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20.08.0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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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전(前) 국민일보 주필.
정말 자~알 하는 짓이다. 현직부장검사가 피의자인 현직 검사장에 대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한동훈 검사장 측은 독직폭행(瀆職暴行: 검찰 경찰 등이 피의자 등에 대해 가혹한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하는 것)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증거인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야말로 희비극이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지켜보는 국민은 숨이 막힌다. 더 황당한 것은 정 부장검사가 종합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는 사진을 중앙지검 수사팀이 언론에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한 검사장의 저항이 그처럼 격렬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피의자 역시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있어야 할 텐데?

한동훈 검사장을 완력으로 제압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도 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중앙지검은 기어이 수사를 계속할 작정이다. 물론 수사팀-이성윤 지검장-추미애 법무장관-(더 높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 무관할 수가 없다. 정말 순수하게 수사팀만의 판단이라면 정 부장검사가 상급자인 한 검사장을 그처럼 거칠게 다룰 수 있었겠는가. 추측되기로는 그렇다.

만화적으로 상상하자면 검찰 내의 문재인 대통령-추미애 장관-이성윤 지검장 파와 윤석열 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생사의 대결이다. 어쩌면 대결 국면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전자의 후자에 대한 토벌 과정일지도 모른다. 사명감을 가진 하수인들이 제대로 권력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힘자랑을 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긴 이런 해괴한 장면은 문재인 정권에서는 당연히 일어나게 된 일일 수가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약속했다. 그런 나라에서 경험했던 일만 일어난다면 그건 공약 위반이다. 정말 기상천외하다는 느낌을 주는 일이 줄줄이 일어나야 대통령의 공약이 실천되고 있는 게 된다.

정진웅 부장검사보다 더 실감나게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때였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서울동부지검에 간 지 3개월이 안 돼 차관 발령이 난 것 같다. (추 장관) 아들 수사 건이랑 관련된 게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추 장관이 끼어들며 “소설을 쓰시네”라고 비아냥거렸다. 윤 의원이 항의하자 추 장관은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받았다. 장관의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은 ‘질문 같잖은 질문’이라는 뜻이겠다. 이게 추 장관 언어의 품격이다.

폭주의 끝에 뭐가 기다릴까?

그 다음 날 신평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 장관이 1985년 초임 판사 시절 지방 근무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을 찾아와 펑펑 울며 호소했다”고 썼다. 신 변호사는 같은 글에서 추 장관을 “장관직에 맞지 않는 인물(unfit person)’이라고 주장했다.

장관이 된 후 그가 보이는 행태로 미루어 충분히 그런 소동을 벌일 만한 인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추 장관은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를 부인하면서 반박했다. “정통성을 상실한 신군부 아래서 판사 임용장을 받으러 가지 않았던 게 팩트”라는 것이었다.

‘정통성을 상실한 신군부’ 아래서 판사로 근무하긴 했지만 임용장 수령은 거부했다는 뜻이 된다. 신군부에 대한 저항감과 거부감이 아주 컸던 듯이 한 말이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정의감과 투쟁정신의 발로였다면 판사직 자체를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문맥이 이어지지 않겠는가. 판사직을 내놓은 것도 아니면서 무슨 투쟁이나 한 듯이 썼다. 낯간지럽지 않았을까?

추 장관은 언론들이 자신의 휴가에 대해 보도했다고 해서 ‘관음증’ 운운할 정도로 말을 가리지도 사리지도 않는 사람이다. 초선 의원들을 앞에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모습도 보였다. 요즘은 법무장관뿐만 아니라 검찰총장까지 차지한 인상이다. 그래서 ‘법무총장’이라고도 불리던데, 문재인 정권의 선봉장 역할로 영일이 없다.

아마도 문 정권은 국가 대 개조 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 아예 국가의 구조를 바꿔 버리겠다는 기세다. 과거 우파 정권 때의 법과 제도, 기구, 가치 등 기본 얼개들을 다 헐어버리고 전혀 다른 나라를 세우겠다는 사명감에 정부와 여당이 함께 들떠있는 분위기를 보인다. 이럴 때에야 말로 추 장관 같은 캐릭터가 선봉장으로서 적격일 듯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그 폭주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 지 누가 알랴. 역사의 경험이 말해 주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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