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업계가 최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최대 30만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전환지원금은 휴대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를 이동하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기기 지원금이다. 

이번 상향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3사가 수용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만원대의 최대 지원 혜택을 누리려면 10만원이 넘는 고가요금제 가입이 동반된다는 점에서다.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통신사들이 공지한 전환지원금 최대치는 KT가 33만원, SK텔레콤이 32만원, LG유플러스가 30만원이다. 지원금 규모는 요금제와 단말기 기종에 따라 상이하다. 

겉으로 보기엔 혜택 폭이 큰 듯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이를 테면 KT의 경우 출고가 200만원대의 갤럭시 Z 폴드5(256GB)를 구입하고 월 13만원대의 '초이스 프리미엄' 요금제를 써야 최대 33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기종을 두고 SKT도 월 12만5000원의 요금제를 써야한다.

제약조건도 따른다. 먼저 국민 대다수가 이용 중인 선택약정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가족결합 등 결합할인 혜택도 누릴 수 없다. 기종에선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는 전환지원금 규모가 턱없이 적거나 일부 통신사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곳도 있다. 새 선택지를 열어 주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통로를 막거나 좁혀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입자에게는 족쇄와 같은 긴 약정 기간과 위약금도 부담이다. 약정 기간을 못 채우거나 요금제를 낮추게 되면 위약금도 그대로 토해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실제 대리점에 문의해 본 결과, 타사와 달리 LG유플러스의 조건은 매우 빡빡했다. 통상 6개월간 고가 요금제를 쓰고 그 후로 요금제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공시지원금은 반납을 안해도 되지만, LG유플러스의 경우 전환지원금을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하자면 혜택 대상은 새 단말기 구입을 희망하는 이들 중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를 써 왔던 소비자로 한정된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사용량이 적거나 중저가 요금제 선호도가 높은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최근 통신 업계 CEO들은 주주총회 자리에서 전환지원금을 놓고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유영상 SKT 대표는 "당연히 (수익성 악화가) 걱정된다"며 "이를 방어할 최적의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했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불황 여파로 전 산업군이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신 3사의 합산 영입익은 3년 연속 4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5G 가입자는 3000만 시대에 들어섰지만, 반대로 기본 통신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불만은 커지는 형국이다.

네트워크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되려 줄이고 비싼 요금제에서 거둔 수익을 신사업에만 쏟아 붓는 통신사의 행보를 소비자들이 좋게 볼 리 만무하다. 가계통신비 절감 일환으로 정부가 압박에 나서자 뒤늦게 요금제 개편, 전환지원금 확대에 나서는 뻔한 패턴 또한 반감 요인 중 하나다. 

오를 데로 오른 물가에 국민들의 생활 부담은 매일 가중되고 있다. 이들 가계부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지 않다. 매달 고지서를 볼때 마다 헉 소리 나는 통신비와 고가의 단말 할부금에 걱정부터 앞선다. 주주 눈치를 봐야하는 기업 입장에서 수익 악화 우려는 일반적인 것으로 그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허리띠를 조일대로 조인 국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