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의 국제적인 명품화 이끄는 정재인 작가

2017-09-01 18:44:12
[글로벌경제신문 김동우 기자]
순수하게 반짝이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사람의 눈망울이 그렇고, 보석이 그렇다.

A4 용지를 꽉 차게 써내려가도 모자를 만큼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의 눈동자에는 순수함이 가득하다. 순수한 감성에서 피어오르는 예술은 잔잔한 듯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감동은 오랜 시간 여운이 남는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들이 몇 년이 흘러도, 한국을 넘어 세계인에게까지 두루두루 회자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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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사진: 전성기 매거진)

첼리스트 겸 주얼리 디자이너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예술적인 감각을 습득한 탓일까. 정재인 작가는 2013년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데뷔작 단 한 편만으로도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가 선보인 혁신적으로 재해석된 고전 장신구는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열렬한 호응이 있었다. 그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퓨전 장신구는 ‘전통’하면 떠오르던 고리타분함은 싹 지워 버렸지만 클래식하고 우아한 기품은 그대로 가져갔다. 그는 데뷔작 한 편만으로 크게 호평 받았지만 그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후, ‘별에서 온 그대’, 영화 ‘아가씨’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처음 시도되는 새로운 기법의 장신구와 소품들을 선보이며 평단을 넘어 대중에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한류 드라마를 통해 선보여진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정체성,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전통에도 감각적인 비주얼이 필수라고 바라 본 그의 행보가 가져 온 일들은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그의 작품이 전시된 박물관이 매달 몇 천 명의 관광객이 증가한 일화나 그의 작품이 선보여진 패션쇼가 뉴욕과 일본 등지에 초청된 사례는 잘 디자인된 주얼리가 예술적인 볼거리를 넘어 관광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당당하게 선보이고 또 인정받으며 세계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주얼리 외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의상이 돋보이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주얼리가 아닌 그 자체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의상, 분장, 미용, 소품, 세트 등 미술의 여러 파트와 함께 시너지를 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는 매 작품마다 넓은 디자인 스펙트럼을 활짝 펼쳐내며 ‘히트작’을 끊임없이 갱신했고, 일반인이 다가가기 어렵게 느꼈던 사극과 시대극의 비범한 예술까지도 일상에서 숨 쉬도록 만들어냈다. 작품마다 다른 장르의 주얼리를 선보이면서도 그 안에 그만의 독특함을 새겨 넣었다.

한국적인 요소가 담긴 아름다움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의 작업은 전통이 새 시대에 걸 맞는 옷으로 갈아입게 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물어낸 그의 작업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 ‘민휘아트주얼리’ 로고를 단독으로 큼지막하게 새겨 넣어 누가 봐도 민휘아트주얼리가 참여한 작품임을 알 수 있게 했는데 디자인을 시작한 지 단 5년 만에, 그것도 의상을 전공한 디자이너가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작품마다 ‘아트주얼리’ 이름표를 달았을까.

1년에도 수십 편의 작품들에 ‘민휘아트주얼리’ 크레딧을 올리며 참여한 모든 작품에서 뛰어난 디자인력을 선보인 것도 괄목할 만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남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소재의 장신구들을 끊임없이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이라는 틀 안에서 끝없이 변화하고 혁신을 추구했다. 전에 없던 소재로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독창적인 실루엣으로 스타일링을 하여 매번 다른 도화지와 도구를 가지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냈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간 그는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 모든 시도를 성공적으로 일궈 왔다. 특히 착용자의 의견을 존중 하는 소비자 중심의 디자인 철학은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샀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브랜드 파워를 넘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받아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았기 때문에 더 의의가 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다음 행보의 예측이 쉽지 않다고 평가받는 그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확하게 한 곳을 향해 있다. 이때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 젊은 작가의 열정은 반짝이는 두 눈에 가득 담겨 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엄마의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기특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이 있을까?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마치 동화 같이 아름다운 꿈을 그려내고 있는 정재인 작가의 디자인 세계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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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사진: 전성기 매거진)


Q. 주로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 무대를 통해 주얼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주얼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주얼리 디자이너와는 다르게 극 중 스토리와 캐릭터를 좀 더 구체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양하면서도 진보적인 디자인을 해내고 있는데 어떤 점을 고려하여 디자인 하는지

A. 그저 특이한 혹은 착용하기 좋은 주얼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얼리 안에 담을 키워드를 생각한다. 주얼리가 상황과 캐릭터에 맞아야 하면서도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보여 지는 부분만을 포장하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할 때 단지 시각적인 요소만 고려하지는 않는다.

색감, 패턴, 소재 등 디자인의 모든 디테일은 지향점을 향해 의도되어야 하는데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일을 하고 있다. 전략과 기획 등에 있어서도 디자이너가 주체적으로 프로젝트의 전체 프로세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프로젝트 구성원 모두 디자인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구성원 모두가 유연하게 생각하고 공생하고 협력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200억 이상이 투자되어 최대 기대작으로 모았던 사전 제작 드라마 SBS ‘사임당, 빛의 일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KBS ‘화랑’에 모두 참여했다. 조선시대, 신라시대, 고려시대를 넘나들며 작품세계를 선보였는데 작품마다 다른 톤의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돋보였다. 작업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A.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드라마 팀에서 많이 신경써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세 작품 다 유난히 장신구의 양이 많았기 때문에 제의가 왔을 때 망설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참여하길 잘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다 한다고 했지 싶기도 하지만.(웃음)

Q. 단단한 각오가 필요했을 것 같다. 세 작품 모두 장신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작업 기간도 거의 겹쳤다고 들었다.

A. 내가 일할 때는 많이 단순하다. 일 할 때 많은 생각을 하거나 이것저것 따지는 성격이 아니다. 한다고 하면 그대로 할 뿐이다. 대체로 힘들다는 생각을 잘 안 한다. ‘힘들다. 이걸 어떻게 다 하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에너지가 그만큼 깎인다. 믿고 맡겨주신 데에 대해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큰 부담감은 안 가지려고 한다. 사람들이 힘들겠다고 많이들 하는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 내가 힘든 일을 하고 있나?’ 하게 된다. 스스로는 별로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할 때는 또 다른 에너지가 안에서 나오는 느낌이다.

Q. 방송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됐을 것 같다.

A.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며 살아 온 시간이 쌓였기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는 것에 단련됐다. 나뿐 만이 아니라 우리 공방도 그렇다. 보통 장인 분들은 시간에 타협하지 않으려고 하시는데 우리 공장장님은 시간 내에 최상의 작품을 제작하신다. 일주일 이상 제작 기간이 걸릴 물건인데도 ‘이틀 안에 할 수 있다’고 하시더니 하루 만에 해주신 적도 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있을수록 더 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은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맞추는 것도 실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시간 내에 못 맞춘 적이 없다. 근데 그 짧은 시간 내에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런 일들을 우리는 하고 있다.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기본적인 기능이나 표면 처리, 마감에는 완벽을 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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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백진희 목걸이, 양동근 반지 (사진:MBC 미씽나인)


Q. 현대극에서도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A. MBC 드라마 ‘미씽나인’ 백진희씨의 뫼비우스 목걸이와 양동근씨의 뫼비우스 반지. 디자인 자체도 특이했고 많은 분들께서 신경써주셔서 화면에 계속 잘 나오게 됐다. 최태호(최태준 분)와 하지아(이선빈 분)의 커플 주얼리 화보 현장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주얼리 화보를 기획하는 것처럼 커플 주얼리를 디자인하고 의상 콘셉트와 포즈 시안을 제시했는데 신선한 경험이었다. 커플 주얼리지만 은과 체인을 활용하여 너무 뻔하지 않게 디자인했다. 촬영 때 배우 분들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촬영 내내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웃음) 두 분 모두 프로 모델처럼 주얼리가 돋보이는 포즈들을 취해주셔서 예쁜 사진들이 남게 됐다. 다시 돌이켜봐도 현장에서 지켜본 그 모습들은 큰 감동이다.

종방연 때 이선빈 씨께서 ‘미씽나인’ 통 틀어서 그 장면이 가장 예쁘게 비춰졌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말씀도 그렇게 예쁘게 하시는 분이다.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도 이선빈씨께서 우리 귀걸이를 착용한 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인연이 또 이어져서 너무 반가웠다. 최태준 씨도 주얼리가 너무 예뻐서 착용하고 가려 했다며 장난치셨는데 반납도 다 본인이 직접 해주시고 그랬다.(웃음) 권혁수 씨께서 ‘태준이가 연기할 때 반지 잘 보여줘야 된다’고 했다는 말씀도 전해주셨는데 작품 하는 내내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B팀에서 찍었는데 그 날 A팀이 매우 바쁜 날이었다. 근데 A팀 조감독님께서 내가 B팀은 낯설까봐 직접 와봤다며 촬영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계속 챙겨주셨다. 여자 분이셨는데 너무 잘 챙겨주셔서 반할 뻔 했다.(웃음) 위치가 가까운 곳도 아니었는데 감동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Q.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정재인 작가를 세심하게 배려해주기 때문에 더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 같다

A. 진심으로 감사하고 크게 감동받는다. 사실 나는 혼자서도 잘 다니는 스타일이라서 그렇게 걱정 안 해주셔도 되기는 하다.(웃음) 다들 바쁜 것을 아는데 나 때문에 괜히 신경 쓰이게 할까봐 그게 더 걱정이다.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다들 너무 잘 챙겨주신다. 그런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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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최태준, 이선빈 커플 주얼리 화보 (사진:MBC 미씽나인)


Q. 짧은 시간 내에도 늘 기대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모든 것을 다 잘해내는 비결이 있다면

A. 훌륭한 사람들과 협업하기 때문이다.

Q. 주로 어떤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나?

A. 때마다 다르다. 감독님, 제작사, 배우, 스타일리스트, 미술 감독님, 의상 디자이너, 분장미용팀, 소품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한다. 어느 한 분야와 소통이 될 때도 있고 정말 운 좋게 한 작품 안에 모두와 합이 잘 이뤄질 때도 있다.

Q. 요즘에는 MBC ‘왕은 사랑한다’ 작업에 한창이라고 들었다. 가장 신경 쓰는 캐릭터가 있나?

A. 내가 현장에 자주 못가다 보니 아무래도 요청이 가장 많이 오는 쪽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된다. 내가 이때까지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임시완 씨만큼 디자인에 많이 관여한 캐릭터는 없었다. 비녀, 목걸이, 반지, 치포관, 상투관, 머리장식, 노리개 등 착용하는 장신구들도 그렇지만 시완 씨가 앉는 왕좌를 비롯해서 휴식 의자, 벽에 붙은 그림, 콘솔, 약장, 보석함, 신발 등 거의 모든 아이템에 손댔다. 좋은 기회로 여러 지원을 받게 돼서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너무 짧게 주어졌다. 일주일 안에 많은 것을 해내야 해서 힘들었지만 시간 내에 최선을 다 했다.

Q. ‘왕은 사랑한다’는 드라마 최초로 8인의 한복 업체 및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화제다. 하지만 주얼리 디자이너 업체로는 민휘아트주얼리가 유일한 것이 특이하다.

A. 원래 이번 작품은 주얼리와 한복 모두 여러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하는 구도로 그려져 있었다. 제작사에서 연락이 와서 대표님을 만나게 됐는데, 여러 가지로 좋아 보이는 작품이었지만 민휘아트주얼리가 단독이 아니라면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대표님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말했기 때문에 사실 작품에 참여하지 못할 줄 알았다. 근데 대표님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를 쓰자고 하셔서 너무 놀랐다. 내 눈빛을 보니 잘해낼 것 같아서 함께 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그 믿음 때문에라도 잘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Q. 좋아 보이는 작품이었는데도 ‘단독’이라는 상대방이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카드를 던졌다.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나?

A. 하하. 내가 그렇게 계산해서 행동하지는 않는다. 정말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내 기준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 원래 내가 무조건적으로 일을 하자는 주의는 아니다. 일을 하기 전에 솔직하게 내 생각이나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근데 뭐든지 인연이 있다면 어떻게든 성사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인연이 있어서 된 것이 아닐까. 정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인연들이 생겼다. 대표님께서 다음 작품도 같이 해야 된다며 평생 언니, 동생하자고 하셨다. 같이 일해 보니까 왜 사람들이 나를 예뻐하는지 알 것 같다며 내가 진심이 있는 사람이라서 정말 많이 예쁘다고 말씀해주셨다. 크게 감동받았다. 작품은 어떻게 평가 받을지 모르겠다. 근데 대표님께 그런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이번 작품은 성공인 것 같다.

Q. 워커홀릭인가?

A. 워커홀릭 아니고 싶다. 이렇게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웃음) 내가 느긋한 면도 있다. 근데 맡은 일은 최선을 다 해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책임감도 있지만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나 보람도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내 시간의 대부분을 일에 다 쏟으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나서서 일을 찾았다 라기 보다는 뿌리치기 힘든 조건들과 함께 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계속 주어지는데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덕분인 것 같다.

Q. 사람들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지면 힘들지 않나?

A. 그런 것들을 일일이 생각하면서 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중학교 때 숙제를 안 해간 적이 있다. 그 때 선생님께서 “너는 그렇게 도도하게 생겨가지고 숙제를 왜 안 해오니?” 하셨다.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숙제를 안 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뒤로 숙제를 잘 해갔던 일이 있다.(웃음)

Q. 타인의 평가보다 본인이 느끼는 바를 더 신경 쓰는 스타일인지

A. 그렇다. 스스로에 대해 엄격한 스타일이라서 칭찬도 잘 못 받아들였다. 기사가 좋게 나가거나 사람들이 칭찬해도 마음이 좋은 사람들이니까 남도 좋게 봐줘서 하는 말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내가 그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근에 들어서 그런 칭찬들이 더 많이 고맙게 느껴진다. 잘해내고 싶다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Q. 사람의 얼굴을 잘 잊어버린다고 들었다.

A. 내가 다른 기억력들은 다 좋은 편인데 유난히 사람 얼굴을 잘 잊어버린다. 나와 몇 번이나 인사했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당황했던 적이 많다.(웃음) 그래도 그 상황을 알려주면 그 상황은 또 기억이 난다.

Q. 인사 안 한다는 오해도 받을 수 있겠다.

A. 일부러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자주 보면 안 그럴 텐데 너무 가끔 봐서 (얼굴을) 더 잘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현장에도 자주 가지 않고 필요할 때 가끔 간다. 현장에서도 여기저기 활발하게 인사하고 다니는 것 보다 할 일만 하고 조용하게 나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 어느 작품에서 만났다며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만나는데 정말 감사하다.

Q. 사람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A. 소중히 여기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두는 편이다. 인연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계속 이어진다고 믿는다. 인복이 많아서 옆에 좋은 사람들만 남게 된다. 좋은 인연들을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큰데 일이 많아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제 연락한 사이처럼 반갑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좋은 것 같다. 원래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람을 알아가는 편이다.

Q. 일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알만한 채널로 비춰지는 일의 양들만 해도 상당하다. 사람 관계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해서는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A. 얼마 전에 크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필요하다며 나를 찾아주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함께 하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먼저 작업하던 작품과 시간대가 겹쳐서 고민하다가 고사했다. 근데 그 작품이 잘 됐다. 작품이 잘 돼서 아쉽기 보다는 일단 선생님께 너무 죄송했는데 작품이 잘 되니까 더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근데 작품이 끝난 뒤에 선생님께서 먼저 연락 주셨다. “우리 재인이도 같이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셨는데 정말 너무 감사했다. 나를 오해하지 않고 이해해주셨다.

Q. 작품이 잘 돼서 아쉬웠을 것 같다

A. 사실 흥행작이냐 여부보다도 내가 그 작품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것들을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은 평생 가니까 말이다. 그 작품은 요청이 와서 현장에도 갔었고 감독님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여러 가지로 좋은 분위기가 있었다.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먼저 한 약속을 중시해야 할 것 같았다. 근데 나중에는 내가 너무 하고 싶어 해서 현장까지 찾아갔는데 못하게 됐다고 소문이 났다.(웃음) 근데 그건 아니었다. 전후 사정없이 이야기가 전달되면 사실이라도 진실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좁은 업계에서 말이 너무 많이 돌다 보니까 일하다 보면 그런 상황들이 좀 아쉽기는 하다.

Q. 보여 지는 이미지보다 성격이 털털한 것 같다

A. 내가 별로 새침한 성격이 아닌데 대화하기 전까지 그렇게 느꼈다는 분들이 많다. 원래 낯가림이 심하다. 기본적으로 내 성격이 아주 여성스럽지는 않다. 사람들도 그렇게 이야기 한다. 생각이 많기는 하지만 할 말은 하고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성격이 단순한 편이다. 고민이 있으면 계속 신경 쓰다가도 해결 되면 바로 잊어버리고 그런 식이다.

Q. 꾸준히 이어지는 관계들이 많은데 사람 관계에서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A. 진심이 있는 사람인가를 보고 전체적으로 사람간의 흐름을 본다. 일들이 자연스럽게 맞아가고 시너지가 나는 관계들이 있다. 나에게 좋은 일이 상대편에도 좋은 일이 되고 상대편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윈윈 하는 관계인 것이 중요하다. 흐름은 단편적인 일로 단시간에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오래본다. 느낌이라는 것도 있지만 상황이라는 것도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기 힘든 것 같다.

Q. 연예계는 복잡하다고들 한다. 오랜 기간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정재인 작가만의 비결이 있다면?

A.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내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 같다. 일이 바쁘다 보니까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전화가 많이 온다.(웃음) 말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이 고맙다. 내가 뭔가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에 해결책도 함께 열심히 고민해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어떤 때는 하나의 일에 관해 다양한 입장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듣다보면 진짜 아무 일도 아닌데 서로가 솔직하게 물어보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많이 본다. ‘아니면 아닌 거지’ 편하게 생각하고 항상 솔직하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Q. 이제 방송 일도 5년 이상 했으니 편해진 관계자들도 있겠다

A. 있다. 우리 집 지하에 있는 헬스장하고 로비에서 드라마 촬영이 많다. ‘품위있는 그녀’도 우리 집 로비에서 촬영한다. 집에 있으면 내려와서 인사하고 가라는 연락이 온다.(웃음) 슬리퍼 끌고 나가면 하나둘 아는 얼굴들이 보이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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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김희선‧김선아 보석 (사진:JTBC 품위있는 그녀)


Q. 이사도 안 갔나보다. 매장도 10년 째 한 곳에 있다고 들었다.

A. 항상 내 주변은 크게 변동이 없다. 큰 발전이 없는 건가 생각이 들면 서글퍼지기도 하지만.(웃음)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주변(청담동) 일대가 변화가 많은 곳인데 우리처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잘 없다. 대로변에 위치한 주얼리 숍 중에서는 우리가 가장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느리더라도 현상 유지를 잘 하면서 차근차근 발전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발전하지 않고 있다면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법이다.

Q. 귀금속 업계가 어렵다고 들었다. 발전하고 있다는 면에서 뿌듯함이 있겠다.

A. 진심으로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 문 닫는 업체들 보면 마음이 안 좋다. 사실 나는 어떤 모임에 참여하지 않아서 같은 업계에 있는 분들을 잘 모른다. 근데 엄마는 귀금속보석디자인협회에서 부회장직을 맡으신 적이 있을 정도로 업계 사람들과 교류가 많다. 같은 업계에 계신 분들께서 숍에 자주 놀러 오시는데 때마다 정말 좋은 말씀들을 해주신다. 우리 업계 중에 누군가라도 잘 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 해주신다. 다들 그렇게 마음들이 좋으시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많다. 하는 일들의 규모로 미루어 볼 때 좀 더 공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A. 우리는 매장을 늘리거나 겉으로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는 무조건 제품에 먼저 투자하고 있다. 기본(제품력)이 가장 중요하고 내실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솔직히 시간과 비용을 제품에 투자할수록 제품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로 개발도 많이 한다. 다들 ‘그새 또 제품이 많아졌다’ 한다.(웃음)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종류가 다가 아니다. 서랍마다 가득 채워져 있고 공방에도 종류가 많다. 다양한 제품을 계속 개발하다 보니까 꾸준하게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일단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좋은 디자인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래서 거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사업체를 크게 키우는 것이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도 하다. 항상 즐겁게 새로운 일들을 해보고 싶다.

Q. 그런 것 같다. 민휘아트주얼리는 일단 종류가 정말 많다. 주얼리에서 라이프 스타일 소품까지. 근데 그것이 또 민휘아트주얼리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로 보여 진다.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는 작품도 있고 상상하지 못한 콜라보 등 다양한 주얼리를 넘어 다양한 작품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A. 재밌는 것들을 이것저것 하고 있다. 뭘 하더라도 항상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뭐든지 척척.(웃음) 사실 지금처럼 한 브랜드의 이름으로 그렇게 여러 가지를 선보이는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재밌겠다’하고 만들다 보니까 종류가 너무 많아졌다. 지금 보다는 라인을 더욱 세분화해서 좀 더 다양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Q. 연애는 안하나?

A. 내가 해온 일의 양이 내 시간들을 말해주는 것 같다.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여유가 없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이게 참 문제라고는 느낀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직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벌린 일들 때문에 직원들까지 같이 밤새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우선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내 일이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다. 누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나 혼자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이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는 내 인생에서 연애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적이 없었다. 사랑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없는데 아직 운명적인 사람을 못 만났다. 지금은 연애보다도 건강에 관심이 있다. 타고난 체력이 워낙 좋아서 소홀하게 여겼는데 이젠 좀 챙기려고 한다. 요즘에는 두 시간을 자더라도 절대 작업실에서 자지 않는다. 꼭 집에 와서 잔다. 시간 내서 운동은 못하지만 집 앞 공원이라도 열심히 걸으려고 한다.

Q. 일에 치중된 삶이 문제라고 느끼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A.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때가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주의다. 평생 일만 하고 살 생각은 절대 없다.(웃음)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기본적으로 내가 일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기 때문인 것도 있다. 조금 아까 의뢰 온 목걸이도 드라마 상에서 매우 중요하게 나오는 아이템이다. 원래 PPL이 들어온 목걸이인데, 그걸 밀어내고 우리에게 의뢰한 것이니 예쁘게 잘 부탁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어떻게 열심히 안 할 수가 있나. 내게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내게 맡겨 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잘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주어지니 도저히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출장을 의뢰받은 드라마 장면이 있는데 주얼리 패션쇼 장면이다. 대본을 보고는 어떻게 주얼리에 대해 이렇게 잘 써주셨지 싶을 정도로 주얼리 아이템 하나, 하나가 잘 드러나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나를 챙겨준 사람들을 위해서도 최고로 잘 해내고 싶은 일들이다. 이런 장면이 생길 때마다 피곤함이 싹 가신다.(웃음)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너무 큰 행운들이라서 일단은 이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열심히 하고 있다.

Q. 드라마를 통해 계속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늘 새로운 영감을 받을 것 같다.

A. 그렇다. 내가 일을 정말 많이 했고, 또 다양한 상황을 마주한 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손호준 씨, 장나라 씨 주연의 드라마에도 참여하게 됐는데, 극 중에서 반지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딱 듣자마자 너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디자인도 한 번에 OK 받았다. 경험치가 쌓여 있다 보니까 감을 더 빨리 잡는 것 같다.

Q. 바쁜 일정 중에서도 스스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A.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보니 더 중심을 잘 잡으려고 한다. 휩쓸려서 가다 보면 방향을 잘못 갈 수도 있으니까 늘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키우는 고양이가 정말 큰 힘이 된다. 너무 사랑스럽다.

Q. 직원을 충원할 생각은 없나?

A. 함께할 사람이 꼭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기는 하다. 근데 내부 직원으로 손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계속 보게 되는데 빨리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차라리 외부 사람들의 손을 잡는 것이 쉽게 느껴진다. 프로젝트 성으로 일하니까 사람을 알아갈 수 있는 기간이 있다. 그래서 많은 고민 없이 여러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같다.

Q. 여러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나?

A. 늘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사람들을 잘 못 만난다. 내가 일 시작한지가 5년차가 됐는데 얼굴 한 번 못보고 일한 사람들도 꽤 많다. 정말 신기한 일인데 그렇게도 일이 이어지게 된다. 다들 바쁘니까 서로 이해가 되는 지점인 것 같다. 주로 전화를 많이 한다.

Q. 요즘 가장 많이 연락하는 사람은?

A.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제작사 조은영 대표님, 양지숙 피디님과 거의 하루에 한 번 이상 연락하는 것 같다.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와 관련해서 할 일들이 많다.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도 누군가와 매일 연락한 적이 처음이다. 두 분 다 정말 바쁘신데 항상 자상하게 내가 하는 일들을 들여다 봐주신다. 내가 많이 부족한데도 진심으로 예뻐해 주시니까 정말 감사하고 나도 더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싶어진다.

Q.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와 SBS ‘엽기적인 그녀’ 모두 정재인 작가가 작업한 작품인데 둘 다 월화드라마다. 어떤 드라마를 더 응원하나?

A. 둘 다 소중한 작품이다. 방영 시기가 딱 일주일 겹친다. 첫 방송과 마지막방송 시청률이 중요하다. 월요일에는 ‘왕은 사랑한다’ 첫 방송을 응원하고 화요일에는 ‘엽기적인 그녀’ 마지막 방송을 응원하겠다.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A. 정말 그렇다. 나는 함께 일하는 분들께 존중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어리고 경력이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새로운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다들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함께 고민해주고 또 해결해주려고도 하신다. 누군가가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되갚기 위해서 나는 꼭 잘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직접 일을 하게 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

Q. 새로운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면?

A. 내가 일하는 방식이 그동안 다른 주얼리 디자이너가 일 해왔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함께 하는 사람들도 내 자리를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냐고 고민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따로 요청하지 않았는데 드라마 스크롤이나 홈페이지에 스태프로 이름을 올려주기도 하시고 이번에 가수 앨범에 참여했을 때는 소속사에서 앨범 뒷면에 크레딧을 올리는 일에 대해서 먼저 연락 주셨다. 얼마 전에 새롭게 참여하게 된 드라마의 감독님께서는 ‘주얼리 디렉터’라는 명칭으로 작품에 참여해야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렇게 옆에 잘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자리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의상, 소품, 장신구 다 필요한 것인데 유독 주얼리는 예술을 한다기보다는 상업적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PPL이 필요한 영역’, 혹은 ‘협찬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작품에 참여할 때도 특히 현대극에는 억대의 PPL 대신 참여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사실 억대의 PPL을 빼고 내가 참여하게 되는 일이 살면서 몇 번이나 올까 싶었는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인데 그만큼의 무거운 책임감이 생긴다. ‘재밌고 좋다’는 생각만으로 그런 소중한 기회들을 계속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을 내는 것을 넘어서 더 큰 도움이 되고 싶어졌다.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주얼리가 상업적인 영역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그만큼 상업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협업하는 기업과의 디자인을 드라마의 PPL로 녹이거나 드라마에 녹여낸 디자인들을 경매하거나 MD 상품으로 만들어서 참여한 사람들과 수익을 나누는 방법 등을 생각하게 됐다. 그런 방식을 적용하여 진행하고 있는 드라마들이 있는데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

그렇게 틀을 잡아 가다 보니까 디자인에도 생명력이 생기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들이 생성될 테니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그림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 생각하다 보면 자꾸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 같다. 내가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나는 이런 생각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도 크게 보면 다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한 일들을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하고 또 그 과정을 통해 현실이 되는 것이 정말 재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웃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도 정말 기쁘고 보람차다.

Q. 도움 받은 만큼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온 새로운 방향들이 매우 참신하고 또 그 발상이 기특하다. 사실 정재인 작가가 그동안 걸어 온 방향을 보면 수익을 내는 구조와는 무관해 보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수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A. 사실 지금도 나 개인을 생각하면 크게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은 없다. 일을 처음 할 때부터 내 목표는 우리 엄마, 그리고 우리 회사의 이름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었다. 지금도 돈과 명예 사이에서 항상 명예가 우선이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 보니 이제는 (수익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 나는 정말 내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은 도움을 돌려줄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다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돈 벌어야 된다.’고 하신다.(웃음) 제작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판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면세점, 호텔 등에 입점하게 되면서 그런 고민들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우리에게 제안서를 주시면서 여러 가지 말씀들을 하시기는 하지만 ‘기존에 있던 업체가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가 꼭 있다. 그 말은 우리가 이미지와 더불어 판매 면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는 말이지 않나. 그래서 관계자 분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더 좋은 방법과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귀찮게 전화한다며 미안하다고들 하시는데 함께 하는 일이니 언제든지 반가운 마음이다. 뭐든지 한 마음으로 같이 만들어나가고 발전해가는 과정이 참 즐겁고 보람차다.

Q. 기존의 MD 상품들보다도 재밌는 것들이 나오게 될 것 같다

A. 항상 어떻게 하면 기존보다 나을 수 있는지, 틀에 박히지 않을지가 관건이다. 주얼리는 사이즈나 취향 별 차이가 의류보다 크지 않아 MD 상품으로 만들기에 유리한 카테고리다. 그리고 주얼리를 MD 상품으로 만들 때 하나의 디자인도 사용하는 원석과 금속 등의 소재에 따라서 고가 라인과 저가 라인으로 나눠서 갈 수가 있다. MD 상품도 하이 앤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 고가 라인과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부담 없는 가격대의 라인에 따라 다른 상품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MD 상품을 만들 때도 그렇게 진행했다. 진짜 비취로 만든 팔찌와 레진으로 비취의 느낌을 낸 팔찌를 투 트랙으로 출시했다. 그렇게 두 가지의 버전을 출시하니까 두 가지의 버전을 다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신기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MD 상품의 생명력도 끝난다고들 하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주문이 많다. 그렇게 판매 채널이 늘어나면서 전통도 일상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하고 일상에서 착용하고 다니니까 디자인에 생명력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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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여진구 목걸이 (사진:SBS 다시 만난 세계)


Q. SBS ‘다시 만난 세계’에서 이연희가 여진구에게 선물한 포크나이프 목걸이도 디자인이 독특했다. 목걸이 디자인도 독특했는데 이연희가 목걸이를 걸어주다가 여진구에게 처음으로 뽀뽀를 하는 상황이 연출돼서 그 장면이 화제가 많이 됐다.

A. 두 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넋 놓고 봤다.(웃음) 감독님께서 주얼리가 예쁘게 담기도록 정말 신경 많이 써주셨다. 타이트 샷을 보면 포토샵 처리한 것 같이 주얼리가 반짝반짝 거린다. 12년간 간직한 목걸이기 때문에 회상 씬이 나오는데, 회상 씬도 목걸이 타이트 샷 때문에 한 번 더 촬영해주셨다고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

Q. 모던한 주얼리도 주목 받고 있지만 한국 전통 문화 요소들을 접목하여 한국 고유의 정서를 주얼리로 승화시키는 작업 또한 계속 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꾸준하게 알리면서 현대에서 사랑받는 한국 전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장본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전통 장신구에 감탄하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놀랍다.

A. 드라마와 한류 스타의 힘이 크다. 일을 하면서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전통은 전통이고, 현대는 현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문화들을 자꾸 꺼내서 현 세대가 열심히 공유해야 미래에도 우리의 고유문화가 발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얼마 전에 ‘감격시대’에 함께 했던 기모노 선생님께서 우리 가족을 별장에 초대해주셨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붙잡으셨다. 게이트 앞에서 부모님께 나를 하루만 더 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혼자 며칠 더 머무르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가장 먼저 데려가신 곳이 교토였다. 교토 안에서도 현대적인 것과 전통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들을 소개해주시면서 영감 받게 해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선생님과 함께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교토 거리를 거닐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일본이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앞서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Q. ‘감격시대’ 하면 정재인 작가가 작업했던 아름다운 기모노 장신구가 떠오른다. 정재인 작가는 파인주얼리, 사극 장신구, 모던한 액세서리 등 모든 주얼리 장르를 다루고 있는데 경계 없이 넘나드는 것은 주얼리 장르에서만이 아니다. 주얼리에서 소품, 미술 작품, 가구까지 점점 디자인의 범위를 넓혀가며 산업과 디자인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A.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 안에서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 같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도 경계나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큰 그림으로 접근해서 디자인하다보면 무엇을 디자인하던지 다 재밌게 느껴진다. 내 아이디어와 그만의 스토리를 디자인으로 풀어낼 때 주얼리보다 다른 틀이 더 적합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항상 중심은 주얼리가 되지 않을까. 다른 틀을 선택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더라도 금속을 이용한다던지 주얼리 소재를 차용한다던지 등 주얼리와 연관되는 지점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얼리 자체가 다른 영역과 연관 지어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매개체다. 내가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상관없는 일들을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내가 하는 일들끼리도 도움이 되고 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Q. 얼마 전에는 최고가의 명품 케이스와 콜라보레이션한 작업도 출시됐다. 생활용품, 주거 공간 가구 등을 주얼리 감성과 접목시켜 다채로운 협업과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정재인 작가만의 아름다운 감성으로 다양한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패션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여러 분야와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어렵다’는 주얼리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깨뜨리고 있다. 대중이 주얼리에 대해 좀 더 다가가기 쉽고 재밌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A.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항상 재밌다. 다른 분야와 접목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작업도 계속해서 새롭게 보여 질 수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더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다. 세상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장을 열면 성과도 몇 배로 더 좋아진다. 주얼리의 기본이 되는 금속의 틀은 여러 분야에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 그래서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디자인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콜라보레이션 제의가 온 회사에서는 “우리 회사는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제는 한국 1등을 넘어 세계 1등이 되고 싶은데 세계 1등이 되려면 한국적인 멋으로 풀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적인 것으로 색다른 멋을 풀어내서 1등을 한다면 그것이 곧 세계에서도 1등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한국적인 것을 1등으로 잘 풀어내는 회사가 어디냐. 바로 민휘아트주얼리였다. 그래서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감동 받았다. 첫 회의 때 그 말씀을 듣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큰 공감대가 형성돼서 기뻤다.

우리에게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하는 기업들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작은 회사다. 그래서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다. 내가 회사 생활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더 모르는 것이 많은데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신다.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조언들을 해주신다. 듣다보면 온전히 우리한테만 좋은 이야기들인데 시간 내서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는 것도 큰 감동이다.

Q.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주얼리의 산업 영역을 확장시키고 다채로운 콜라보로 특별한 역량을 입증하며 다양한 산업에서 디자이너 감성을 발휘하고 있다. 성공적인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나?

A. 두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직 덜 성공한 디자이너라서 그런가.(웃음) 나는 매일 매일 어제까지의 나를 넘어서고 싶다. 도전해보는 일들이 언제나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결과를 통해 느끼는 바도 있다. 그리고 실패한 것들의 원인을 찾고 보완해 나가면 그 다음에는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나둘씩 쌓이다보면 더 발전적인 나로 만들어진다.

Q. 어느 정도를 성공이라고 보는가? 넘어서야겠다고 생각하는 상대가 있나?

A.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는 않는다.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이나 회사가 없을뿐더러 누군가와 같은 길을 가고 싶지는 않다. 민휘아트주얼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1등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었다. 예를 들면 친구들 중에서 인형도 가장 많이 가지고 싶고 뭐 그런 것 말이다. 정말 내가 인형이 가장 많았다.(웃음) 우리 부모님은 정말 욕심이 없는 분들인데 내가 욕심을 부릴 때마다 늘 내가 더 욕심낼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가진 것들이 이미 충분하구나. 내가 지금 가진 것들도 다 활용을 못하고 있네. 나 자신에 더 집중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고 주어진 것들을 더 활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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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 (사진: WomanSense 매거진)


Q. 정재인 작가는 ‘블랙’ 컬러의 옷을 즐겨 입는 것 같다. 한 매거진에서 ‘패션 인플루언서의 스타일링 노하우’를 통해 재킷으로 두 가지 스타일링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도 샤넬의 블랙 자켓을 선택했다. ‘블랙’이 정재인 작가의 스타일이자 시그니처 컬러인가?

A. 딱히 그런 생각은 없는데 그렇게 보여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일본 매체 인터뷰를 집에서 했는데 기자님께서 옷장을 보고 싶어 하셨다. 내 옷장에는 검은색 옷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색의 옷이 있어서 의외라고 하셨다. 일본 매체 인터뷰할 때는 검은색 옷을 입은 적이 없는데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놀랐다. 내 친구들은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스타일이 수수해졌다고들 말한다. 검은색 옷이 주얼리가 가장 돋보이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면서 검은색 옷을 많이 입게 되기는 했다. 그리고 일을 하다보면 밝은 색 옷은 금방 더러워져서 검은색 옷을 많이 사게 된 것도 있다.(웃음) 내가 몸을 사리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성격이 급해서 빨리빨리 하다 보니 손에도 상처가 자주 나서 항상 밴드를 소지하고 다닐 정도다. 색 보다는 소재를 먼저 생각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한다.

Q. 일하면서 입는 옷의 스타일이 많이 변화한 것인가?

A. 그런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같이 일하는 분들보다는 내가 나이가 어리니까 옷을 좀 더 어른스러운 스타일로 입게 됐다. 너무 어리게 보이면 안 좋을 것 같았다.

Q. 매거진 촬영 때는 주로 본인의 옷을 입는지?

A.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기는 하다. 내게 뭐가 잘 어울리는지 뭘 입었을 때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지도 잘 알고 있다. 근데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따로 있나 보다. 항상 단정하고 단아한 스타일의 옷이 아니면 ‘그건 재인씨 같지 않아요’라며 못 입게 하신다.(웃음)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따로 준비하신 스타일리스트 분께 미안해지기도 하고 ‘내가 협찬 보낸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한 번 더 이해하게 되고 고맙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 머리로 띄엄띄엄 이해하는 것하고 직접 경험한 뒤에 공감하는 것하고는 또 다른 것 같다. 직접 겪어보니 더 고맙다.

Q. 정재인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의상을 전공했는데 의상을 겸업할 생각은 없나? 숍에 마네킹이 있다.

A. 마네킹은 같이 작업하는 가수 팀에서 무대 의상 제작을 해달라며 선물한 것이다. 못한다고 했더니 마네킹을 가지고 와버렸다.(웃음) 의상 이야기가 자꾸 들어오는데 이벤트 성으로 몇 번은 몰라도 본격적으로 의상에 손 댈 생각은 잘 안 든다. 주얼리만으로도 할 일이 넘쳐난다. 의상까지 하게 되면 인생이 너무 일로만 가득 차게 될 것 같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웃음)

의상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내가 디테일에 집착한다. 그래서 의상을 하나 만들 때마다 진이 빠지고는 했다. 근데 주얼리는 면적 자체가 의상만큼 크지는 않으니까 디테일에 집착하더라도 덜 힘들다. 그리고 의상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하게 있는데 주얼리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렇다. 그래서 주얼리를 통해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주얼리를 통해 의상을 하는 분들과 협업하는 과정도 재밌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주얼리에 관해서는 늘 열려 있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전부 다 해야지’ 그런 욕심은 없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협업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분야 별로 전문가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

Q. 의상과 주얼리 스타일링에 관한 생각도 다를 것 같다

A. 의상은 취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체형이나 이미지, 그리고 TPO에 어울리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근데 주얼리는 개인의 취향을 우선시하여 선택해도 좋은 것 같다. 거울을 볼 때 얼굴과 함께 귀걸이를 먼저 보고 반지 낀 손도 본인이 가장 많이 쳐다본다. 주얼리는 자기만족이 중요한 아이템이다. 주얼리 디자인을 의뢰받을 때마다 의뢰인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꼭 물어보고는 한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바탕으로 그 사람과 어울릴만한 방향으로 디자인해나가면 결과물이 항상 좋다.

Q. 주얼리가 지닌 특별한 매력을 소개한다면?

A. 같은 주얼리라도 어떤 옷에 매치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주얼리의 느낌도 달라진다. 주얼리에 기능성을 더할 수도 있다. 주얼리는 한정된 사람들만 소유하는 전유물 혹은 사치품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가격대의 폭이 넓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구현될 수 있다. 그리고 잘 관리한다면 평생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용적이다. 보석의 원석마다 사랑, 행복, 성공 등 고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키워드들을 활용하여 주얼리 안에 본인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따라서 보석이 특별한 날에 주는 선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주얼리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USB 목걸이를 만들거나 주얼리에 향수를 담고 소리를 담는 등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Q. 정재인 작가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주얼리를 디자인하기 때문에 다루는 원석의 폭도 남보다 넓을 것 같다.

A. 내가 전통 장신구도 하고 파인 주얼리도 하니까 다루는 원석의 폭이 넓다. 원석마다 매력이 다 다른데 내가 자주 다루는 소재 중에 밀화가 있다. 밀화는 소나무 송진이 화산활동 중 땅 속 고온고압에서 긴 시간을 견뎌 탄생된 것이다. 첼로를 할 때 송진을 활에 바르고 연주 하는데 그 송진이 밀화라니 처음에는 매치가 잘 안됐다.(웃음) 시간을 견디지 못한 것은 소모품으로, 시간을 견뎌 낸 것은 수 천 만원의 보석으로 남는다니 재밌지 않나. 원석마다 고유의 기능이 있는데 예를 들면 밀화는 밀화 속의 호박산으로 인해 면역력을 증강해준다고 한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수면 장애에도 효과가 있어 천연항산화제를 지닌 힐링 장신구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원석 고유의 기능들을 공부하다 보면 정말 재밌다. 내가 건강에도 관심이 많은데 원석마다의 효능을 극대화시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장신구를 연구하고 있다. 엄마도 침향 장신구 등을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있다.

Q. 주얼리를 단순히 미적인 것을 넘어 건강 등의 기능성, 혹은 USB 등 실용성과 접목시켜 접근하는 시각이 재밌다.

A. 하나로 두 개 이상의 효과를 내면 좋지 않은가.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 디자인 그 자체에서도 귀걸이 뒷침을 바꾸면 다른 귀걸이가 된다던지 목걸이 참을 뒤집어서도 사용할 수 있다 던지 등 하나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멀티 디자인을 많이 한다.

Q. 특별히 자주 사용하는 소재가 있나?

A. 자개를 좋아한다. 자개는 낙랑시대부터 사용된 우리 고유의 소재로 그 빛이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고려시대의 나전칠기는 그 아름다움의 완성도가 높아 외국에 고려를 대표하는 예물로 보내지기도 했을 정도다. 중국과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기술이 월등히 앞서 있었다. 근데 중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저가의 자개가 수입되면서 우리나라 자개 시장이 많이 죽었다. 지금은 자개 거리라고 불리던 곳에 가보면 자개를 파는 곳이 5군데도 안 된다. 너무 속상한 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자개 작품들이 먼 훗날 중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라도 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든 뒤부터 자개를 여기저기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개를 현대 주얼리와 전통 장신구 모두에 사용했다. 또, 자개로 미술 작품도 만들고 보석함, 만년필, 콘솔 등 가구부터 소품까지 다 자개로 제작했다. 다른 기업과 콜라보레이션할 때도 자개를 적극 추천하고 또 활용했다. 그렇게 자개를 많이 사용했는데도 자개는 보면 볼수록 더 좋아진다.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그 빛도 참 신비롭고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밀화도 자주 사용한다. 우리나라 밀화의 퀄리티가 좋은데 중화권에서 밀화가 액운을 방지해주는 장신구 소재로 주목받게 되면서 중국에서 우리의 밀화를 정말 많이 사갔다. 그래서 현재 밀화의 가격이 폭등했고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훌륭한 주얼리 소재들이 외국에 뺏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애국심이 더 불타오르게 된다.(웃음) 좋은 퀄리티의 밀화를 수집해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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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박형식 수트 주얼리 (JTBC 힘쎈여자 도봉순)


Q. 많은 분야의 주얼리를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민휘아트주얼리만이 가진 특별한 장점이다. 정재인 작가는 특정한 라인의 디자인을 계속해서 선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전의 이미지를 다 지울 만큼 다른 장르와 형태의 디자인을 바로 선보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업들이 한 사람을 통해 비춰지기도 한다. 박형식은 사극 드라마 ‘화랑’에서 고전적인 디자인의 장신구를, 현대극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현대적인 디자인의 주얼리를 착용했다. 또한, 엑소 백현은 사극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고전 장신구를, 첸백시 무대 활동에서는 모던한 수트 주얼리를 착용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공백이 거의 없었는데도 매우 새로운 형태의 주얼리가 보여 졌다. 함께 하는 스타들도 신기해할 것 같다

A. 나도 작업이 이어지는 분들은 더 신경 쓰려고 한다. 비슷하지 않고 새롭고 더 멋진 모습을 만들어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특히, 박형식 씨와 백현 씨처럼 사극 장신구를 착용했다가 바로 다음에 현대적인 주얼리를 착용하게 되면 더 그런 마음이 크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내가 준비한 디자인들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두 분께서 멋지게 착용해주셔서 주얼리도 멋지게 보여 질 수 있었다. ‘도봉순’에서 주얼리를 착용했던 장면은 대본에 있다가 없어진 장면이었는데 현장에서 다시 설정됐다. 그리고 ‘화랑’에서도 주얼리가 양 손에 반지가 착용되는 장면 역시 원래 대본에는 없었다. 근데 두 작품 다 화면에 주얼리가 잘 담겨져서 정말 감사했다. ‘도봉순’에서도 타이핀을 착용하는 장면, 커프 링크스를 착용하는 장면 다 따로 잡히고, ‘화랑’에서도 오른손에 반지를 착용하는 장면, 왼손에 반지를 착용하는 장면이 다 따로 잡혔다. 그렇게 자세하게 나오려면 방향을 바꿔서 일일이 다 따로 따야 할 만큼 공이 들어간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

Q. ‘힘쎈 여자 도봉순’과 ‘화랑’ 속 주얼리가 착용되는 장면 모두 박형식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장면인가? 두 장면 모두 인터넷에서 움짤로 많이 돌아다니며 화제가 됐다. 단순히 주얼리가 착용되는 장면이 아니라 어떤 전환점을 앞두고 공들여서 주얼리가 착용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통해 주인공도 한층 더 갖춰지고 성숙한 느낌이 드는 임팩트가 있었다.

A. 아마도 감독님 쪽에서 신경 써 주신 것이 아닐까. ‘화랑’ 윤성식 감독님, ‘도봉순’ 이형민 감독님 두 분 모두 디테일에 신경 쓰는 분들이기 때문에 퀄리티 높은 주얼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근데 박형식 씨께서 싫다고 했으면 안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래 있던 장면도 아니니까 말이다. 배려해주신 감독님, 박형식 씨 모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도봉순’ 때는 원래 대본에 주얼리를 착용하는 장면이 있었고, 요청이 와서 내가 현장에 갔었다. 근데 현장 가서 보니 수정고에 주얼리를 착용하는 장면이 없어져있었다. 근데 내가 현장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부담을 줄까봐 대기실에 가서 의상 선생님하고 수다 떨고 있었다.(웃음) 촬영이 끝나고 나가는데 박형식 씨 스타일리스트 분께서 주얼리 착용 인서트 컷이 찍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스타일리스트 분을 껴안아버렸는데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웃음) 현장에서 봤다면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정말 감사했고 기뻤다.

Q. 직접 현장에 갔는데 주얼리가 착용되는 장면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속상했겠다. 다행히 배우의 배려로 장면이 다시 살게 됐지만 말이다.

A. 많이 속상하지는 않았다. ‘도봉순’은 원래 내가 참여하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 장면에 대해서도 갑자기 요청이 왔는데 이 전에 내가 도움을 많이 받은 분들께서 요청해주셨던 것이라 당연히 내가 협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현장에 갔었다. 차도 보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도 계셔서 힘든 것도 없었다. 또 그 무렵에 ‘화랑’이 방송되고 있어서 박형식 씨께도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근데 그 마음을 다 알아봐주시더라. 사람들이 ‘화랑’ 같이 했다고 또 신경써주는 것이냐며 고맙다고 하셨다. 가서 보니까 현장이 워낙 화기애애해서 드라마가 잘 될 것 같았다. 사실 그 장면이 5부에 있었는데 방영되지 않아서 오미트됐나 했다. 근데 7부에 또 멋지게 넣어주셨다. 잊지 않고 신경써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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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박형식 사극 장신구 (사진:KBS 화랑)


Q. 박형식과는 ‘상속자들’, ‘가족끼리 왜이래’, ‘상류사회’, ‘화랑’, ‘힘쎈 여자 도봉순’ 등 작품이 쭉 이어지고 있다. 작품을 통해 만난 박형식은 어떤가?

A. ‘화랑’ 삼맥종은 내가 이때까지 디자인한 왕 중에서도 가장 장신구 착용이 많은 왕이었다. 그리고 현대극에서도 결혼반지, 타이핀, 커프 링크스 등 다양한 종류의 주얼리를 착용하시게 돼서 좋았다. 박형식 씨는 ‘가족끼리 왜 이래’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 때 현장 분들께서 오늘 ‘민휘아트주얼리’ 매장 근처에서 촬영인데, ‘감격시대’ 김정규 감독님께서 촬영하고 있으니 현장에 놀러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슬슬 걸어 나갔는데 박형식 씨께서 촬영 중이셨다. ‘어떻게 가지?’하다가 발을 멈췄는데 멀리서 박형식 씨께서 정말 공손하게 인사를 해주셨다. 당시에는 구면도 아니었고, 어정쩡한 내 모습이 아마 구경하는 행인처럼 보였을 것 같다.(웃음) 그런데도 그렇게 꾸벅 인사를 해주셔서 ‘인사성이 참 바른 분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첫인상도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이후에 ‘상류사회’때도 결혼반지를 예쁘게 착용해주시고 ‘화랑’ 때도 주얼리를 가장 많이 착용해주셔서 감사했는데, ‘도봉순’에서도 예쁘게 착용해주시는 장면이 생겨서 감사했다. 박형식 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숍에 놀러온 다른 배우 분들이 테이블에 있는 대본 보면서 ‘여기 형식이 나오는데’ 하시고, 다른 작품의 제작사 분들도 내 사진들을 보다가 ‘형식이랑 사진 찍었네’ 하신다. 다들 박형식 씨를 너무 예뻐하시는 것 같다.(웃음)

Q.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착용한 연예인은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민휘아트주얼리는 대한민국 한류 스타 모두가 한 번 쯤은 착용해 본 주얼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재인 작가가 새롭고 멋진 모습을 입혀 준 스타들도 많이 떠오른다

A.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함께 하는 분들께 고맙다. 좀 더 잘해서 더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아직은 도움을 받는 입장이 대부분인 것 같다. 더 잘해서 더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여러 연예인 분들과 작업을 하면서 같은 주얼리라도 자신의 룩에 맞도록 새롭게 스타일링 하는 모습들을 봤다. 우리 주얼리로 인해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것보다 본래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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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엑소 첸백시 무대 주얼리 (사진:MBC 쇼 음악중심)


Q. 민휘아트주얼리는 수많은 채널로 작품이 비춰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브랜드의 협찬 홍보 방식과 다른 길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케팅을 위해 협찬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좋은 홍보나 마케팅 방식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진심이 없는 관계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정말 우리 작품이 좋아서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도움이 돼서 서로에게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되면 좋겠다. 내가 협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열심히 한다. 하지만 금액을 주고 PPL을 하거나 무료로 제품을 배포하는 등 일반적인 마케팅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많은 작품을 하거나 많은 스타들과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도 훨씬 잘 됐다. 함께 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렇게 해왔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가장 기쁜 일은 나를 추천한 사람들에게도 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브랜드를 추천하면 ‘따로 돈을 받았다’는 오해를 하는데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때 정말 많이 기뻤다. 정말 순수하게 좋은 마음으로 추천한 것을 다르게 오해하면 속상하다. 내 주변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내가 뭐 잘한 것도 없는데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소개도 많이 해주시고 좋은 장면에 꼭 챙겨주시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신다. 그렇게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Q. 정재인 작가는 스스로 셀럽이 되면서 삼성 갤럭시 휴대폰 모델을 비롯해 화장품 헤라, 더 히스토리 오브 후, 맥심 커피 등의 모델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본인이 모델이 되면서 생각이 바뀐 지점들은 없나?

A. 나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모델 관련 제안들이 들어오지만 내가 경험해보고 진심으로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만 한다. 내 이름이 나가면서 우리 브랜드명이 함께 언급이 되니까 큰 책임감을 느낀다. 다른 브랜드의 홍보 방식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좋은 브랜드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Q. 앞으로 써나 갈 브랜드의 역사를 길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보통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민휘아트주얼리는 유례없이 짧은 시간 안에 헤리티지를 만든 브랜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A. 지금 하는 작업들이 쌓여서 시간이 흐른 뒤에 되돌아 봤을 때 큰 의미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민휘아트주얼리는 누구도 롤 모델로 삼고 있지는 않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Q. 연예인이 매장에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A. 얼마 전에 어떤 분께서 쇼룸에 오셨는데 주얼리로 포인트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찾아왔다고 말씀해주셨다. 프로그램마다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다른데 우리 주얼리로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셨다. 원하는 지점을 잘 담아내려면 직접 소통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서 오게 됐다고 하셨는데 너무 감사했다. 근데 그 시간에 갑자기 우리 주얼리를 착용하는 가수 분도 오셨는데 또 서로 아는 사이였다. 재밌는 상황이 있었다.(웃음)

Q. 직접 소통하면 디자인 하는데도 더 도움이 되나?

A. 당연하다. 의견을 말해달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꼭 디자인적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단순히 이런 스타일이 좋다는 말에서도 내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긴다. 그렇게 커스터마이징 하다 보면 착용했을 때 편하고 디자인적으로도 잘 맞는 디테일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된다.

Q. 앞으로 또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

A. 글쎄. 인연이 닿는 사람과 좋은 작업들을 해나가고 싶다.

Q. 거의 모든 연예인들과 작업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A. 그것도 그렇다.(웃음) 원래 딱히 어떤 사람과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있지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누구와 하던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다. 좋은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과 일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기를 바란다.

Q. 일하면서 늘 좋은 사람만 만날 수 없는데 그 땐 어떻게 하나? 정재인 작가는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더 많을 것 같다. 워낙 보수적인 업계라 텃세도 있을 것 같은데.

A. 해야 할 일은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결과물을 내는 데 에너지를 더 쏟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생각이 다르면 말로 설득해봤자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좋은 사람들하고 더 좋은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은 사람들과 엮일 일이 많지는 않다.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도움을 주는 좋은 분들이 옆에 많은데 그런 분들과 좋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어차피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내 열정을 다 쏟을 수가 없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물도 나오게 되지 않는 것 같다.

Q. 연예계는 ‘아니 뗀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고들 하는데 어떤가?

A. 정말 그런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한 가지 일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너무 큰일처럼 번지기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전체적인 것을 생각 않고 어느 한 장면만을 놓고 생각하면 사실이라도 진실이 아니게 된다. 근데 그런 단편적인 일만 널리 퍼지는 경우들을 봤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차라리 그냥 물어보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까 오해할 일이 별로 없다. 어차피 얼굴에 다 티가 나서 차라리 말하고 푸는 것이 낫다.(웃음)

Q. 직접 겪은 적은 없나?

A. 사실 나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잘 없다. 내가 한 현장에 엄청나게 자주 가면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많은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다 보니까 ‘어떤 일에 어떤 것이 필요하다’ 이런 단순하게 일적인 이야기들만 하기에도 바쁘다. 근데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두터운 신뢰로 바뀌더라. 그래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가끔 누가 어떤 말을 했다고 전해 듣기는 하는데 누군지 알고 보면 내가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할 만큼 나와 소통한 사람도 아니다. 예전에는 신경을 썼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왜 했냐고 되물어본 적도 있다. 근데 지금은 신경 안 쓴다. 그런 말을 전해주는 사람도 ‘내가 널 몰랐으면 그 말이 사실인 줄 알았을 것’이라며 믿지 않으신다. 그냥 다 같이 웃고 만다. 정확하지 않은 말들로 다른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결국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현명한 사람들은 한 쪽 말만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다. 내 소신을 가지고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다 생긴다. 일하면서 나를 진심으로 챙겨준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런 소소한 말들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항상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있다. 원래 표현 잘 못하는 성격인데 요즘에는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이런 소중한 관계 때문에 내가 일을 하게 된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만큼 큰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누구와 일을 하는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Q. 디자인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감탄을 자아내기는 힘든데 정재인 작가는 늘 사람들이 감탄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A. 나는 감탄보다도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그래서 그 안에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디자인을 안 예쁘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쁘다, 안 예쁘다’ 그런 말에 상처받지는 않는다. 예쁜 것만이 정답도 아니다. 어떤 작품은 반지를 오래 착용한 설정이기 때문에 생활 기스를 일부러 내서 보내달라는 요청도 온다. 그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쓰던 것 보냈나? 퀄리티가 왜 이래?’ 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디자인 안에 다 그 나름의 설정과 이유가 있다.

내가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일을 시작했는데 좋은 평가도 많이 받았지만 그 부분이 너무 부각되다 보니 ‘퓨전 사극 장신구밖에 못하잖아’라는 말도 들었다. 그 때는 그 것밖에 못한다는 말이 싫었다. 내가 하는 일에서만큼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별에서 온 그대 비녀’나 ‘비밀의 문’을 통해 유물 비녀, 그리고 정통 대삼작노리개 등을 정통에 가깝게 디자인 하는데 더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좋은 평가도 받았다. 사극이 아닌 ‘가면’, ‘골든크로스’ 등 현대극에서 파인 주얼리를 디자인하기도 했고, 모던한 케이팝 무대 장신구도 디자인 했다. 여러 분야의 장신구를 디자인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좋은 평가도 받으니까 스스로 그런 평가들에 더 연연하지 않게 됐다.

Q. 이제는 ‘그것밖에 못 한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정재인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정재인 작가의 처음 시작은 퓨전 사극 장신구였지만 ‘사도’ 등의 정통 사극 장신구도 영화에 맞게 잘해냈고 ‘감격시대’, ‘아가씨’ 등의 시대극, 엑소와 트와이스의 무대 주얼리를 디자인 하는 등 각 분야 별로 대표작이 다 생겼을 만큼 모든 분야에서 호평 받았다. 짧은 기간 안에 디자이너로서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각 작품을 통해 다른 이미지의 장신구를 디자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시각이 바뀐 부분도 있나?

A. 다른 장르의 디자인들이 다 사랑받게 되면서 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뭘 더 해봐야지’ 이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다양한 일들이 계속 들어왔다. 내가 해본 적이 없는 일도 ‘재인 씨라면 잘 해낼 것 같다’며 의뢰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이 주어질 때마다 열심히 했다. 계속해서 경험이 쌓이면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겸손한 마음으로 더 발전해야 된다고는 생각한다.

Q. 정재인 작가는 너무 겸손하다. 근데 동시에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도 느껴진다.

A. 자꾸 부족하다고 하면 ‘민휘아트주얼리가 최고’라고 여기면서 계속 함께하는 내가 뭐가 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웃음) 근데 함께 하는 분들께서 잘 챙겨주시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그동안 쉬지 않고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쳐왔기 때문에 콘텐츠가 참 많이 쌓여있다.

A. 정말 많다. 이미 완성된 물건보다 앞으로 만들어낼 물건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해왔다. 근데 그렇게 했더니 말 그대로 만들고만 지나쳐버린 콘텐츠들이 너무 많다. 앞으로는 하나, 하나 더 소중하게 가꿀 예정이다.

Q. 드라마 ‘장옥정’으로 공식 데뷔한 후로 쉼 없이 달렸다. 드라마, 영화, K팝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스타들과 최상의 결과물을 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카네기 홀과 같은 세계적인 무대를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성과들을 냈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민휘아트주얼리’라는 크레딧이 올라간 작품은 이미 많은 호평을 받아왔는데 앞으로 더 듣고 싶은 평가가 있나?

A. 어떤 평가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평가들은 자주 바뀌고 지금 1등이 항상 1등인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로 보면 실제보다도 훨씬 더 잘 말씀해주셔서 내가 그런 평가들에 부합하도록 열심히 따라가야 하는 입장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 같다. 일을 맡으면 언제나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좋게 봐주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계속해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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