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 시 부문 당선자인 고희수씨.
'제1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 시 부문 당선자인 고희수씨.

[정병휘 기자] 적막

딸들의 울음소리 들린다.

신음소리가 주인인 양 떠나지 않는 중환자실

얼마나 가까우면

방금 전까지 말하던 자식들 이름

입술에 채 마르지도 않은 채

저 할머니는 저승에 도착한 것일까?

열정 불사른 해가 진 후

어둠이 밀려오는 들판처럼 쌓여만 가는 침묵

불빛도 숙연하다.

고개를 드는 불안에

시간도 걸음을 떼지 않는다.

문이 열릴 때마다 그쪽으로 눈을 돌렸던 사람들

이곳에서 바람처럼 일어나고 싶어

오락가락하는 정신 줄이라도 꽉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저 어둠의 그림자에 들키지 않으려

파수병 같은 알코올냄새 무럭무럭 피우며

숨소리마저 목안으로 꾹꾹 밀어 넣는다.

점점 무거워져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적막

돌아눕는 저녁은 등이 축축하다.

창가 달은 충혈 된 얼굴 내민다.



정병휘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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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춘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