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라온호 모습.(사진=HMM)
HMM의 라온호 모습.(사진=HMM)

HMM(옛 현대상선)의 연내 M&A(기업인수합병)가 사실상 물건너가는 형국이다. 특히 HMM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인한 글로벌 해운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등의 수혜가 확대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등의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M&A 가능성이 점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현재로서는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등 연내 민영화 작업 착수가 쉽지 않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26일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HMM의 연내 매각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HMM의 연내 매각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기업의 주가를 그 이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산은의 민영화 작업은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산은이 HMM 민영화를 위한 매각 작업에서 가장 먼저 고려될 부분이 경영정상화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HMM에 3조2000여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회수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주가 상승 국면에서 매각 타이밍을 잡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HMM 민영화가 단순히 주가 부양 및 시세차익을 통해 회수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HMM의 주가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달 14일, 자사 보유 CB의 주식 전환 방침을 밝힌 시점과 만기도래일인 30일 전후 1차 변곡점을 맞은 상황이다. 이를 기점으로 주가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을 거쳐 8월 초, HMM이 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세가 점쳐진다. 여기에 업황도 훈풍 역할을 하고 있다. HMM 사업 가운데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특히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전주 대비 45.58포인트 상승한 4100.00을 나타냈다. 이는 SCFI가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 같은 업황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에게는 모두 악재로 인식되는 유가상승마저도 HMM에게는 운임료 상승에 따른 수익성 확대의 호재로 평가될 정도다. 

그렇다고 HMM 주가 상승 국면에서 산은이 매각을 서둘러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국책금융기관이라는 산은의 특수성상 시세차익을 염두한 매각을 서두르는 모양새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가 변수가 많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및 전환할 경우 시가총액 규모는 변동이 없으나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당순이익(EPS)과 주당 순자산가치(BPS) 희석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HMM도 그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없는 노릇이다. 

또 하나, 2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산업은행 보유 HMM의 30년 만기 영구채다. 특히 영구채의 이자율만 최대 10%라는 점은 향후 M&A 등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향후 HMM의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글로비스)·포스코·CJ·SM·하림·현대그룹 가운데, 어느 기업도 직접 나서서 인수 의향을 내비치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산은이 향후 HMM 민영화의 일환으로 추진할 매각 과정에서 영구채가 HMM 인수를 희망하는 전략적 투자자(SI)에게 영구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처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산업은행은 HMM이 2017년부터 경영 및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한 3조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매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HMM은 지난 2017년 2월 정관 변경을 통해 CB 발행 한도(8000억원→2조원)까지 늘리면서까지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의 영구채 매입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지금까지 총 3조10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는 산은이 영구채 매각 결정권을 쥐고 있으나, 정부나 해양진흥공사 등 관계 기관들과의 협의 및 조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지난 20일, 이미 “HMM 영구채·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여기에 HMM의 실적이 올해 상반기부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적자에 허덕인 터라 아직까지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연내 M&A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대규모 투자 등의 영향으로 HMM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기준 455.11%에 달하고 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산은이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일거에 회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산은은 HMM의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한 회수 방안을 최우선 방안으로 꼽고 있다. 산은 측은 현재까지 "(HMM의) 매각과 관련 현재까지 무엇도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산은 내부에서도 연내 민영화 착수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해 보면, 매각 등 HMM의 민영화 작업은 올해 안으로 착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지난 2018년 국내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추진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시한의 종료가 다가오고 있고, 산은이 CB 주식 전환 등의 작업 등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 비춸 볼 경우, 이르면 내년 초나 늦어도 다음 정권 초반에는 HMM 민영화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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