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정병휘 기자] 문) 당선 소감은 어떻습니까
‘설마’하며 열어본 온라인 신문 기사에서 대상에 제 작품 명이 실린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딸애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라고 했습니다. 딸애가 축하드린다고 하더군요. 부족한 제 시를 좋게 읽어주시고 계속 열심히 쓰라고 응원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가족과 제 오랜 대학동기인 선희, 광자, 명자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제 실력보다는 좋은 운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문) 글을 쓰게된 동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그림을 좀 그리는데 제 그림을 좋아하는 큰 딸애는 제 말에 조리가 없다며 자주 핀잔을 주곤 했습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맞춤법도 가끔 틀리곤 할 때마다 ‘엄마는~’으로 시작하는 딸애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아마 사오년 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노력을 지켜본 딸애는 글쓰기가 ‘치매 예방’에도 좋다면서 에너지가 많이 드는 긴 글보다는 그림 한 장 한 장 완성해왔듯 시를 한 편 한 편 완성해보라며 권했습니다.
문) 본인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 또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지요? 칠순이 넘은 제게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는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짤막하고 이미지가 머릿속에 퍼뜩 그려지는 작품이 좋은데, 요즘 시를 보면 아둔한 제 머리가 아파집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난 내 시를 써야겠다’ 마음먹고 혼자서 읽었던 시집이 정지용과 김소월 전집입니다. 그러니까 그 분들의 시편들이 제게는 시의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사진작가이자 미술비평가인 존 버거가 쓴 시편들 또한 제게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문) 본인 작품세계는 어떤 것이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북한강변으로 산책을 자주 나갑니다. 걷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오래 생각하면 글로 떠오릅니다. 그걸 다듬고 또 다듬고, 마치 채소 손질하듯 다듬고 나서 요리하듯이 간하고 고명을 얹어낸다고 여기며, 시를 씁니다. 특별히 제 작품 세계랄 건 없고요. 또한 무엇을 표현하고 싶다고 마음에 둔 것도 없지만, 다만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사람들의 아픈 속사정을 전달하고는 싶습니다만, 엄감생심일 뿐입니다.
문)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욕심은 없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내가 시를 못 쓰지는 않는구나, 그럼 난 나대로 쓰면 되겠다’고 되뇌었습니다. 그림도 스무 해 가까이 그렸지만, 아마추어로도 충분히 만족했듯이 시 역시 제 이름을 단 시집으로 묶어 내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요, 솔직히 저는 글을 쓰는 동안 행복한데, 제 어머니는 글조차 쓸 수 없으셨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을까, 생각하면 속상하고 미안해집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제 시들도 하늘에 계신 제 어머니와 나를 또 이렇게 기억해 줄 딸애를 위한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문) 가족과 지인분께 한마디 하신다면
두 차례나 제 동생에게 골수를 이식한 큰딸애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하느님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시집도 못간 우리 집 노처녀가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는 걸 제 눈으로 직접 보고난 뒤 눈을 감는 겁니다. 이제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애를 더 많이 아껴주고 현명하게 사랑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아무튼 제 동생들에게 많은 걸 양보해준 큰애한테 제가 오히려 기대온 세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제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화목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는 겁니다.
정병휘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