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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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따라 재계 1위 삼성전자의 경영은 또다시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에 빠졌다.

최근 이건희 회장의 별세,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총수 부재' 악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그동안 진행해온 '반도체 비전 2030' 등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은 즉시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된 것은 지난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날로부터 1078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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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시계제로 빠진 삼성… '초격차 전략' 올스탑

이에 따라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도 차질을 빛게 됐다. 이 부회장이 다시 기소되면서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물론, 최종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M&A 투자와 신사업 진출 등이 당분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히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물론, 최종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M&A 투자와 신사업 진출 등이 당분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8년 2월까지 구속되면서 삼성의 경영시계는 2년간 멈췄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9조3400억원 규모의 하만 인수 결정 후 지금까지 대형 M&A가 전무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지난해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로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이 같은 행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 변화에 주력하던 중 구속되며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결단과 헌신’”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도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리더 역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M&A, 신사업 진출 등은 총수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신산업 투자가 어려워지고 기업의 중장기적 미래를 봤을 때 결코 긍정적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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