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글로리서울안과가 후원한 '2020 제1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화이트헤론홀에서 열렸다. 대상 수상자인 이경숙 시인.
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글로리서울안과가 후원한 '2020 제1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화이트헤론홀에서 열렸다. 대상 수상자인 이경숙 시인.

[글로벌경제 정병휘 기자] 문) 당선 소감은 어떻습니까

‘설마’하며 열어본 온라인 신문 기사에서 대상에 제 작품 명이 실린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딸애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라고 했습니다. 딸애가 축하드린다고 하더군요. 부족한 제 시를 좋게 읽어주시고 계속 열심히 쓰라고 응원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가족과 제 오랜 대학동기인 선희, 광자, 명자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제 실력보다는 좋은 운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문) 글을 쓰게된 동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그림을 좀 그리는데 제 그림을 좋아하는 큰 딸애는 제 말에 조리가 없다며 자주 핀잔을 주곤 했습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맞춤법도 가끔 틀리곤 할 때마다 ‘엄마는~’으로 시작하는 딸애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아마 사오년 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노력을 지켜본 딸애는 글쓰기가 ‘치매 예방’에도 좋다면서 에너지가 많이 드는 긴 글보다는 그림 한 장 한 장 완성해왔듯 시를 한 편 한 편 완성해보라며 권했습니다.

문) 본인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 또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지요? 칠순이 넘은 제게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는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짤막하고 이미지가 머릿속에 퍼뜩 그려지는 작품이 좋은데, 요즘 시를 보면 아둔한 제 머리가 아파집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난 내 시를 써야겠다’ 마음먹고 혼자서 읽었던 시집이 정지용과 김소월 전집입니다. 그러니까 그 분들의 시편들이 제게는 시의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사진작가이자 미술비평가인 존 버거가 쓴 시편들 또한 제게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문) 본인 작품세계는 어떤 것이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북한강변으로 산책을 자주 나갑니다. 걷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오래 생각하면 글로 떠오릅니다. 그걸 다듬고 또 다듬고, 마치 채소 손질하듯 다듬고 나서 요리하듯이 간하고 고명을 얹어낸다고 여기며, 시를 씁니다. 특별히 제 작품 세계랄 건 없고요. 또한 무엇을 표현하고 싶다고 마음에 둔 것도 없지만, 다만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사람들의 아픈 속사정을 전달하고는 싶습니다만, 엄감생심일 뿐입니다.

문)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욕심은 없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내가 시를 못 쓰지는 않는구나, 그럼 난 나대로 쓰면 되겠다’고 되뇌었습니다. 그림도 스무 해 가까이 그렸지만, 아마추어로도 충분히 만족했듯이 시 역시 제 이름을 단 시집으로 묶어 내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요, 솔직히 저는 글을 쓰는 동안 행복한데, 제 어머니는 글조차 쓸 수 없으셨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을까, 생각하면 속상하고 미안해집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제 시들도 하늘에 계신 제 어머니와 나를 또 이렇게 기억해 줄 딸애를 위한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문) 가족과 지인분께 한마디 하신다면

두 차례나 제 동생에게 골수를 이식한 큰딸애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하느님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시집도 못간 우리 집 노처녀가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는 걸 제 눈으로 직접 보고난 뒤 눈을 감는 겁니다. 이제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애를 더 많이 아껴주고 현명하게 사랑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아무튼 제 동생들에게 많은 걸 양보해준 큰애한테 제가 오히려 기대온 세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제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화목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는 겁니다.



정병휘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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