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안팎에서 상속세 관련 논란이 재가열될 조짐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세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며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재계 내 해묵은 상속세 논란은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소유였던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유족이 상속세로 납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금 부상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확정 상속재산가액은 총 18조9633억원으로, 이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이다.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대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를 3%를 차례로 적용한 금액이다. 여기에 부동산 상속세 1조원 가량이 합산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상속세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전날 "자녀에게 기업 상속 시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60%로 OECD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냈다. 특히 공제 후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액도 분석대상 54개국 중 우리나라가 2번째로 높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1억 유로(약 1,350억원) 가치 기업을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액은 우리나라가 4,053만유로(실효세율 40.5%)로 분석대상 54개국 중 미국(실효세율 최대 44.9%)에 이어 2번째로 부담세액이 높다.

1억 유로(약 1,350억원) 가치 기업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실제 부담하는 증여세액은 우리나라가 4,564만유로(실효세율 45.6%)로 분석대상 54개국 중 부담세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논리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직후인 지난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와 궤를 같이 한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채택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 상속·증여세 부담도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이후 중소기업중앙회와 (재)파이터치연구원은 기업상속세율을 50% 인하하면, 일자리가 26만7000개 창출되고 기업 매출액이 139조원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헸다. 이 같은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94.5%가 가업승계 시 상속세와 같은 조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업계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영속성 확보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인하하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일률적인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