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가격이 하루 사이에 27% 가까이 급등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장중 1330원까지 치솟았고, 일일 거래량도 비트코인의 2배를 넘어서며 폭풍 성장 중이다.

6일 국내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후 4시 33분 기준 XRP는 전일 대비 23.98% 오른 1171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에선 1180원에 코인원은 1172원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시세에서도 상승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각 암호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XRP의 가격은 0.88달러로 전일 대비 27.04% 올랐다. 일주일 사이로는 무려 59.93% 상승했다. 

XRP는 최근 이틀 사이에 압도적인 거래량을 보이며 시가총액 8위에서 6위로 두 계단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리플 CEO, 美 시장 포기 의사 언급에도··· XRP는 상승 '기현상'

업계에선 이같은 리플의 상승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리플은 사업 존폐를 놓고 미국에서 재판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플 랩사와 리플 최고경영자(CEO) 등을 상대로 리플이 적법한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권이라며 XRP 판매 이익을 벌금과 함께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장을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리플 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 "XRP는 증권이 아닌 암호화폐로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투자·거래되고 있다"며 "회사를 위해 끝없이 변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기류가 조성됐다.

실제로 SEC 제소 이후 XRP의 가격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22일 XRP의 가격은 0.56달러로 형성돼 있었으나, 이날 제소 소식이 전해진 뒤 XRP는 이틀 사이 0.27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어 리플 측이 SEC에 공식 답변서를 제출하자 XRP는 전일 대비 24% 상승하며 0.4달러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가격 상승은 기존과 입장이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등락을 결정지을만한 큰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폭등한 것이 그 이유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리플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최근에 리플 CEO가 미국 시장에서 XRP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 예상됐으나,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면서도 "소송에서 패소하면 미국 내에서 XRP를 포기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투자자들,  美 코인베이스에 리플 재상장 기대감 일어

그러나 일각에선 리플 CEO의 발언과 상관없이 시장 내부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과정 중 나온 일부 비공식적인 내용에서 리플에 호재로 작용될 요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담당 이사는 "투자자들이 재판에서 보조판사를 맡고 있는 사라 넷번의 코멘트 해석을 두고 향후 리플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만한 기대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의 말에 따르면 사라 넷번 보조판사는 XRP가 화폐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Utiliy Value'도 갖고 있어 이더리움, 비트코인과 차별점이 있다고 봤다. 이는 SEC가 XRP는 투기자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내용이기도 하다. 판사의 코멘트가 리플 본사 측의 주장과 가까워 향후 재판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코인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재판과정에서 "개인이 XRP를 매도하는 행위가 증권법을 위반하는 것인가"라는 보조판사의 물음에 SEC 변호사 측이 "아니다"며 "리플이나 리플 관계자가 매도했을 때만 증권법 위반이다"고 답했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거래소에서 매수, 매도하는 행위 자체가 증권법 위반이 아니므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해시태그 #RelistXRP을 중심으로 트윗이 발 빠르게 공유되며 리플이 코인베이스에 재상장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다만 상황을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목할만한 이벤트 날짜는 12일이다. 이날 미 상원에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직을 놓고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상원의 문턱을 넘어서면 겐슬러는 공식적으로 위원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첫 임무로 리플과의 재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암호화폐 산업 종사자를 비롯해 투자자 등 다수의 이목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겐슬러는 부임 후 리플과의 협상 또는 법정 다툼의 선택지를 놓고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