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글로벌경제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글로벌경제신문)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가고, BMW도 만났다."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 한마디가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언급이 단순히 팩트 전달을 넘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가 있다. 지난 7일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을 떠나기 전 알려진 그의 일정이 반도체 핵심 장비 생산 업체인 네덜란드 ASML 본사와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방문 등 대부분이 반도체 관련 일정으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입국 첫 일성에서 반도체 대신 전기차 관련 업체 방문을 언급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앞으로 전기차 관련 사업에 투자,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으로 나왔다. 

이를 찬찬히 뜯어보면, 여느 때와는 다소 늬앙스가 느껴진다. 유럽 출장 전후 국내에서 터져나온 전기차 관련 이슈가 맞물린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전기차 관련 언급은 우연의 일치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예사로이 볼 사안도 아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배터리와 고객사(BMW), 그리고 전장 계열사인 하만 카돈을 방문했다. 전기차 사업을 아우르는 산업군이자 업체들이다. 일종의 전기차 관련 수직 계열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삼성이 이들 계열사 만 갖고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업계 일각에선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고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핵심은 '삼성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느냐'로 압축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예스(그렇다)"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삼성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삼성의 경우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전자·IT·통신 등에 대한 핵심 기술은 물론, 배터리와 음향 기기에 이르기까지 전장 사업 관련 수직 계열화를 이룬 상태나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관련 법, 제도 등까지 따져봐도 삼성카 생산에는 별 제한이 없다. 또, 판매 방식에서도 최근 온·오프라인 판매는 물론 '구독경제'가 활성화돼 유통 및 판매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사업 재진출과 관련 이해충돌 여지가 있었던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의 관계도 지분 정리 등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됐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애플이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 생산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형태로 삼성카 등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신의 경우 삼성전자는 이미 현대차, KT와 5G를 이용한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메모리 등 반도체 업황 전망이 어둡게 나오면서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훈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견고한 사업력을 구축한 반도체는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재도약을 꾀하는 한편 스마트카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전기차 등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상업 생산이나 판매의 문제는 기술확보 등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인 이 부회장의 결단 및 사업 의지가 중요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스마트카 등 미래 모빌리티는 완성차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전장 사업을 통해 베네핏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굳이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서 막차를 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8년 8월 ‘완성차 사업 진출설’과 관련, “최근 선정한 미래성장사업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가 있어 정확히 말씀드린다”면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완성차 사업을 하거나 완성차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던 때와 상황이 현재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비춰, 향후 삼성이 따를 수 있는 모델은 애플의 '애플카'보다는 LG전자 모델에 무게가 쏠린다. 얼마 전 LG전자가 선보인 LG 옴니팟(LG OMNIPOD)이 그 바로미터다. 이는 인공지능(AI)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전과 통신, 레저, 모빌리티가 총 망라된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이다. 이 같은 형태를 통해서 삼성이 앞으로 얼마든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극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