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가 '대체육'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 등을 사용해 고기와 유사한 맛과 향, 식감을 구현해 낸 식품을 말한다. 고기의 경우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가스가 발생하는데 대체육은 이러한 과정이 없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도 맞물려 있다. 또 육류 섭취에 따른 신체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2500억원에서 오는 2023년 6조7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아직 2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서 대체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의 대체육 시장 진출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비욘드미트 제품./사진=동원F&B
비욘드미트 제품./사진=동원F&B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대체육을 제조·판매하기 시작한 업체는 롯데푸드다. 롯데푸드는 지난 2019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트 제로미트'를 자체 개발해 출시한 바 있다. 올해 7월  '제로미트 베지 함박스테이크' 2종을 출시하는 등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해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는 롯데푸드는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대체육 사업 분야를 성장시키고 있다.

동원F&B 역시 2019년 대체육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대체육 전문기업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제품인 '비욘드버거'(Beyond Burger)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비욘드버거는 2016년에 출시한 식물성 대체육 패티로 비욘드미트의 대표 제품이다. 비욘드버거는 동원F&B를 통해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몰, 비건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 누적 판매량은 15만개 이상이다.

농심은 지난 1월 계열사 태경농산과 손 잡고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해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떡갈비와 너비아니 등을 선보였다. 또 최근 비건(채식주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비건 외식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농심은 비건 레스토랑을 통해 ‘맛있고 친숙한 비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소비자에게 선보하기 위한 오프라인 채널로 비건 레스토랑을 준비하게 됐다”며 “농심의 비건 기술과 맛에 대한 인지도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016년부터 관련 연구개발을 해오던 신세계푸드도 지난 7월 독자기술을 통해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면서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 제품을 스타벅스·베이커리 등 외식 가맹 사업, 가정간편식(HMR) 사업, 단체급식 사업 등을 통해 선보이면서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배양육에 집중하는 식품 기업도 있다.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별도의 도축 과정 없이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인공 고기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대상그룹이다. 대상은 최근 배양육과 세포 배양용 배지사업 확대를 위해 배양 설비 대량 도입에 나섰다. 오는 2025년까지 배양 공정을 확립하고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상은 최근 세포 배양 기술력을 갖춘 스페이스에프를 비롯해 무혈청 배지 전문 기업 엑셀세라퓨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J제일제당은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초 식품전략기획실 산하에 사내벤처캐피탈 역할의 뉴 프론티어팀을 신설하고 지난 5월 싱가포르의 갑각류 배양육 기술 보유 기업 '시오크미트', 7월에는 이스라엘 배양육 전문 기업 '알레프팜'에 투자를 진행했다.

SPC삼립도 미국의 푸드테크사 '잇 저스트'와 손잡고 국내 생산·유통에 대한 독점권을 취득했다. 잇 저스트는 싱가포르에서 대체육 판매 승인을 최초로 받은 업체이기도 하다. SPC삼립은 충북 청주 소재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저스트 에그 제품'(액상 타입)을 제조, 국내에 유통한다. SPC삼립은 우선 SPC그룹 계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향후 B2B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떠오르면서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다"며 "업체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대체육 제품들이 조기 완판되는 등 시장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어 업계의 시장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