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연일 '물가 안정'을 외치는 정부가 식품업체에도 동참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압박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물가 안정을 위해 15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고 관세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주요 인사들도 전방위적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과 한훈 차관은 유통·식품 현장을 찾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1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물가 동향을 점검하는 등 고물가 상황을 손수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도 함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양사와 대한제분 역시 "가격 인하에 관해 논의 중"이라며, 정부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담합 조사'를 운운한다. 표현만 협조지 사실상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훈 차관은 지난 13일 식품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담합 발생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구체적 혐의가 포착되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지난 19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을 제조·판매하는 국내 3개 기업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동참 명분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는 국제 곡물 및 유지류 등 원재료 가격 인하와 높은 이익률을 이유로 들어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라고 한다.

이에 대해 업계는 원재료 가격 외에 제품 생산에 필요한 각종 비용(인건비·물류비·전기수도세 등)이 모두 올라 호실적을 거둔 해외 시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처럼 적극 개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초 주류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막았고, 지난해 중순께 라면 업계의 가격 인하를 끌어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방법이 옳은 것일까. 아니다. 

정부의 가격 억제 직후인 지난해 추석, 우유와 같은 유제품을 비롯해 외식 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소비자 물가가 작년보다 3%나 높아졌고, 정부와 식품업계 간 줄다리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도 큰 효과는 없다는 방증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원자재를 파악하고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해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토록 해 공정경쟁이 가능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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