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최근 전세계 자동차 업계 트렌드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화로 전환하고 있다. 현 시점은 과도기다. 국내 굴지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 역시 분주히 발을 움직이며 대응하고 있다. 어느정도 성과도 나타났다. 세계 시장에서 몇차례 경쟁력을 입증하면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가성비와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의 최근 공세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광대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비야디가 이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비야디는 작년 한해 동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합해 총 302만4000여대를 전 세계에 팔았다. 이는 전년 대비 61.9% 폭증한 수치다. 작년 4분기에는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도 제쳤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180만9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올해 연간 판매 역시 비야디가 테슬라를 제치고 연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비야디는 이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현대차그룹과도 경쟁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같은 체급 대비 가격 경쟁력이 현대차가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야디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5과 비슷한 차급으로 분류된다. 

양사가 최근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의 가격을 비교하면 아토3는 약 5억1500만루피아(약 4400만원), 아이오닉5는 약 7억8000만루피아(약 6600만원)부터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비야디가 이같이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배터리 영향이다. 전기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터리다. 비야디는 배터리 기업으로 출발한 뒤 지난 2003년 한 완성차 기업을 인수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배터리와 관련된 모든 생산 공정을 내재화해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여기에 엄청난 국가보조금도 한 몫 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비야디가 중국 정부로부터 최소 34억유로(약 4조9781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았다.

또한 비야디에 대한 중국 정부 지원이 2020년 2억2000만유로(약 3221억원)에서 2022년 21억유로(약 3조747억원)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비야디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를 40만대로 제시했다.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비야디와 테슬라가 양분할 가능성이 크다. 양사만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해도 혁신적인 기술이 있다면 소비자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과 혁신적인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여 2030년 세계 3위를 넘어 세계 1위 고지를 점령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