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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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유통업계의 흐름이 바뀐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주요 유통 채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140조원으로, 2022년에는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네이버 쇼핑은 거래액 20조9249억원, 쿠팡은 거래액 17조771억원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각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류 인프라 확대나 온·오프라인 합병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협업을 통해 물류 인프라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쿠팡 역시 지난해에만 5곳의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밝히며 전국에서 로켓배송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중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통한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하기로 했고, 이마트의 강희석 대표는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쓱닷컴의 대표까지 겸직하게 됐다.

이처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 없이 로컬 기업들끼리 치고받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업계는 올해 이커머스 시장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11번가다. 지난해 미국의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11번가 모회사 SK텔레콤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11번가에 대한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11번가는 아마존 상품을 바로 살 수 있는 ‘해외직구’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마존의 투자와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11번가는 우정사업본부와도 손을 잡고 배송 서비스 강화에도 나섰다.

이미 적지 않은 국내 소비자가 직구 방식으로 이용하는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을 잡으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직구 쇼핑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직구족이 주로 이용하는 아마존 상품을 11번가를 통해 쉽고 빠르게 살 수 있어서다.

특히 11번가는 상장 가능성도 높은 기업이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을 통해 아마존과 3000억원 규모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앞서 2018년 SK플래닛 분사 당시 동반매도청구권을 조건으로 3~5년 내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에 2023년까지 IPO를 추진해야 하지만, 아마존의 사전 투자로 그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네이버와 쿠팡은 11번가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다.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들 기업은 양강 체재 굳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택배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협력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배송 인프라 문제를 해결했다. 또 양사는 이커머스 혁신을 위한 풀필먼트 사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송에 강점을 가진 쿠팡을 견제함과 동시에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선보이며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이 자체 OTT '아마존 플러스' 서비스를 통해 커머스 고객 혜택을 늘려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특히 1월 11일 쿠팡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컨피덴셜(기밀의)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 달러(약 32조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장이 성공할 경우 지속적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확보되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으로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네이버-쿠팡의 양강 체제가 네이버-쿠팡-11번가 삼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