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에 높은 관심을 보이던 유통업계가 최근 퀵커머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성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초기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퀵커머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지난 18일부로 새벽배송을 완전히 중단했다. 2020년 5월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이후 2년이 채 안돼서 철수한 것이다. 대신 롯데온은 2시간 내 바로배송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헬로네이처도 새벽배송 사업을 내달 말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새벽배송 서비스를 대전 등 중부권으로 넓히겠다고 선언한지 4개월 만에 사업을 접은 셈이다. 

헬로네이처는 새벽배송을 종료하는 대신 기존 역량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 B2B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롯데온과 헬로네이처를 운영하는 롯데쇼핑과 BGF리테일은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각각 15조5812억원, 6조7812억원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다. 

이처럼 매년 수조~수십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기업들마저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투자 금액 대비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새벽배송 3강으로 꼽히는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모두 국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거나 할 계획이다. 쿠팡의 경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난해 3월 이후 국내 물류센터 건립 투자 비용만 1조370억원을 들였다. SSG닷컴도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인 '네오'를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SG닷컴 자동화물류센터 '네오003'./사진=SSG닷컴
SSG닷컴 자동화물류센터 '네오003'./사진=SSG닷컴

반면 이들 업체는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SSG닷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79억원, 마켓컬리는 적자가 2177억원에 달한다. 시장점유율로 새벽배송 3강에 속하는 쿠팡도 누적 적자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주요 상품이 신선식품인 만큼 보관과 배송 과정에서 신선도 유지, 재고 관리 등 비용도 많이 들고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많다"며 "시장도 쿠팡-컬리-SSG닷컴 등 3강 체제로 굳어가고 있어 신규업체가 경쟁력을 내세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요 유통업체들은 새벽배송보다는 퀵커머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새벽배송보다 비용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퀵커머스는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즉시 배송 해주는 서비스로 대부분 2시간 이내, 빠른 경우 수십분 이내에도 상품을 배송해준다. 

빠른 시간 내에 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도심 곳곳에 세워진 작은 물류센터인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icro Fulfillment Center, MFC) 덕이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경우 따로 MFC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운영 중인 백화점·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편의점 등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성장성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35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2025년에는 5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 7일 퀵커머스 서비스 쓱고우를 선보이고 강남 일부 지역에서 근거리배송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GS리테일도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올 상반기 내 '우리동네GS'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GS25와 슈퍼마켓, 랄라블라 등 매장이 물류 거점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퀵커머스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업계에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퀵커머스의 주요 무대는 물류센터 기준 반경 3km 이내다. 이때 기존 골목상권과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라이더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