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미국발 경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사진=글로벌경제신문)
국내 산업계에 미국발 경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사진=글로벌경제신문)

"이번 상황에 대해 여러 채널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여느 때의 상황과는 양상이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산업계에 미국발 경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행보로 인해 전 세계 금융 및 경제를 강타하면서 올 하반기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 등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현대차기아·SK하이닉스·LG전자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자체 태스크포스팀(TF)과 해외 법인 등을 통해 국제 금융 시장 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은 연준이 이번에 '자이언트 스탭(1회에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현지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확대 전략 차질과 마진 축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현재 강달러 국면과 맞물려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악재로 전환 가능성도 열어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크게 오를 경우 현재 시장 내 소비 심리 및 수요 위축으로 자동차, 가전 등의 상품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더욱이 강달러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 내 자본유츌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은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연준의 스텝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연준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는 보폭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다 오는 11월과 12월에도 25bp씩 올리는 빅스텝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상단인 3.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경기침체 내지, 스태크플레이션(경기침체와 실업, 물가상승이 동시에 지속되는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5월 경기선행지수가 4월 대비 0.4% 떨어지면서 두달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경제 리스크가 한꺼번에 덮치는 '퍼펙트스톰'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럴 경우 자동차, 가전, 석유화학 제품 등 우리나라 주요 13대 수출 품목 전체가 이 영향권에 들 수 있어서다. 최근 국제 해운운임의 고공행진 등으로 숨통이 트였던 해운과, 반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항공 업종은 외화 차입금이 많아 금리인상으로 비용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이중 외화부채비중이 높고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영업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환율 등락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다.

해운사들도 글로벌 선주들은 금융자금을 모아 발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이자비용 증가 등으로 선박 발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업계는미국 시장 내 달러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로 판매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으나 해외 매출에서 신흥국을 포함한 ‘기타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차 등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료 수입가격이 상승이 부담이지만, 최근 수주 호조세 국면에서는 크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세계 경기 침체로 수주가 얼어붙을 수는 있다"고 했다.

수출도 문제이지만, 내수도 걱정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유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자 물가는 물론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자동차는 물론 전체 내수 위축은 물론 생산, 공급, 수요 등 전 부문이 코로나19 때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제조업 위축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소제조업체의 생산지수는 102.7를 기록해, 전년 동월에 비해 1.6% 감소했다.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이는 4월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동반 하락한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내놓은 '경제동향 6월호'에서 "제조업 둔화로 경기 회복세 약화하는 모습"이라며, "금리인상은 경기 하방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서다. 내수의 경우 물가상승세로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17일, 1년 7개월 만에 5만원대까지 하락한 배경으로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이 썩 좋지 만은 않다는 것 말고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및 경제 리스크가 고조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