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비틀어 상처를 입히고 마침내 무너뜨리고 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유의 과잉, 권리의 과잉이 빚어내는 민주정치의 자해현상에 대다수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일부의 국민은 스스로 이성적이고 능동적인 활동가로 자처하면서 민주정치를 훼손‧파괴하는 행위에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다. 제 새끼를 살해한 뻐꾸기 새끼를 혼신의 힘을 다해 키워내는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처지인데 그런 자각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 타락시키는 무조건적 지지뻐꾸기는 제 집을 짓지 않고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3월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 일본 오사카·교토·나라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동창 4명이 함께 한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3월 6일 하루는 자유여행이었다. 자유여행은 오전에는 오사카성 천수각, 오후는 나라현 호류지를 답사했다. 6일 오전 8시반 호텔에서 출발하여 오사카성까지 9시 20분에 오사카성 천수각(입장료 600엔)에 입장하였다. 이번이 세 번째 관람이다. 8층 전망대부터 구경하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7층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자세히 보고 4층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 책자를 1,300엔에 구입하였다. 3층에
우리나라는 2018년에 이미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서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40년대가 되면 국민 3명중 1명이 노인일 거라고 전망한다. 이대로라면 ‘노인국’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낮은 출산율은 회복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우리사회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그런데 좀 이상하다. 늙어야 노인 아닌가? 아직 멀쩡한데 잉여물품 내놓듯이 함부로 노인들을 쏟아내고 있다. 건강한 6070세대를 노인으로 취급하면서 ‘노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하니 어이없다. 우리 사회는 한창 일할
아침에 일어나 쇠로 된 문고리를 열어젖히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밤새 잠자는 동안, 마당과 지붕에 소복소복 쌓이던 눈은 집 아래 도랑으로도 달려가, 얼어붙은 도랑에 귀를 대고 밑바닥에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 올산리의 겨울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눈의 나라였다. 겨울바람에 하얀 엽서를 주고받는 것, 그것이 산과 산이 서로 안부를 묻는 방식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던 몇 가구 안 되던 집들, 그들 굴뚝에서 퍼져나오는 연기도 허공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호롱불로 밤을 밝히며 큰마을에서, 새터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7년 1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열린 '호치민-경주세계문화 엑스포 2017’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베트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조선 시대 유학자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24일에 베트남 교민잡지사 ‘굿모닝베트남’이 ‘다산연구소’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다.“목민심서를 호치민 주석이 탐독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박헌영이 목민심서를 호
전공의들의 집단파업이 18일째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도,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의사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하겠는가? 의사의 신세를 져야 할 날이 점점 많아질 일개 시민이니까 더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의사 선생님들, 질병의 치유뿐만 아니라 생사를 의사들에게 맡겨야 하는 일반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시는가?밥그릇 줄어들까봐 아우성인가의대 정원을 늘리는 일은 국가 의료‧교육‧사회정책을 맡은 정부의 몫이다. 의사들이 나서서 이런 핑계 저런 이유를 대면서 정부와 맞장 뜨겠다고 할 일일 수가 없다.
60세를 조금 넘긴 때의 일이다.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찢어질 듯 아팠다. 지독한 통증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며칠을 버텨보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흔히 디스크 파열이라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결국 수술을 받았다.그 일이 벌어지기 몇 달 전. 새벽에 산을 뛰어 오르다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다. 갑자기 팔꿈치 부분의 혈관이 터져 팔이 온통 피멍으로 물들기도 했다. “어르신, 준비운동도 하고, 그리고 이제 좀 살살하세요.”라고 의사한테 충고를 들었다. “뭐라, 어르신이라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엉덩이의 꽁지 뼈
안재성은 『박헌영 평전』에서 박헌영(朴憲永 1900-1956)과 호치민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을 책 앞부분(P 4)에 수록하고, ‘1929년 모스크바 국제 레닌학교 재학 중,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김단야, 박헌영, 양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뒷줄 맨 왼쪽은 베트남의 호치민,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주세죽이다.’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이 사진의 출처는 2004년에 임경석 교수가 출간한 『이정 박헌영 일대기』에 실린 사진인데, 임경석 교수는 이 사진에 ‘주세죽(박헌영의 아내)의 유품에서 - 박비비안나(박헌영의 딸)
그렇게 많고 격렬하던 '문빠'들은 다 어디 갔을까? 팬덤정치가 본격적으로 그 양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노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름을 가진 온·오프라인의 팬 집단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대엔 '문빠',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 급속히 덩치와 목소리를 키우며 등장했다. 그 열렬하던 '노빠', '노사모'는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위세 대단하던 '대깨문'은 어디로문 전 대통령의 팬덤은 노 전 대통령의 그것에 비해 더 격렬하고
최근 산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국토의 63%가 숲인 한국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을 찾는 사람만 연간 40만여명이나 된다. 숲은 우리가 가장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치유공간이기 때문이다.국립수목원은 정원치유 등 숲을 이용한 연구개발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치유산업발전에 잘 활용되는 중요한 국가기관이다.국립수목원의 업무와 산림치유 등 향후 국립수목원의 역할과 전망을 임영석 원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국립수목원에 대한 소개와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면.-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 위치하고
“당신도 노년의 문지방에 들어섰군요.”“나는 아냐! 아직 한창인데 …”“그래도 소용없어요. 사회가 당신을 노인으로 판정해 버렸잖아요.”곧 대중교통의 경로석이 사라질 것이다. 죄다 노인인데 누구를 위해 특별석을 마련할까. 노인들이 집단의 기억이자 그 기억을 계승하는 지속성의 상징으로서 특권을 누렸던 시대는 지나갔다.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줄어들고 관심대상에서도 노인이 멀어지고 있다.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국가는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몇 가지 방책과 보장으로 ‘노인 떼어놓기’를 하고 있다.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
겨울 바다에서 파도는 웃음이다. 먼바다에서 뭍으로까지 달려왔다는 완주(完走)의 안도감 때문일까, 파도의 포말은 웃음을 터트리는 행위고 표현 방식이다. 미소가 아니라 폭소라며, 거친 삶에서 길러진 바다의 영혼이 비로소 자기 고백을 하는 것이다. 힘겹게 살아온 삶일수록 사라질 때는 웃음이어야 한다는 파도의 철학이 춤을 춘다. 웃음으로 춤을 춘다. 그런 파도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정동진 앞바다의 해안선. 그 파도를 지켜보며 사람들도 웃는다. 그 웃음을 보려고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번지는 웃음이여, 웃음이여. 하얀 치아를 드러
2023년 마지막 날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에 한반도의 야경 이미지를 공유했다. 머스크는 ‘낮과 밤의 차이’라는 제목과 함께 ‘미친 발상(Crazy Idea) : 한 나라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반씩 나누고 70년 후에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자’는 글을 달았다.번영하는 남한과 피폐한 북한의 모습이 극렬하게 대비되는 이 이미지는 한 나라가 어떤 가치체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를 가르쳐 준다. 나라뿐 아니라 개인도 그러하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챗GPT를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사(
“악법도 법이다.”가 소크라테스 명언이라는 단초는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법학부 교수 오다카 도모오(尾高朝雄)가 제공했다. 그는 1937년에 펴낸 『법철학(法哲學)』에서 실정법 사상과 소크라테스를 연결하고 있다. 오다카는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이어서 그는 “소크라테스가 국가의 실정법에 복종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따라야 할 시민의 의무”라고 설파했다.그런데 오다카는 일본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고 징병에 찬성하는 논문을 발표한 ‘반민주적
안재성이 지은 『박헌영 평전(실천문학사, 2009)』을 계속하여 읽는다. 박헌영의 아내 주세죽의 임신이 확인된 것은 1928년 초였다. 박헌영의 정신도 차츰 맑아지고 있었다. 그는 간혹 주세죽과 함께 외출을 하기도 하였다. 한번은 「조선일보」 사회부를 찾아갔는데, 좌익 기자 집단해고 때 함께 해고되었던 우익 기자들은 어느새 복직하여 근무하고 있었다. 주세죽은 사회부장으로 복귀한 유광렬에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해 하는 것 같아 데리고 나왔어요. 정신병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박헌영
더불어민주당이 아주 시끄럽다. 22대 총선 후보자 공천과정이 이재명 당 대표의 사천(私薦)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다. 공정성이 확립되지 않은 공천은 유권자 기만이고 대의민주정치에 대한 반역이라 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을 비롯, 공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이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자신들이 국민을 속이면 국민은 외면으로 갚는다.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정치인의 처지가 어떤 것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권노갑 상임고문·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강창
몸과 마음. 그것은 나의 것이지 내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로 행세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인류 역사에서 제일의 물음은 바로 존재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변하지 않는 근원의 나, 본성에 대해 묻는 것이야말로 깨달음에 다가가는 길이다. 묻고 또 물어보면 물음의 깊이만큼이나 삶이 깊어질 것이다.“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는 “집에서 가장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나’라는 존재는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볼 수 없는 것 같다. 늘 보니까 자세히 보
“악법도 법이다.(惡法도 法이다. 라틴어: Dura lex, sed lex, 영어: It is harsh, but it is the law.)”이 말은 성인(聖人) 소크라테스(BC 470~399)가 독배를 마시면서 한 명언(名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책을 쓴 적이 없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말은 주로 그의 제자 플라톤(BC 427~347)이 전하고 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을 다룬 플라톤의 책,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어디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악
온갖 물의를 빚으며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35일을 버티다가 여론의 질타에 떠밀려 사퇴했던 조국 씨 이야기다. 그는 지난 1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양산 평산마을에 가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며 정치참여의 의지를 문 전 대통령에게 밝혔다.“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문 전 대표는 그렇게 ‘조국 신당’의 창당을 인가했다.
하늘이, 구름이, 노을이 예쁜 날이다. 콧바람 투어나 해야겠다고 집을 나선다. 버스에서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준다. “이놈 봐라, 내가 노인으로 보이나?” 언짢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만약 안 비켜주고 딴 짓하고 있으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이런 괘씸한 생각이 들 게 분명하다. 나이 들면 이렇게 몽니를 부리게 되는가보다.나이대접!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르신, 연세도 있으신데 …”라는 말을 들으면 듣는 어른 참 서운하다. 황혼도 서러운데 나이까지 들먹이니. 요즘 부쩍 “내 나이 황혼이지만, 연세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