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사태가 국내 경제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우려되면서,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업들 사이에선 국내 산업 및 경제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중동발 경제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를 비롯 채권, 외환, 주식 시장 등 국내 금융 시장은 물론 산업계 등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수입이 전체 원유 수입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수입이 전체의 67%, 가스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가 들썩거릴 조짐이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에 비해 0.64달러(0.75%) 상승한 배럴당 85.6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6월물)는 전일 대비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 추이에 따라 단기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고유가 현상도 심화할 전망"이라며, "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물가를 자극한다. 고물가는 고금리를 야기해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져온다"고 했다.

연장선에서 또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은 금리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0회 연속 동결이다. 이 역시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한은도 올 초 언급했던 금리인하 시점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동사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형국이다. 문제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급망이 차질을 빚을 경우 생산자물가를 부추겨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등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이에 그동안 최근 고금리 장기화으로 돈가뭄에 시달렸던 기업들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또, 중동 시장 불안이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항공과 해운 물류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산업계에선 정유업계의 경우 일시적인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이익 확대로 예상할 수 있지만, 석유화학 제품·선박 등의 수출에 악영향이 예상되면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운 물류 업계와 중동 건설 시장 위축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수주 등에도 이번 사태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찬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원유 해 상 교역량의 30%에 달하는 물량이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경계가 고조됐다"며,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피해 우려가 동반됐다"고 했다.

여기에 고환율 이슈까지 겹칠 경우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개 기업으로선 그냥 뉴스 보며 모니터링하는 수준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천수답을 하는 심정으로 조속히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