일정 금액의 연금을 무상으로 지급한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 삶이 지탱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지만 수혜자가 가난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단점도 있다. 공공부조방식의 기초연금은 자칫 수혜계층의 근로의욕과 저축의욕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생산력을 저하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개인책임과 사회연대의 조화가 필요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가 아닌 은급(恩級) 형태의 부양연금도 있다. 중세유럽에서 군신 간의 충성관계를 기반으로 군주가 신하들을 죽을 때까지 부양하는 전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정부 관료에 대해 부양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부양연금의 재원은 당연히 국가의 조세다.

한편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부양연금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무한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이 일정 보험료를 내면 나머지 대부분은 국가예산으로 충당하는 식이다. 프랑스 공무원연금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은 공무원과 국가가 50대 50으로 보험료를 내고, 부족한 금액은 얼마가 되든지 국가가 보전하는 형태다. 이러한 국가보전 방식은 비판을 많이 받는다. 국가가 더 부담해야 할 사정이 있고 논리가 있다면 원칙을 정해놓고 국가가 더 부담하는 것이 옳다.

결국 연금재원이 보험료냐 조세냐의 문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국가에 의한 일방적 사회보장은 개인의 책임의식을 약화시킨다. 일종의 무임승차 문제를 심화시켜 결국 사회 연대성을 훼손할 수 있다. 개인의 책임 없는 연대성은 지속되기 어렵다. 이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붕괴된 역사적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연대성을 무시한 개인주의나 개인책임 만능주의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아니다. 개인의 책임과 사회 연대가 조화될 때 공적연금의 진정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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