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에도 영화관업계가 웃지 못하고 있다. 높아진 티켓값 탓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탓이다. 

영화관업체들은 영화 외에 가수의 콘서트를 상영하거나 레저시설 설치 등 생존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티켓값을 낮추는 것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영화관 총 관객수는 642만1297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월의 2227만7733명의 28.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도 줄었다. 지난달 국내 영화관 총 매출은 690억원으로 2019년 2월의 1899억원의 36.3%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각 영화관업체들은 영화 외의 인기 가수의 콘서트를 영화처럼 상영하거나, 상영관 줄이는 대신 그림을 전시하거나,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생존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CJ CGV의 경우 지난 17일 서울 신촌점의 상영관 2개를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로 바꿔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와 구로점에 이어 3번째다. 이 회사는 앞서 2월에도 상영관을 개조해 골프 스튜디오와 볼링펍을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시네마는 매장 일부 공간을 그림 전시장으로 바꾸고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 상영관을 이용해 영화 산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메가박스도 '시네마 도슨트' 등의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관업체들이 여러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관객 수 회복을 위해서는 티켓값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관.(사진=연합뉴스)
영화관.(사진=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현재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의 티켓값은 평일 기준 1만4000원, 금·토·일요일 등 주말엔 이보다 비싼 1만5000원이다. 티켓값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9년 당시 1만1000원에 불과하던 평일 기준 영화 티켓값은 3년새 4000원, 27.3% 상승했다.

이같은 티켓값 인상 덕분에 지난 2월, 2019년 동월의 29% 수준에 불과한 관객 수를 동원했음에도, 당시 매출 대비 37%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들의 경영 상황도 나아졌다. CJ CGV의 경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영업손실이 2414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은 560억원으로 1년 사이 적자 폭을 1854억원이나 줄였다.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10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메가벅스도 영업이익 5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4% 올랐다.

그러나 현재 티켓값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가격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0~2021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은 영화 티켓값으로 8000~1만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일반관 가격인 1만4000~1만6000원은 3.9%가, 특별관 가격인 1만8000원 이상은 0.9%가 적정하다고 응답하는 데 그쳤다.

영화업계에서도 티켓값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온다. 영화 '암살'과 '도둑들'을 제작한 최동훈 감독은 지난달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중국은 코로나 이후 50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며 "가격을 내릴 테니 관객들도 많이 찾아달라고 영화관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관업계 한 관계자는 "티켓값과 관련해 소비자나 일부 업계관계자의 의견은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영악화와 인건비, 공공요금 등의 인상으로 티켓값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가격 인하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업계에서도 가격 인하와 관련해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