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사우디 왕세자는 원유 생산은 9월 말까지 대부분 정상화될 것이라고 발언해 원유 가격은 재차 하락했다. 14일 사우디의 주요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브렌트유가 장중 20%까지 급등한지 3일 만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공격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도 이란과 얽혀있다. 사우디와 전쟁중인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이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지만 미국은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 외무부도 지난 16일 공격에 이란산 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반군의 소행으로 단정 짓기에는 공격이 너무 정밀했고 예멘과 아브카이크(Abqaiq) 시설간의 거리도 반군이 보유한 드론의 사정거리 밖이라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도발에 따른 부담감도 한층 완화 됐다. 이란에 대해 최대 압력 전략을 구사해온 트럼프는 최근 볼튼 보좌관을 경질한데 이어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번 공격 이후에도 사우디를 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는 등 전쟁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란 혁명군(IRGC)의 상대적 독립성도 잇따른 도발의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군대가 두개다. 1979년 혁명 이후 설립된 IRGC와 일반 군으로 나뉜다. 민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군과는 달리 혁명군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들은 이란 대통령이 아닌 이란의 최고 지도자의 관리하에 있다. 결국 루하니 이란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IRGC가 독단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은 앞서 서술했듯이 행정부내 대표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해임시키는 등 이란에 대해 보다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드론이 격침됐을 때도 트럼프는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사우디 공격 이후에도 트럼프는 사우디를 보호한다는 약속을 한적이 없다고 발언해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란에 대응할 준비가 끝났다는 트윗터 글을 올린지 약 하루 만이다. 결국 이란 입장에서는 도발을 해도 여기에 상승하는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군사적 옵션 사용은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도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이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사우디의 이미지도 결코 좋지는 않다. 올해 2월 진행된 갤럽의 국가별 이미지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29%만이 사우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졌다고 답변했다. 사우디에 사태가 일어나도 미국이 개입을 꺼려하는 이유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일은 점차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외교적 빅딜을 성사 시키지 못했다. 취임 이후 베네수엘라, 북한, 이란 등 외교적 전선은 넓어졌지만 해결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분야별 지지율을 살펴볼 경우 경제 분야만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취약한 사우디의 인프라 시설: 담수화 시설 주목할 필요
게다가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 시설의 방어가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 씽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지난달 이란의 공격에 대해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 시설이 취약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바 있다. 사우디 아람코가 인프라 시설 보호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이란의 위협은 여전히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이 보고서는 이란의 미사일, 사이버 공격 능력, 해상 지역 방어(A2/AD) 능력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이란 혁명군은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통해 간접적인 공격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지난 3년간 사우디에 대해 약 250건의 공격을 감행했다. 또한 라스 타누라(Ras Tanura)원유 수출 항구 등 잠재적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주요 목표도 지목했다. 최근 공격받은 아브카이크 시설도 이 중 하나다.
특히 해당 공격 대상 시설 중 사우디의 담수화 시설(Desalination plant)이 공격을 받으면 긴장감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페르시아만 해안에 위치 안 라스 알 카헤르(Ras al-Khair)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화 시설이다.
아카이크 공격으로 원유 생산량이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이 시설이 타격 받을 경우 사우디는 당장 식수 조달에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이다. 사우디는 전체 물 공급량 중 70%를 담수화 시설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원유 공급은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고 해도 물은 전략적으로 비축되어 있지 않다.
공급이 단기간내 안정화될 것이라는 사우디의 발표에 유가는 재차 하락했다. 변동성도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유가가 공격 이전 수준까지는 복귀하지 못한데다 사우디의 CDS 프리미엄은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우디 아람코의 채권 가격도 완전히 회복을 못한 상태다. 고조된 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에대한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프리미엄의 추가 상향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성근 애널리스트
차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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