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낳지 않는 젊은 층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녀 계획 의향이 있는 젊은층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이 0.6명대 수준까지 추락한 충격적인 상황에서 이번 조사 결과가 향후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게 할 단초가 될지 이목이 끌린다.

젊은층을 시작으로 가사노동, 돌봄 등을 성별 관계 없이 동일하게 하는 비율이 커지고, 부부간 대화시간이 증가하는 등 가족관계는 전반적으로 더 건강해졌다. 이런 요인이 자녀계획 의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초등학생이 방과 후 향하는 곳은 '학원'이 대세지만, 올해부터 '늘봄학교'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학원 의존도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 20∼30대 '자녀계획' 의향↑…평균 희망자녀 수 '1.5명'

17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6∼7월 전국 1만2000세대의 만 12세 이상 전체 가구원을 상대로 실시한 '2023년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자녀계획 의향에서 다소 격차를 나타냈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자녀계획 의향을 밝힌 경우는 직전 조사인 지난 2020년 당시보다 되려 커졌다. 자녀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0대는 27.6%, 30세 미만은 15.7%로 각각 2020년 조사 당시보다 9.4%p, 6.8%p 상승했다.

이에 반해 자녀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30대는 44.4%, 30세 미만은 19.0%로, 직전 조사 당시보다 각각 10.3%p, 13.5%p 하락했다. 30세 미만의 65.3%는 자녀 계획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해 주로 30세 이후에 자녀 계획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40세 이상∼50세 미만에서도 자녀계획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2%로 직전보다 1.1%p 상승했다. 자녀 계획이 있는 경우 평균 희망 자녀 숫자는 1.5명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2020년과 같았지만, '1명과 2명'은 올랐고 '3명과 4명' 이상은 떨어졌다.

▶ 젊은 부부 56% "가사노동 똑같이"…가족관계도 더욱 친밀

가사노동과 돌봄에서 여성의 부담은 여전히 높았지만, 젊은 층에서 '똑같이' 분담하는 경우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사노동과 관련해 '아내'가 하는 평균 비율은 73.3%로 '남편'이 하는 경우(1.4%)와 커다란 격차를 나타냈다.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하는 평균 비율은 25.3%에 달한다. 그러나 30세 미만에서는 해당 비율이 56.4%에 달해 연령대가 낮을수록 가사노동 분담이 잘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사 준비'·'함께 놀아주기'·훈육 등 9개 자녀 돌봄 항목에서 분담 정도를 질문하는 말에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하는 비율도 전 항목에 걸쳐 2020년 조사 당시보다 상승했다.

따라서 '아내'가 하는 비율이 돌봄 항목 전반에서 줄었다. 식사·취침·외출준비 등 일상생활 속 돌봄은 '아내'가 하는 비율(78.3%)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부부간 대화시간도 올랐다. 배우자와 일일 평균 대화시간으로는 '30분∼2시간 미만'은 증가한 반면 '전혀 없음', '30분 미만'은 하락했다.

전반적인 부부관계 만족도도 '만족'한다는 응답률이 66.2%로, 지난 조사와 견줘 9.2%p 커져 배우자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 입장에서 본 청소년 자녀와 관계에 관해선 '친밀하다'(79.3%), '믿는다'(85.1%)는 반응이 컸다. 

이에 반해 자녀와 '자주 다툰다'(12.6%), '화를 잘 내는 편이다'(13.8%), '잘 이해할 수 없다'(15.4%) 등의 부정적인 반응은 낮게 나타났다.

청소년 입장에서 본 부모 관계에서도 '친밀하다', '믿는다' 등 긍정 측면의 동의율이 높았다. 단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 더 대화하고, 친밀감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 초등생 방과 후 향하는 곳은 '학원'…쉽지 않은 '일·생활 균형'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원(75.2%)이 가장 컸다. 2020년 조사 때엔 코로나19 사태로 '집'(42.1%)에서 보내는 경우가 '학원'(37.7%)보다 컸으나, 3년 만에 다시 학원이 대표 돌봄 장소가 됐다.

초등생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간대는 '오후 5∼6시'(61.5%), '오후 4∼5시'(54.4%), ' 오후 6∼7시'(36.5%) 순이었다. 영유아 돌봄의 경우에는 '오후 4∼5시'(61.0%)라는 응답이 가장 컸다.

4명 가운데 1명은 직장 일로 인해 개인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묻는 항목에서 '직장 일 때문에 개인 생활시간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24.5%로 가장 컸다.

'직장 일 때문에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 한다'(21.2%), '직장 일 때문에 가족행사에 참여하지 못 한다'(17.7%), '내 삶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17.3%) 등이 뒤를 이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보육지원 확대'(25.2%), '인식 확산'(17.1%), '유연근무제 확산'(15.7%) 등을 많이 꼽았다.

정부 가족정책 중에서는 '한부모가족지원서비스'(68.9%), '아이돌봄 서비스'(68.7%)에 대한 인지도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