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좀비 열풍이 전 세계를 다시 강타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넷플릭스 최신작 '지금 우리 학교는'(영문판: All of us are dead, 이하 지우학). 

이 작품은 하이틴 좀비 서바이벌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장르로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다.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다. 4일(한국시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우학은 넷플릭스 TV SHOW 부문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중이다. 지난 28일 첫 공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정상에 오른 것.

국가별로 보면 한국을 포함해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 총 58개국에서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좀비물의 본고장으로 평가받는 영국, 미국 등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도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른 지표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우학은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또한 공개 3일 만에 1억2479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TV(영어) 부문 1위인 '오자크'의 시즌 4 시청 시간 기록(9634만)과도 격차도 벌리고 있다.

■ 지우학 흥행 비결은 장소가 주는 '신선함'

글로벌에서 한국형 좀비물을 찾는 까닭은 다름아닌 '새로움'에 있다. K-좀비 흥행 역사를 되짚어 보면 배경이 됐든, 장소가 됐든 새로운 환경이 가져다 주는 효과가 컸다. 킹덤은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부산행은 열차의 제한적인 공간에서 오는 신박한 공포를 느꼈다면 지우학 역시 '고립된 학교'라는 참신한 설정을 품었다.

지우학의 스토리는 명쾌하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생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그린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포칼립스(종말)를 맞은 암울한 배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캐릭터의 성장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확 낮아진 것도 눈 여겨 볼 포인트다. 그간 좀비물의 주인공 자리는 늘상 어른들의 차지였다. 특히나 아이들은 수동적인 캐릭터 혹은 지켜줘야 하는 유약한 존재로 묘사돼 왔다. 나쁘게 말하면 '짐'으로 표현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우학은 달랐다. 구조만 기다리는 무미건조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미숙하지만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어른들의 셈법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는 점도 새롭다. '우당탕탕'. 관객은 조금 무모하더라도 부딪치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의 모습에서 이내 마음을 빼앗긴다.

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또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 감독은 주요 감상 포인트로 "학생들의 생존 의지와 존재 의지의 싸움이 이 이야기의 본질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 배경은 참신했지만, 스토리 전개는 '아쉬워'

이 작품은 주동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극의 전개방식이나 일부 스토리는 재구성됐다.

학교라는 배경이 주는 새로움은 있었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총 131회에 달하는 웹툰의 내용을 모두 담으려 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마치 상자 안에 내용물이 가득 찼는데 억지로 꾹꾹 눌러 담는 듯한 느낌이 난다.

드라마에선 웹툰에서 다뤄졌던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성희롱을 비롯해 집단 이기주의, 사회의 부조리, 이슈들이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풀어내다보니 장면전환이 남발됐고 결국 극의 흐름이 깨지는 결과를 낳았다.

좀비물은 속도감이 생명이다. 또한 살아남기 위한 인물 간의 갈등이 핵심 기제로 다뤄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메인디쉬(main dish)'인 셈이다. 그러나 지우학은 곁가지가 너무나 많다. 때문에 본래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정치인의 허영심, 큰 결단을 앞두고 고뇌하는 군인, 정의롭고 의협심 넘치는 경찰, 아이를 지키려는 어린 엄마의 자화상 등 사이드 인물들의 스토리가 필요 이상으로 다뤄진다. 이로 인해 정작 주인공들인 학생들의 이야기가 가려지는 듯 했다. 특히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않았기에 사이드 캐릭터가 등장한 장면은 더더욱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바꿔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오징어 게임과 극중 전개 방식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오징어 게임은 조연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를 2화에 몽땅 몰아넣었다. 3화부터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게임'과 '생존' 그 원초적인 재미에 집중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법은 실제로 적중했다.

오겜의 '누가 살고 누가 죽을 것인가'의 궁금증은 작품이 끝날때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은 확실히 오징어 게임이 압도적이다.

■ 국내·해외 반응 상반··· "클리셰 덩어리" vs "다른 시도 놀라워"

실제 팬들의 감상평은 어떨까. 먼저 국내와 해외에서 지우학의 작품성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선 국내에서는 흥행에 다소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작품에서 한국 드라마하면 빠지지 않는 '신파' 요소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기존 좀비물에 익숙한 장면들이 발견돼 조금은 진부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시청자는 "개성있는 작품이 드라마로 클리셰 덩어리가 됐다"며 부정적인 감상평을 남겼다. 또 다른 시청자는 "전체적으로 루즈한 장면이 많았다. 좀비물의 기본공식인 위기-평화-위기-평화로 이어지는 극중 흐름이 기계적으로 반복돼 지루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평단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우학은 작품의 참신함을 평가하는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79%를 IDBM 평가에선 10점 만점에 7.7점을 받았다.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한 코멘트를 보면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과 마찬가지로 악몽 같은 공간적 배경을 최대한 활용해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아찔한 효과를 준다"는 평을 남겼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의 좀비 쇼가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라며 "'지금 우리 학교는'은 세계를 뒤흔드는 어두운 실존주의를 그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웹진인 IGN은 "이 작품은 다소 잔인하고 무자비한 성격 외에는 좀비 대학살의 영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공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비평 매체 인디와이어는 "1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익숙한 이야기가 단조롭게 반복된다"며 작품 내 불필요한 회상 장면과 모호하고 상투적인 대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총평하자면 확실히 볼거리는 많았으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K-좀비만의 화끈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우학의 흥행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향후 K-콘텐츠의 열풍을 이어갈 새로운 동력이 될 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