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넘어서'는 5일 기자 회견을 통해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자산운용사들을 홈페이지에 추가로 공개했다. (석탄을넘어서 제공)
'석탄을넘어서'는 5일 기자 회견을 통해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자산운용사들을 홈페이지에 추가로 공개했다. (석탄을넘어서 제공)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18곳이 기후변화와 재무적 위험 등을 이유로 강원 삼척에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10곳에 이어 8곳의 자산운용사가 투자 중단 입장을 밝힘에 따라  8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추가로 모아야하는 삼척블루파워의 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등 24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 탈석탄 공동캠페인 '석탄을 넘어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 10개 자산운용사가 삼척석탄화력 회사채 인수 배제 의사를 밝힌 이후 불과 약 한 달여 만에 8개 자산운용사가 추가 동참 의사를 전해왔다. 

교보AXA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상위권 자산운용사들이 추가로 회사채 인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자금 조달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날 '석탄을넘어서'는 기자 회견을 통해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자산운용사들을 홈페이지에 추가로 공개했다.  이날 석탄을넘어서는 투자 중단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나머지 자산운용사의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관은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18개 자산운용사다. 

삼성자산운용은 개별 사업에 투자 입장을 밝히기 거부했으나 최근 그룹 차원에서 탈석탄을 선언해 사실상 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자산운용사들이 관리하는 전체 540조 규모의 채권 자산 가운데 86.7%가 삼척 석탄화력발전 회사채를 실질적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42조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채 2019년 본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시작 이후 사업비 추가 조달을 위해 총  3회에 걸쳐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향후  3년간  80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의 회사채 인수 배제 방침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호기당 용량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이대로 완공된다면 발전소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3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삼척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상당한 수준의 재무적 리스크가 우려된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완공되기까지 건설공사비는 애초 계획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4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총괄원가보상주의에 따르더라도 건설공사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현 에너지 정책 기조에 따른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으로 인해 경직성 전원인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이  2035년에는  49%, 2050년에는  10%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여진 석탄을넘어서 캠페이너는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향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익성은 더 큰 폭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였다. 

사업 투자 중단을 선언한 자산운용사들은 삼척블루파워의 이와 같은 사업 리스크에 관한 평가와 기후변화 리스크를 반영한 ESG 정책 등에 근거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자산 규모 기준으로 90%에 가까운 자산운용사들이 삼척석탄화력사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이상 다음달 예상되는 삼척블루파워의 사채 발행은 상당한 난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자산운용사들의 고객이자 실질적 투자자인 보험사들도 탈석탄 선언에 나섰고, 국민연금도 기후변화를 ‘중점관리사안’에 포함하는 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석탄 투자의 입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사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발행물량에 못 미칠 경우 '총액인수' 조건으로 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윤세종 기후솔루션의 변호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석탄 사업이 이미 금융시장에서 투자대상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삼척화력사업 중단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석탄을 넘어서는 자산운용사에 이어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중단 캠페인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