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택배노조)의 파업이 18일로 3주차에 들어선 가운데, 여전히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배송 대란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이커머스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난감한 모양새다.

18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상경 차량시위를 진행 중이다. 노조원 200여명은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형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릴레이 집회를 열기도 하다. 이는 노조가 제안한 대화에 사측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노조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공식 대회를 제안한다"며 17일 오후 1시까지를 기한으로 일방적으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양측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CJ대한통운 측은 "회사(CJ대한통운)는 택배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업계 전체의 합의 이행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선도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과 소상공인, 대리점과 비(非)노조원 택배기사의 피해가 커지고 있으니 파업을 멈출 것을 노조 측에 촉구했다.

당초 택배노조 파업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파업이 장기화되자 소비자 및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설 선물세트 배송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들의 불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명절 철에는 평시 대비 택배 물량이 50% 이상 늘어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 및 입점업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각자 대응책을 마련해 실시 중이다.

네이버의 경우 스마스스토어 판매자에게 배송 지연시 부과하던 패널티를 면제했다. 또 소비자에게 배송 지연을 안내하라고 공지했다. 이번 사태가 상품이나 판매자 문제가 아닌 택배노조의 파업 등 외부 상황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품 지연의 경우 상품·판매자 기준이 아닌 고객이 배송을 받는 지역의 대리점기사에 영향을 받는 불특정 건"이라며 "고객 혼선 방지를 위해 배송지연 발생 건을 해당 사유 발생 고객에게 개인별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11번가와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도 이와 동일한 이유로 판매 지연 패널티 면제 및 개별 안내를 실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과 마켓컬리처럼 배송 자회사를 마련해 운영 중인 플랫폼의 경우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CJ대한통운과 협업해 새벽배송을 진행 중인 마켓컬리는 이른바 강성 노조원들이 많은 울산광역시, 경기 성남시 등의 경우 아예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사진=마켓컬리 모바일 앱 캡처
사진=마켓컬리 모바일 앱 캡처

마켓컬리 관계자는 "CJ대한통운과 협업해 충청·대구 등에서 샛별배송을 시행 중이지만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형태라 이번 노조파업과는 관련이 없다"면서도 "일반 택배 배송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맞다. 대부분 CJ대한통운과 협업한 지역이고 다행인 건 지방 주문 비율이 높지 않아 피해가 미미한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보다는 전문 배송사와 협업을 맺은 업체들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온라인몰의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택배사를 옮기면 되지만 예컨대, 마켓컬리의 경우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고 있어 택배사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통업체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방법밖엔 없는 터라 많이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