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이 국내 부동산펀드 운용사에 매각되면서 4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지게 된다. 향후 호텔부지에는 오피스빌딩이 들어올 예정이다.

25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힐튼서울 최대 주주인 CDL호텔코리아는 이지스자산운용에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을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의 매각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 고객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이 끊겼고, 예식 등 다른 사업 부문 역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은 서울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5성급호텔이다. 특히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이 호텔은 과거부터 외부 노출을 꺼리는 정치인과 기업인의 모임 장소로 이름이 높았다. 

실제 1987년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힐튼서울에서 지명됐고, 10년 뒤인 199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민련 후보 간 ‘DJP연합’도 이곳의 비밀 협상으로 탄생했다.

부동산펀드 운용사 역시 이같은 호텔의 입지에 주목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이지스운용은 이 호텔의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용도변경을 거쳐 오피스빌딩을 새롭게 짓는다는 계획이다. 인수자금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마련한다. 

밀레니엄힐튼서울./사진=힐튼호텔 홈페이지 캡처
밀레니엄힐튼서울./사진=힐튼호텔 홈페이지 캡처

■ 코로나發 불황에 휘청이는 호텔업계

한편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불거진 호텔업계의 어려움은 올해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중소형호텔들은 휴·폐업이 늘어나고 있고 특급호텔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전술한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과 앞서 2월 문을 닫은 쉐라톤팔레스호텔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강남구 역상동의 르메디앙호텔, 용산구 이태원동의 크라운호텔도 코로나19 불황을 피해가지 못하고 폐업하게 됐다. 

현재 강남 논현동에 있는 DL그룹의 글래드호텔도 매물로 나온 상황이며, 홍대 머큐어앰배서더호텔, 종로 아벤트리호텔, 청담 프리마호텔, 논현 포레힐호텔,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 등도 매각 주관사가 정해졌거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업계 채용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자사에 등록된 직종별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호텔·카지노·콘도 분야가 전년 대비 52.1%p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항공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타격이 큰 것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반강제적으로 휴업하는 곳이나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이 기대만큼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올해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