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말하는 '변화' 이야기] 뉴 노멀 시대, 새로운 판에 올라탈 용기와 지혜
예전에는 ‘노멀(Normal)’이라는 게 존재했습니다. 대다수가 비슷한 삶의 양식을 공유했고, 세상의 흐름 또한 비교적 예측 가능했죠.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고 기술 발전은 점진적이었으며, 사회 전반의 큰 변화는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올 정도로 예측이 가능한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우리가 익숙했던 ‘노멀’의 기준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잊을 수 없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건실했던 은행들이 위태로워지고, 잘나가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도산하며, 많은 사람들이 주거지를 잃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경제학자이자 투자 전문가인 엘 에리언(Mohamed El-Erian)은 이러한 상황을 과거의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뉴 노멀(New Normal)’의 도래라고 명명했습니다. 그 후 이 ‘뉴 노멀’이라는 용어는 경제 현상을 넘어, 어떤 사건이나 거대한 변화로 인해 기존의 통념이나 기준이 완전히 바뀌고 새로운 표준이 자리 잡는 상황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가장 최근, 우리가 뼛속 깊이 경험했던 뉴 노멀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전례 없는 전염병의 확산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일상을 송두리째 멈춰 세웠습니다. 등교와 출근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만남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었죠.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화상회의를 통한 비대면 소통 등이 순식간에 우리 삶의 새로운 표준이자 뉴 노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생활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롱테일 이론(The Long Tail Theory)’을 제시한 IT 사상가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디지털화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마치 중력처럼 그 가치가 ‘공짜’에 가까워지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 웹툰, 무료 음악 등 인터넷에 넘쳐나는 공짜 콘텐츠들을 보세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러한 ‘공짜 경제’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는 바로 ‘뉴 노멀 시대’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결국 뉴 노멀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닙니다. 이는 세상의 판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짜이고, 인류 전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스어로 ‘판(Pan)’이 ‘전체’라는 의미인데, 전 세계적인 유행병인 팬데믹(Pandemic)에도 이 ‘판(Pan-)’이 들어가는 걸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새로운 판이 한번 깔리면 그 영향은 아주 넓고 오래갑니다. 과거처럼 잠시 어려웠다가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거센 물결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새로운 표준이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올드 노멀(Old Normal)’ 시대에 대한 미련과 환상에 젖어 살기 쉽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잠시 어려울 뿐 곧 지나갈 거야. 조금만 버티면 옛날처럼 다시 잘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로 현실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근본회귀’ 심리나, 혹은 세상은 돌고 돈다는 주역(周易)의 ‘변화 원리’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로운 판이 깔렸는데도 재빨리 올라타지 않고 옛 방식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나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의 흥망성쇠처럼 쇠퇴기를 거쳐 다시 부흥기가 온다 해도, 그 쇠퇴기는 바닥을 칠 때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완전히 무너지고 부서진 후에야 비로소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 정도면 충분히 버텼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이미 너무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로 뉴 노멀의 시대입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예전처럼 다시 잘될 거야”라는 헛된 희망과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새로운 판 위에 올라타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따르는 길입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언젠가는 다시 좋은 시절이 오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역리(逆理)’나 다름없습니다. 뉴 노멀 시대! 새로운 판에 잽싸게 올라탈 용기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