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철거 현장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석면슬레이트.
주택 철거 현장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석면슬레이트.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1급 발암물질인 슬레이트지붕 해체공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철거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이곳은 인근에 위치한 부암초등학교 학생들이 등·하굣길로 이용하는 길가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석면은 0.0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석면 입자 하나만 폐에 흡입되더라도 인체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규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아주 소량의 석면을 흡입해도 석면폐증·폐암·악성중피종 등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를 통해 석면 가루를 흡입할 경우 최장 50년의 잠복기를 거쳐 각종 중피암 및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석면 관련 현장 작업에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는 10~15%가량 함유된 사업장 지정 폐기물이다.

석면함유량이 1% 초과한 지붕재(슬레이트)를 해체, 제거할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라 사전에 관할 지방노동관청에 신고를 한 후 작업해야 한다.

또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석면조사기관을 통해 석면사전조사를 의뢰하고 지방노동관서에 등록된 석면해체, 제거업자를 통해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

슬레이트 잔재가 널브러져 있는 주택의 철거전 모습(윗쪽, 2021년 1월 다음지도 캡처)과 철거 후 모습.
슬레이트 잔재가 널브러져 있는 주택의 철거전 모습(윗쪽, 2021년 1월 다음지도 캡처)과 철거 후 모습.

석면 관리법에는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 시 비산을 막기 위해 비계를 설치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석면 조각이 흩어지지 않도록 보양을 하도록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습식작업을 통해 석면 가루가 비산되지 않도록 습윤화(고착화)작업 후 철거를 해야 한다.

해체된 슬레이트는 2중 비닐 등 포장지로 밀봉 후 지정폐기물 운반 차량에 실어 지정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동해 버리게 된다.

이같이 석면은 심각한 환경오염과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1급 발암 물질임에도 위 현장의 집터 곳곳에는 마구잡이식 철거를 한 흔적이 역역했다.

더욱이 주위의 오염을 막기 위한 사전준비 절차와 장비, 시설기준마저 전혀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문제는 관리·감독을 맡은 감리인·구청 폐기물과 담당자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만이 일이 아니어서 관련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부산진구청 청소행정과 담당자는 “지난달 19일 폐기물 수집·운반 업체에서 반출 신고가 들어왔다”며 “슬레이트 잔재가 남아 있는 부분은 현장에 가서 확인 후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석면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시기가 1970~1990년대였고 잠복기를 고려하면 2010년을 시작으로 2020~2035년에 이르면 석면에 의한 환경성 질환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부산시는 5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난달 4일부터 주택 1070동에 동당 최대 394만원의 슬레이트 철거·처리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축사, 창고 등 비주택 66동은 동당 최대 688만원을 지원한다.

슬레이트 철거 및 지붕개량 사업 참여 신청은 관할 구·군청 환경부서(환경위생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부산환경공단이 현장을 확인한 후 철거공사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