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희웅 작가의 <꽝수반점>

오랜만에 시원한 독서를 했다. 소설의 미학은 재미에 있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잘 읽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단편은 성공한 셈이다.

첫 문단에서 소설은 분명 허구이며, 있을 법한 이야기라며 이 글이 소설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너스레를 떤다.

습작 기간이 꽤 오래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호흡이 일정하고 침착하며, 필요 없는 개인적 감정이나 사족이 없이 바로 다음 이야기로 건너뛴다. 그러나 그 행간이 오히려 빛이 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음식점에서의 일이다. “세완에서 면판으로 한 이 년, 면판에서 조리장이 되려면 또 한 이 년이 걸리지. 그리고 요리를 제대로 배우려면……이런 식의 소소한 디테일과 의 만남부터 이별 아닌 이별까지를 쉬운 한글로 침착하게 썼다.

이런 식으로 시치미를 뚝 떼고서 전혀 다른 주제로 쓴 다음 소설이 정말이지 무척 궁금해진다.

 

2. 김해수 작가의 <홀로세() 부부세()>

작가는 하고 싶은 얘기를 첫 문장에서 하고 있다.

국회는 2025년 새해 벽두부터 홀로세부부세라는 세법을 제정하고 가결시켰다.”라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다. 보다시피 법정 문제가 나오는데, 남자 주인공 이름은 형소이고 여주인공 이름은 민사이다. 송과 민사재판의 세법을 다투는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

고심 끝에 수상작으로 올린 이유는, 이 작가의 열정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많은 한문과 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순우리말을 매우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추없다, 백중사리, 던적스럽다, 시쁘둥, 주렴, 오연한, 헌거로운, 등등. 작가의 나이를 보면 분명히 쉬운 한글로 쓸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설은 이야기여야 하고, 쉬운 한글로 써서 독서에 방해를 주지 않아야 독자가 읽을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비유나 은유가 있는 것이다.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도 모두 독자이다.

이런 단점을 넘어서는 작가의 열정과 단단한 문장, 그리고 뚜렷한 주제의식은 칭찬하고 싶다. 주제의식과 작가의 꼿꼿한 열정이 큰 소설을 쓸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은 노력이나 기술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내면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소설가 한지수]

문학사상신인상에 중편 천사와 미모사로 등단했고, 소설집 자정의 결혼식과 장편소설 헤밍웨이 사랑법, 빠레, 살라맛 뽀, 파묻힌 도시의 연인들,40일의 발칙한 아내를 출간했다. ‘이상문학상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