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0.10.01(목)
center
안태환 원장.


병원을 떠나있던 전공의 후배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다.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진 집단휴진도 비로소 17일 만에 일단락됐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만만치 않았기에 지난한 과정이었다.

강고한 연대가 조직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집단의 문제인 의료 정책 반대의 결속 정도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뒤집혔다. 그만큼 의사들은 분노했고 절규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학생들은 물론 청년의사들을 위시하여 대학병원의 교수는 물론, 의료계 원로들까지 단일대오로 대응했다. 과거 의약분업 파업 때와는 사뭇 달랐다. 집단 휴진으로 인해 환자들의 불편이 수반되니 의료 현장으로의 복귀는 참으로 다행이다. 의사는 환자 곁이 가장 아름답다.

후배 의사들의 진료 복귀는 응당 잘한 일이다. 그러나 가치 있는 명분과 목표를 이제 포기하란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당장의 정부 정책 변화를 금번 집단 휴진의 성패 기준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스페인 의사 파업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파업일수록 호흡이 길고 발걸음은 강건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공동체와 시민의 이해 속에서 반대의 명분은 튼실하게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합의된 의정협의체를 통해 대화를 튼실하게 이어가면서 국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이제부터 의료계가 시급하게 할 일이다.

응급실은 회한의 존재와 닥칠 고통의 가능성을 염려하는 존재로 구분된다. 그러나 의사는 객관적 태도로 담담하게 그 상황을 항상 응시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의사가 된다. 합리적 판단을 유지해야 귀한 생명을 보듬을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투쟁은 평가와 반성의 토대 위에서 만이 사람을 남긴다. 모든 갈등은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이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이 또 민주주의의 풍경이다. 의사사회는 한층 성숙해졌다. 후배들의 덕이다.

이미 국민과 환자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욕을 먹었다. 코로나19의 확산 속에 전개된 파업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에 대한 그간의 한국 사회는 매우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의사 파업으로 인한 생명위협의 공포는 시민들로 하여금 의사파업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견인했다. 그러나 유연하고 사려 깊은 철학자 칼 포퍼가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면 닫힌 사회현상으로 규정했을 것이다. ‘전체주의를 막아내는 길은 비판을 허용하고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열린 사회를 만드는 것뿐’이라는 칼 포퍼의 지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제나 옳다. 집단 휴진의 온당한 이유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의정협의체에서의 논의는 지난하고 고단할 것이다. 경영난에 휴·폐업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작금의 현실 속에 의료 수가는 물론이고 그간의 의료정책에 대한 누적된 의견들은 때로 더 큰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정책의 견해들은 본디 전선은 넓고 담론은 크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의료 인프라는 다시금 비판과 항의의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본디 시끄러운 것이다. 열린 사회라면 응당 거쳐야 될 과정이다.

의사라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시민으로서 집단 휴진을 부당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 구성원이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그 어떤 파업도 윤리적 정당성이라는 근원적 물음을 피해 가기 어렵다. 철도파업이 그러했고 금융권 파업도 그러했다. 모든 이익과 요구를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공공성과 민주주의의 잣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당사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모든 정책은 파업의 정당성이 된다. 그것 또한 열린 사회의 바로미터이다.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의료정책으로 촉발된 집단 휴진이 밥그릇 투쟁이라는 비판이 있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 말이 설령 맞다 치더라도 의사 밥그릇을 의사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지키겠는가? 획일적 질서로 꽁꽁 묶여진 전체주의 국가를 바라는 것인가.

이제 공은 다시 우리 사회 공동체에 넘어왔다. 청년의사의 결기는 확인되었다.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절대가치의 진정성에 온전하게 복무 할 것이다. 정부도 열린 사회를 위해 진실함을 갖고 부디 그리하시라.

프레쉬이비인후과·성형외과 강남본원 대표원장
<저작권자 © 글로벌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드코로나시대 생존전략을 듣는다
창간 6주년 기획특집
'안녕'한 사회, 자원봉사가 만든다
이진곤의 '그게 말이지요'
최재식의 '놀고 쉬고 일하고'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윤기설 칼럼
안태환의 '의료 인문학'
장재현의 부동산 톡!톡!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총수 열전
2020 국민의 선택 4.15총선
21대 총선 후보자 릴레이 인터뷰
시니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