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년 20%가량 오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우상향하는 시장 규모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85조5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연간 거래액 161조1234억원에서 약 15% 성장한 수준이다. 

그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78조원 규모에서 2018년 111조원으로 22% 넘게 성장했고, 2019년엔 1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8% 올랐다. 2020년에도 직전년도에 비해 19% 이상 늘었다. 

이같은 고성장세가 지난해 15%로 떨어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 대비 14% 성장한 211조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업계는 코로나19 기저 효과를 꼽는다. 펜더믹 발생 이후 이례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성장세가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소비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상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판매자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소비자들 또한 원하는 상품을 제때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거래액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도 이같은 흐름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사이버먼데이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 대비 1억 달러(약 1200억원) 줄어든 107억 달러(1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 전망치는 113억 달러였다.

■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극복 방안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환경은 미국이나 중국 등 빅마켓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독보적 강자의 존재유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시장 점유율 약 40%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역시 알리바바가 51%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네이버-신세계·이베이코리아-쿠팡 등 3강이 각각 17%, 15%, 13%씩을 점유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30%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이들 업체를 빅3로 볼 수도 없다. 이들 업체의 점유율을 합해봐야 4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간 이들 업체는 적자를 보더라도 성장하는 시장 덕에 함께 커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 성장 둔화로 더 이상 이 같은 방식으로는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네이버-신세계·이베이코리아-쿠팡 등 국내 대표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선 네이버는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업체들과의 제휴를 택했다. 신세계그룹과의 지분 교환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신세계와 동맹을 맺고 소비자 락인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신선식품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CJ대한통운과의 협업해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 온 물류 인프라를 해결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구축했고,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해 스마트 스토어 입점 업체들의 배송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판매자 잡기에도 나섰다. 좋은 판매자를 유치해 양질의 제품을 제공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빠른 정산과 중소상공인(SME) 대출, 결제수수료 지원 등에 나서며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접근성을 낮췄다.

지난해 6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이커머스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한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라는 전문성을 살려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나선다. 앞서 3일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온·오프라인 구별 없이 고객이 우리의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그룹의 유일한 명제이자 디지털 피보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 피보팅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축으로,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올해 온·오프라인 계열사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유료멤버십'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위해서는 충성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시 된다. 우선은 온라인부터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는 멤버십 협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지난달 기존 월 2900원이던 '와우 멤버십'의 가격을 월 4990원으로 변경했다. 또 배달앱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개편했다. 모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연 이익이 12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쿠팡 역시 판매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0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을 조성해 대금조기지급결제나 마케팅 활동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쿠팡의 전체 판매자 중 80% 이상은 연매출 30억원 미만의 소상공인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성장률 둔화 시작과 함께 시장 내 경쟁 심화와 동시에 재편이 예상된다"며 "시장 재편 과정에서 점유율 확대가 가능한 기업은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 심화에 대응이 가능하거나 차별화 경쟁력을 갖춰 효과적인 프로모션 비용 지출이 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