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휘 기자] 뼈의 힘
마른 나뭇잎 등뼈를 밟으면
바람에 잔뼈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가을 저물녘 오솔길에서
나는 마감된 한 생의 끝을 추측해요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얼마나 많은 빗줄기가 흘러갔는지를 씨족마을 시량리 오촌 아재는 도박판에서 가산 탕진하고 한 때 공장에서 우유병을 닦았다네요 명색이 가문 있는 집 장남인데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우유회사에 던진 사표를 회사대표가 받아 읽다가 써내려간 문장이 출중하여 반려된 이후 회사의 간부가 되었다는 그런 숨겨진 뼈대의 힘이 내게도 있을까요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우찔끈! 내려앉는 저 잎들의 문장
내 살 속에 숨은
구부러진 등뼈의 강도를 느껴요
힘없는 내가 밟고 지나가도
뭉개짐 보이지 않으려 길 위에 뒹구는 잎들은
누군가가 읽어줄 어눌한 내 문장을
뼈의 힘으로 받아쓰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병휘 기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