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총회 참석하는 충북 의대 교수들/사진=연합뉴스
긴급 총회 참석하는 충북 의대 교수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지방의료 정상화를 위해 충북의대 정원이 49명에서 200명 증원된 가운데 현재의 병원 규모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병원관계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충북의대 정원을 200명 늘리겠다고 발표에 늘어난 전공의 수에 맞추려면 충북대병원을 2000병상 규모로 증설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병원 의료진들의 판단이다.

충북대병원 권순길 교육인재개발실장(신장내과)은 "의대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늘어나면 의대 실습생과 전공의 인원이 기하 급수로 증가해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실시하는 의과대학 본과 3, 4학년 각 200명씩 합치면 400명, 인턴 200명, 레지던트 1~4년차 800명을 합쳐 대략 총 1400명의 교육 및 수련의사들이 병원에 상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원에 따른 교수도 최소한 500명 이상이 충원돼야 하는데, 그러면 2000명 가량의 의사와 실습생이 근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재 충북대병원의 규모는 800병상으로 전 병상을 모두 채워도 입원환자 수가 800명인데 전공의와 실습생이 1400명에 달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에 권 실장은 "교수까지 합치면 의사 수만 2000명에 달하게 된다. 입원환자 1명 당 의사가 2.4명인 기형적 구조가 되는 것"이라며 "충북대병원 간호사 수가 1800명이다.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증원되면 의사가 2000명이 일하게 되어 간호사보다 의사가 더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충북대병원이 늘어난 정원(200명)을 교육하려면 병원 규모가 최소한 2000병상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공의 배정도 받지 못한다"며 "학생실습도 불가능해 의과대학인증평가에서 탈락하면 입학생도 받지 못하고 의대를 졸업해도 의사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박탈된다"고 전망했다.

충북대병원 의료진들의 우려에 대해 충북대 측은 의대증원이 늘어난 만큼 의과대학과 병원 시설을 확충하고 의대교수도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대 고창섭 총장은 400억원을 투입해 의대교수 100명을 채용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정부의 무리한 의대증원 사태로 기존의 의대교수도 사직하는 상황에서 추가채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의료현장의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학병원 1000병상을 증설하려면 최소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고 총장이 밝힌 400억원의 예산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2000병상으로 병원을 키우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권 교수는 "만약 2000병상으로 건립해도 이를 채우려면 청주시의 인구가 200만 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입원병상은 텅텅 빌 수 밖에 없다. 진주의료원처럼 텅빈 병원이 돼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증원 배정 후 지난 25일 고 총장은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120~150명은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며 “의대생, 교수들은 정부의 지원 약속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고 총장은 “지난해 연말쯤 이뤄진 두 번째 조사 땐 정부에서 의대 증원과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도 (200명 증원) 그 수준으로는 맞춰달라고 신청했다”며 “지금 있는 그 공간, 그 자리에서 200명을 교육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있다면 가능하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