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이성구 전문위원] '플랫폼 목장의 혈투'

국내 ICT산업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핀테크 플랫폼 분야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네이버는 25일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함으로써 금융서비스 진출을 선언했다.

메신저 절대강자인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1대지주로 올라섬으로써 ICT기업의 첫 은행 소유로 등극했다. 두 ICT 공룡기업이 핀테크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혈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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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핀테크사업 본격 진출, 카카오=카뱅 1대주주 등극

네이버는 전날 네이버페이 CIC(사내독립기업)를 물적분할 형태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키로 했다. 오는 11월 1일 네이버파이낸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최인혁 네이버 COO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커머스 플랫폼 기반으로 금융사업 연계를 지향한다"며 "월 1000만명에 달하는 결제자 규모와 데이터 분석으로 커머스 플랫폼 선순환과 생활 금융 플랫폼 도약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정호윤애널리스크는 "네이버페이 물적 분할은 네이버가 지닌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핀테크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자료 : 이베스트투자증권
자료 : 이베스트투자증권


카카오는 24일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의 카뱅에 대한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34%) 승인을 의결함에 따라 카뱅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카카오는 콜옵션 행사를 통해 한국금융지주의 보통주 4160만주(16%)를 208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ICT기업의 첫 번째 은행 소유로 카카오의 주도적 역량이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핀테크 경쟁력=플랫폼+AI, Big Data 기술이 핵심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아시아 최고 ICT 기업들이 그동안 펼쳐 온 전략을 들여다 보면

경쟁력이 어디서 판가름 날 지 알 수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메신저 간편결제앱 등)을 보유하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다.

네이버는 결론적으로 핀테크 사업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페이 이용자가 1천만명 이상인데다 모바일 네이버 내에 'MY페이' 탭을 신설했다. 커머스 부문에서 네어버 쇼핑의 거래대금이 분기 기준으로 3.5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AI 빅데이터 분석 능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통해 인터넷은행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신용카드 등 신규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뱅의 여수신잔고는 지난달 기준 각각 11.3조원, 17.6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연구원은 "아직 기존 은행권 대비 상품의 차별성은 적지만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에 기반한 경쟁요소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출처: 한국투자증권


◇ 시장은 네이버에 베팅?

두 공룡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앞으로 핀테크 부문에서 진검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편결제시장(페이)을 시작으로 대출 자산관리 인터넷은행 등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놓고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네이버에 점수를 주고 있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8.5%(10,500원)나 급등한 반면 카카오는 한 때 5.88%(8000원)나 급락했다.

한 증시전문가는 "네이버의 본격적인 핀테크 산업 진출이 네이버에는 호재로 카카오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며 "그러나 중 장기적으로 어느 기업이 주도권을 장악할 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성구 글로벌경제신문 전문위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