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영국의 축구코치 린 홀은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습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이다. 젊었을 때에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나만의 색깔을 띠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만의 성격과 가치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은 보다 자기다워질 때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될 수 있다.

예전의 인기 걸 그룹 ‘핑클’이 어느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어린 나이에 만나 최고 스타로서 삶을 살다가 서로 헤어진 후 무려 14년 만에 완전체로 만났다. 그룹결성 20년만의 일이기도 하다. 함께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캠핑클럽>에서 그들은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눈다.

“남들이 안 알아줘도 내가 내 자신이 기특하게 보이는 순간이 많을수록 자존감이 높아져.”라는 효리의 말을 시작으로 이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타인에게 의존해왔던 시절의 모습들을 하나씩 들춰낸다. 특히 유리는 “난 남들에게 욕 안 먹으려고 20년을 산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를 몰라. 욕 안 먹을 짓만 해.”라고 타인의 평가에 의존해 왔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털어 놓는다.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대중들의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스타’로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40대가 된 이들은 서로에게 “우리끼리 있을 땐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돼”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됐다. 이들의 나이가 이제 불혹을 좀 넘겼지만, 나이 들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미국의 작가 메이 사턴은 오랜 가짜의 삶 끝에 진짜 자기 얼굴을 찾은 일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나이 드는 것은 자연의 리듬이다. 우리의 몸도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여생을 보내는 마음이 한층 더 가벼워진다. 인생 2막 … 변화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때다. 현역시절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화려한 꽃을 피웠더라도 인생 후반기는 또 다른 세상이다.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볼 수 있게 된다. 더 학식이 높고 견문이 넓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자기다움’을 알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다움이 없다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럽다. 자기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런 리듬을 따라 사는 것 아닌가.

자기다움이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과 본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외부의 영향이나 사회적 기대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이 진정으로 느끼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다움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아인식, 자기존중, 자기표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와 열정을 찾고,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몇 가지 방법이다.

1. 자기 탐색하기 :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고 어떤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탐색해 보자.
2. 다양한 경험 쌓기 :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은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일이나 취미 활동을 시도해 보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자.
3. 열정과 흥미 따라가기 : 무엇에 열정과 흥미를 느끼는지를 생각해보자. 열정과 흥미가 있는 분야에서 일하면 작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4. 상담과 멘토링 받기: 가까운 친구, 가족, 상담사, 멘토 등의 조언을 들으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의 가을에는 새로운 결실이 필요하다. 가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허전함도 있지만 수확의 느낌이 더 크다. 낙엽이 지는 소리는 우리에게 변화의 영감을 준다.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