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정보 공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게이머들의 K-게임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 

제도 시행 전후로 웹젠(뮤 아크엔젤), 그라비티(라그나로크), 위메이드(나이트크로우),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등 다수 게임사들이 자제 전수조사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표기 오류를 인정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공지로 사안을 알리며 환불, 보상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그라비티는 과거 개별 획득률이 0.8%로 공시됐던 일부 아이템의 획득률이 실제로는 0.1%에 불과했던 사실 등이 확인됐다. 또 뮤 아크엔젤은 '세트보물 뽑기' 상품에서 기존에 공개된 확률과 다르게 360레벨∼400레벨의 경우 100회, 401레벨 이상의 경우 150회 뽑기까지 획득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회사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오른 상황이다. 공정위는 라그나로크의 아이템 확률 허위표시 및 조작 의혹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에 돌입했으며 웹젠의 경우 담당부서를 올해 신설된 중점조사팀으로 옮기고, 사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해당 케이스는 시기상으로 개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추후 조사를 통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앞서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사례처럼 최소 억 단위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과징금 처분보다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게이머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것에 있다. 이용자 대거 이탈 등 게임사 이미지와 게임의 수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넥슨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보보보' 사태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뒤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메이플스토리 종합 통계 사이트 메애기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메이플스토리 '유니온' 인구수는 24만4555명으로 지난 1월 53만8889명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확률 표기 오류를 '단순 실수'로 무마하기엔 사안이 크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영·유아 이유식 브랜드 '엘빈즈'가 원재료 함량을 거짓 표기하다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며 불매운동 조짐이 일기도 했다. 게임업계라도 비단 다를 바 없는 문제다.

정부가 게이머 권익 보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기만행위 법 위반행위가 있었다면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확률 조작 등 불공정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럭 시위로 홍역을 치룬 과거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국내 게임업계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게이머들의 불신을 지울 수 있도록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정보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소상히 공개해야 하며, 다수 인원과 시간이 투입되더라도 후속 조치를 통해 검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